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즈 호텔

최근에 본 것들

ducja 2013. 8. 5. 23:30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renta neko


최근에 본거라고 하기엔 이게 몇 달 전에 본건지..ㅎㅎ...

영화보면 바로바로 생각나는거 메모장에 적어두긴 하는데...역시 그 때 느꼈던걸 바로 써야지..한참 후에 쓰려니 기억이 흐릿해지는 느낌. 고양이를 단돈 천엔을 받고 빌려주는 사요코가 주인공. 이치카와 미카코팬이기도 하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팬이기도해서 일단 챙겨봤다. 언제나 늘 그렇듯 오기가미표 슬로우 무비였다. 고양이를 빌려주고 또 고양이를 빌려받은 사람들은 그 고양이로 인해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는...이런류의 영화가 한국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나와봤자 인기얻기도 힘들다보니, 일본영화에만 있는 이 특유의 느릿하고 여유로운 평화를 사랑한다. 특유의 심술맞은 표정을 가진 미카코의 연기도 좋다. 그녀의 긴 기럭지와 빈티지한 패션을 좋아하다보니 내 눈은 오히려 영화보다 고양이랑 미카코의 행동과 표정을 쫓고있었다는..




아르고

argo


사실 보고나자마자 좀 화가나서 마구 써제꼈었는데 아마 영원히 그 포스팅을 공개하는 일은 없을듯...

너무 감정에 치우쳐서 쓴 것도 있고....내가 감독으로 배우로서 벤 에플렉을 아끼다보니 그에게 약간 모호한 의문이 생겨서 그만...

세계적인 팝스타와의 한바탕 열애설과 파혼, 그리고 또 비밀결혼과 알콜중독..배우로서 헐리웃에서 사라져가는듯 싶었던 한 때 미남스타에 엘리트 이미지를 가지고있던 그가...헐리우드랜드로 복귀했고 곤 베이비 곤, 타운으로 성공적인 감독데뷔까지 치뤘다. 이번 영화 아르고는 거의 본인의 인생을 걸다시피했고 제니퍼 가너와 불화설이 있었을 정도로 공들인 영화이기도 했다..미국에서 공개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후예가 드디어 나타났다고 했을때만해도 나는 그를 의심할 수 없었다.

이 영화는 우선 두가지 시선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는 영화로서 또 한가지는 역사로서..알다시피 1979년 이란혁명으로 후퇴한 팔레비 이후 호메이니는 강경했다. 미국내에서도 이란인을 모두 내쫓자며 냉각이 가속됬고..당초 몇 시간 정도로 예상했던 대사관 점거는 생각보다 길어졌다..이 하나의 사건이 몰고올 파장은 모두들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리라..벤 에플렉은 왜 하필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을까? 무엇을 위해서? 500여명이 넘는 급진파 학생들이 대사관을 점거했고 50여명의 인질들이 붙잡히게 되었다. 팔레비는 수십년동안 미국의 원조와 지지를 받으며 이란을 탄압했고 그에 대해 국민들의 화는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큰 멍에를 안겨주었고 공화당은 선거에서 대승했다. 나는 영화가 정치적 프로파간다로서 이용되는것에 반대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이 유연하고 재치있는 영화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랐다. 알다시피...벤 에플렉은 앨 고어, 존 케리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민주당의 지지자로서 본인의 정치적 견해를 다소 자유롭게 펼치는 배우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부시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 그래서 예전엔 가쉽거리로 벤 에플렉이 정계에 진출한다는 루머가 몇 년간 계속 돌기도 했고, 그 루머는 최근 이 영화 이후로 더 급격하게 돌고 있다. 영화가 정치 수단으로서 사용되는건 싫다...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회의 한축으로 작용하는 순기능은 있을지언정...물론 정치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영화로서 보자면 이 영화는..지난해 만들어진 미국영화들 중 단연 손에 꼽힌다. 아니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그만큼 연출이 너무나도 매끄러웠다.,,불필요한 컷들이 단 한 장면도 없었고 (일각에선 벤 에플렉의 연기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네 취향문제인듯) 연기, 구성, 편집..무엇하나 모자란게 없었다. 그래서 그 점이 더 나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실패한 외교정책과 CIA의 무능력함, 헐리웃 스튜디오를 풍자한게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완벽한 연출들때문에...너무나도 매끄러운 연출때문에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영화 속에 담긴 무언의 이미지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마는 것이다. 영화가 너무나도 잘 만들어졌기때문에..

그나마 내가 약간의 희망을 본 것은 마지막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토니 멘데스의 표정때문이었다. 자칫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훌륭하게 활약하고 돌아온 토니에게 영웅이나 사건을 해결했다는 보람이나 가치의 구분보다는 피로한 얼굴만이 남아있는것이..그나마 내가 그에게 가질 수 있는 작은 희망이었다면 희망이었을 것..만약 이게 역풍자 영화였다면 그걸 무식한 내가 못 느낀것이었다면 나는 그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가 상원의원이 되든 말든간에 말이다..





고령화가족


원작소설을 보고싶은데 여기까지 보내줄 사람이 없을것 같아서 돌아가서 사읽기로 하고 포기했다..천명관이라..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가인데..예전에 글쟁이였던 ㅇㄴ씨가 추천해줘서 읽었던 고래, 밤을 새워서 읽고 다음날 만나 침을 튀겨가며 칭찬했고 술자리에서도 그에 대한 칭찬을 이어졌다. 어떤이는 그를 닮은 소설을 쓰고싶었다고 했었다..충격적인 고래 이후로 낸 작품들도 인기리에 팔렸다. 그리고 곧 대세가 되었지만..

