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 深夜食堂
시즌2도 만들어졌다는데 내가 본 건 시즌1뿐.
아베 야로의 만화가 원작이었는데 나는 만화보다 드라마를 먼저 보게 되었다..만화는 오히려 일본 와서 사서 본 케이스..한국에도 정발 되어있는데 어쩐지 드라마의 그 분위기를 깨트리고싶지 않아서 만화를 안보게 됬었는데..가끔 구입해서 보는 빅코믹오리지널에 아직도 연재를 하고 계셔서 깜짝 놀랬다. 코믹빔이랑 잇키는 내가 정말 연재하고싶은 회사인데, 여기엔 기라성같은 작가들이 널려있다. 특히 코믹빔은 아트만화 계통 중에서도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그나마 팔리는 만화들이 많은 잡지. 테르마에 로마에나 마츠모토 타이요 선생 것도 거의 다 코믹빔거..심야식당은 코믹빔의 메이저만화..ㅋㅋ..
나니와 금융도, 닥터고코진료소같은 진지물에만 주로 출연하는 코바야시 카오루가 주연
쿨하게 めしや (밥집) 라고 씌여져있는 이 곳..
실제로 존재하는 곳인줄 알았더니 세트라고 한다. 이 가게 내부랑 외관은 다 세트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실제로 밥집이라고 간판 달아놓은 식당이 의외로 많이 없던데...되게 쿨한 이름이다.
이건 실존하는 곳
신주쿠 가부키초 근처의 ゴールデン街 (골든가) 라고..스나크랑 밥집, 바, 다방같은 곳이 몰려있는 곳. 신주쿠는 도쿄에서 가장 번화한 환락가로 가부키초 안쪽으로는 호스트바및 그 비슷한 착석바, 저렴한 회전스시, 걸즈바, 오카마바, 온갖 종류의 다양한 모텔, 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 등 시간이 멈추지 않는 거리다. 이 드라마의 무대도 신주쿠 주변이라 av업계 손님도 있고ㅎㅎ 게이도 있고...별별 손님들이 다 모이는 동네.
그리고 이 오차즈케를 먹던 세 명의 여인네들ㅎㅎ
한국에선 혼자 밥먹을때 밥맛도 없고 영 밥하기 귀찮을때 딱 밥통에 흰 쌀밥만 있을때 귀찮타!! 하고 밥에 보리차 말아먹곤 했었는데, 이 오차즈케가 일본에선 하나의 엄연한 식문화로서 お茶 (차) 오차라는건 말 그대로 차를 뜻함. 녹차든 뭐든..밥에 차를 붓고 그 뒤에 올리는 고명은 본인이 좋아하는걸루..이 세 처녀 중에 우메보시 올려 먹던게 제일 맛있어 보여서 일본에 와서 따라 해먹었었는데 영 내 입맛엔 아니어서...ㅎㅎ..차라리 멘타이코가 나았을듯...아무튼 난 차에 밥말아먹으면 영 청승맞아서 잘 안먹게 되더라.
그리고 제일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인 버터라이스편!
バターライス 버터 라이스라는 신세계를 알려준 이 드라마ㅠㅠ
따수운 흰쌀밥 위에 버터를 올려주고 간장을 살짝 부어준뒤 버터를 녹여 먹는.....ㅎㅎㅎㅎㅎㅎ아 군침돌아ㅠㅠ..
이 드라마 본 뒤로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버터라이스를 해서 먹었다능...일본에 와서는 거의 매일매일..요새야 주먹밥을 많이 먹는 처지이지만,,어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매일 아침 저렇게 해먹고 갔었다. 간편한데다 풍미가 일품이라..은근히 맛있고 입안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식당은 이런 구조로 되어있다.
테이블이 낮은편인데 키친이 안쪽에 있고 카운터에는 식기나 소스, 양념장같은것들..
일본에서도 아직 이런 가게는 못 가봤다. 대부분 테이블이 높아서 내가 앉으면 음식 만들고 계시는 마스터랑 눈높이가 비슷한 정도인 식당은 많이 가봤는데...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식당은 아직 못 가본듯...참 조그맣고 아늑한게 너무나 가보고싶어지는 식당이다ㅠㅠ
가쯔오부시!
밥 위에 올려먹으면 그야말로!!! 우걱우걱!!
일본에 와서 하는 요리 위에 대부분 올려먹는 가쯔오부시, 밥위에 올려도 맛있고. 오차즈케에 올려 먹어도 맛있고, 어디에나 잘맞는 보조식품? ...
이것이 바로 버터라이스.
음식 전문가가 와서 이거 평할때 진짜 뒤집어졌다능..ㅋㅋㅋㅋ
만화책에서도 되게 재미있슴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특히 프랑스..) 일본은 위생관념이 철저하고 음식을 대하는 마음이 흡사 장인의 그것과 같아서 그런지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고...음식에 돈 아끼는 사람을 거의 못 본 것 같다. 지금 세상이야 바빠지고 빨리 밥을 해결해야하는 사람들이 늘어 편의점 주먹밥, 빵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있는 실정이지만..여전히! 여전히..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사람들이 많은 나라라 그런지..유독, 정말 유독! 음식에 관련된 드라마나 만화가 겁나 많다. 만화책을 들자면 뭐 수도 없고...(요리왕 비룡부터 시작해서...따끈따끈 베이커리? 미스터 초밥왕? ㅋㅋ...) 고양이와 음식만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는 일본답게...고독한 미식가나 심야식당같은 드라마는 인기얻기에 무척 쉬운 소재다...그럼에도 먹기만할게같은 드라마가 그닥 재미가 없는 이유는? 그 섬세함..ㅠㅠ....심야식당에 나오는 주제들이 타코윈나(소세지)나 버터라이스, 계란말이같은 것임을 보면 크고 거창한 주제가 아닌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에서 일상적인 즐거움을 가져온다는 소박함에 그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겠지..실제로 아베 야로상은 그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매월 아이디어를 얻는다는데 궁금하다. 나도 나중에 먹는 만화 그리고싶은 사람으로서...사실 이번에 만화기획서 낼 때 심야식당에서 영감 얻어서 주요 설정은 바꿨지만 매편 음식이 하나씩 나오는건 똑같이 써냈는데..워낙 음식만화도 많고 그렇다보니....특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고독한 미식가..ㅋㅋㅋ.....오로지 먹방 하나로 가는 드라마임
더이상 쓰면 식욕이 솟구쳐서 지금 당장 우걱우걱할 것 같아서 그만 쓰기로 해요...
아무튼..재밌었다 요 드라마..갑자기 생각나서 버터라이스편만 다시 봤는데 참..그 특유의 밍숭맹숭하면서도 싱거운 맛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