뉴로즈 호텔

다시 연애시대를 보다.

ducja 2013. 5. 19. 15:50



같이 밥먹는 씬 참 많이도 나온다.

은호와 동진은 이혼후에도 자주 만난다. 처음엔 사실 이런 설정 자체가 보통의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엔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조차도 초반에는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나의 청춘을 모두 함께한 드라마들 네 멋대로 해라, 해피투게더, 얼렁뚱땅 흥신소, 연애시대...ㅎㅎ...

되는일이 없을때 나는 이 드라마를 꺼내본다. 이걸 처음봤을땐 나도 갓 사회에 나온 병아리였는데..이제는 어느덧 은호와 같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동진씨 나이가 되면 난 또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고있을지...은호와 같은 나이가 되고보니....아....드라마가 얼마나 가슴에 와닿는지,, 3일동안 몰아서 다 봤는데 15회에서는 은호한테 너무 감정이입을 해버려서 컴퓨터 모니터 붙들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가슴이 아프고 저릿저릿해서 내가 실연이라도 당한것처럼 너무나 아팠다ㅠㅠ





두 사람은 드라마가 다 끝나갈때까지도 엇갈린다. 드라마의 전형적인 법칙인 엇갈림이 계속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독특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었던건 아마도 두 주인공때문이었을거다. 서로를 미워해서 헤어진것이 아니었기에..작은 오해가 불씨가 되어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지만 둘은 여전히 사랑했고 서로를 필요로 했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다른 한 사람의 인생에 상처를 새기고 나서야 그걸 깨닫게 되고 결국 다시 서로에게로 돌아간다.

왜 인간은 이렇게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생각할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어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게 될까? 은호와 결혼하려고까지 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던 교수님이 인생은 어떻게 해도 후회가 남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자기는 덜 후회하는 선택을 한다고...인생은 어떻게 해도 미련이 남는 것들 뿐일까?

왜 우리는 솔직하지 못할까? 두려움때문에? 욕심때문에?

은호와 동진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걸 보고 나도 참 많은 공감을 했다. 정말 공감투성이 드라마ㅠㅠ그렇다고 내가 결혼하고 이혼까지 겪은건 아니지만, 은호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기에...초반에만 해도 은호와 동진을 비례하게 보았는데 중후반이 넘어갈수록 동진보다 은호에게 감정이입을 너무 해버려서...원작소설에서는 동진 캐릭터가 워낙 나쁜놈으로 나와서 호감이 가질 않았는데,,드라마에서는 동진의 캐릭터가 매우 좋아졌다. 살짝 지저분하고 유머러스하고 조심성이 별루 없고 젓가락질을 못하고..참 인간성이 짙은 캐릭터였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 나이 먹고 보니,,이런 남자와 결혼을 해야되는구나..적어도 이런 마음씨를 가진 남자와 살아야 나도 맘꺼 사랑해주고 사랑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은호는 참 좋겠다. 이런 남자랑 오랫동안 행복하게 애기 순풍순풍 낳고 살겠구나..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고있겠지?






살면서 많은 후회스런 선택을 하고만다..그 때 그렇게 했더라면...그 때 이렇게 했더라면,,,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참 편리한대로 기억을 조작한다. 이렇게 했더라면.....우리는 수많은 만약에 위에 살아간다. 그리고 그 만약에는 기억의 유령처럼 우리의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후회를 해야한다면...편하게 놔주자..그 때의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도 그럴수밖에 없었다고...은호가 동진의 결혼식에서 부른 고마워를 들으면서 내 맘이 같이 부서졌다. 은호가 울때는 나도 울고 은호가 웃을땐 나도 웃고 은호의 인생에서 동진을 놔줘야할때가 왔을땐 나도 그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며 마음이 아팠다ㅠㅠ

드라마에 감정이입해서 뭐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느냐고....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그들은 내 친구같았다. 나를 웃겨주고 감동시켜주고 또 힘들땐 같이 울었다....

고마워..너에게 너무 많은 얘길 했나봐..내 마음을 앞서 내가 말을 앞서 숨이차...왠지 해도해도 내 맘 알아줄 것 같지 않아서 자꾸 겹겹이 칠하다 덧나기만 하는 상처,,,그래도 꼭 하고싶은 그 말 고마워. 정말 너에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왠지 해도해도 네 맘 보여줄 것 같지 않아서 자꾸 겹겹이 쌓다가 무너지는 내 맘..그래도 꼭 하고싶은 이 말 고마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너무 멀리 돌아와 잊을뻔했던 말 정말 고마워.

여기까진 내 기억으로 재생한 고마워

은호의 마음이 구구절절히 느껴지는 너무나도 적절한 가사...노영심이 만들었다.

우린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살아간다...두려워서 무서워서 내 맘을 잘 모르겠어서,,내 맘을 잘 몰라줄 것 같아서...그래도 고마워. 고마운 마음 전하고싶어.






은호의 인생이 지루해졌을때...은호의 피클병이 은호의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을때...나도 같이 펑펑 울었다ㅠㅠ왜 이 놈의 병마저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거야....나는 무슨 내 일기장 훔쳐보신줄 알았어ㅠㅠ....나한테서 다 가져가셨는데 이 정도는 들어주셔야 되는거 아니야...정말 이 때는 나도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너무 맘아파서ㅠㅠ...둘 다 바보 멍청이라고 모니터 보면서 애꿎은 욕을 했다..서로 사랑하면서 아직도 너무나도 좋아하고 서로 필요하면서 각자 다른 이성에게로 멀어지는 바보들을 보면서..왜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지..........지호가 은호를 위해  택한건 너무나도 이기적이었어지만,,,현실적으로 보자면 정말 화내야하고 싸대기 맞을 일이지만...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어쩔수 없었을것 같다. 두 사람을 위해서ㅠㅠ...





저 멀리 터널을 통해 빛이 보인다.

바보들..

결국 서로에게 돌아갈거면서...

아이를 잃고..작은 오해로 인해서 멀어지고 이혼에까지 이른 두 사람,,이혼 후에 시작된 또 다른 사랑..다른 이들을 희생해서까지 얻은 사랑이니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은호야 참 고맙다. 요새 되는 일이 하도 없고 너무 울적해서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너무 큰 위안이 되었다. 완벽한 은호를 연기해준 손예진씨도 고마워. 내 평생 안고가는 드라마가 되어버렸어..ㅎㅎ...스물 두 살때 처음 보고 지금까지 나랑 몇 년 째니...오랜만에 두 사람들 티격태격하는 것도 보고...은호한테 위로도 받고..나도 다시 힘내서 살아야겠다. 바보같이 미련스럽게 살지 말고..좀 다치고 힘들더라도, 내 마음이 가는대로 하자. 덕자야 힘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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