원작소설을 읽어보질 못해서 원작과의 간극이 얼마나 해소되었는가에 대한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분명한건..내가 이 영화를 보고서 느낀건 이 안에서 어디에서도 천명관의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더 유감스러운것은 송해성의 자취마저도 느낄 수 없었다는거...정말 너무 많이 실망했다. 게임의 법칙, 본 투 킬의 연출부를 거져 당대 톱스타였던 송승헌과 김희선을 캐스팅해 감독데뷔한 카라..(가 심하게 망했죠..) 그 뒤로 대성공을 거뒀던, 아직도 그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는 파이란....그 뒤로 나는 송해성 감독의 영화에서 무엇도 느낄수 없었다. 역도산, 우행시, 무적자....줄줄이 쓰디쓴 패배만이 송해성의 이력을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었다....고령화가족은 타이틀도 좋았고 시놉시스만 읽었을때는 일본영화 스타일의 독특한 대안가족 이야기인가 싶어 캐스팅도 마음에 들고 내심 송해성이 재기에 성공하는 것일까..기대하고 보았다. 하지만....이제..그냥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남는건 윤제문의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뿐이다..지겹도록 삼겹살을 먹이는 어머니, 영화감독 한다고 지혼자서 4년제 대학 나온 주제에 이혼하고 기어들어온 집구석에서 조카 돈이나 삥뜯어 큰형이 짝사랑하는 여자나 어떻게 해보려고 여동생 차 훔쳐끌고 나가는 둘째, 직업도 돈도 꿈도 미래도 없는 짝사랑하는 미용실 아가씨에게 만두 사다바치는게 가장 큰 보람인 큰 형, 남자없인 못사는 중학생 딸래미가 있는 이혼을 밥먹듯이 하는 여동생. 그리고 그녀의 문제아 딸. 캐릭터 설정이나 시놉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좋지아니한가나 가족의탄생같은 독특한 가족영화가 나올법했다. 난 공효진이 역대 이렇게 아무 매력없고 설득력없는 캐릭터 맡은건 처음 봤다. 어느 작품에서든 자기가 맡은 캐릭터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캐릭터도 공효진만의 설득력으로 납득을 시키고야 마는데...공효진 역사상..이건 정말 아니었다...제일 재미없는 캐릭터였다. 보는 내내 아무 감정도 전달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나았던 캐릭터가 인모였는데..가족들 저마다의 사정과 상처, 이야기들을 결국엔 어머니와 미연의 숨겨진 아버지를 통해 봉합하는 것이 감독의 숙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기가 없어 조기종영하는 일일연속극의 해피엔딩처럼 후다닥 진행되어버린다. 관객이 같이 따라갈 수 없는 스피드로 이것저것 배치하고 던져놓고 줍지도 않고 정리도 없다. 감정의 흐름이나 이해도 없이 그저 진행되어버린다. 끓는물의 냄비뚜껑을 열어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가볍게 볼 용도조차 되지 않았던 막장 가족극..그마저도 화끈하지도 않다. 차라리 바람난 가족처럼 갈때까지 가든지...아니면 가족의탄생처럼 아기자기하기라도 하던지...불필요한 디테일과 난잡한 감정들이 무수히 쏟아져 흘러내린다. 감독님 정신 좀 차리세요..이건 아니잖아요..이 영화 어디에서 우리가 드라마를 알 수 있습니까? 그나마 윤여정, 윤제문, 박해일 이런 배우들이 있었으니..그나마..그나마..끝까지 참고 볼 수 있었다. 배우빨 아니었다면..단막극거리도 안나올..그런 수준의 연출과 최악의 편집.




몽타주


나름 기대하고 봤던 몽타주.

엄정화 영화는 솔직히 기본은 해서 보고나서도 기분나쁠 만큼 최악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드라마 할 때는 솔직히 그렇게 눈여겨보질 않았었는데 결혼은 미친짓이다와 싱글즈 부터는 거의 새로 나오는 작품은 항상 다 챙겨보고 있다. 아마 지금 원톱 여배우들 중에서는 손예진, 전도연과 더불어 가장 안정적인 티켓파워를 가지고있지 않나싶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같은 톡톡 튀고 밝은 캐릭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오로라공주에서같은 캐릭터도 매우 좋아한다. 나는 김혜수가 분홍신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그녀 연기인생의 최고라고 생각했고 오로라공주에서의 엄정화도 결혼은 미친짓이다 이후로 최고라고 생각했었다..이번 몽타주에서도 그와 비슷한 모성을 보여주는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역시나 맞았다. 물론 영화 자체로 보면 크게 매력적이진 않다. 김상경이 살인의 추억 이후로 쏟아진 형사 캐릭터를 다 마다하고 몽타주를 받아들였다는데 그닥 납득이 갈만한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엄정화가 왜 이 역할을 그토록 하고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다지 비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히려 비중은 김상경과 다른 배우들에게 더 많이 할당되어있을 정도니까...영화는 그다지 짜임새가 주도면밀하진 않다. 탄탄 시나리오가 아니고 연출이 치밀하지도 않아 아마 보다가 중간에 어떤 트릭이 숨겨져 있는지 눈치채게 될 것이다. 영화의 비밀이 벗겨져도 '아..' 정도로 그치고 말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엄정화가 등장하는 씬에서 내가 그녀가 되어버리고마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딸을 잃은 것처럼 가슴이 찢어지고 미어지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 그녀가 우리를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김상경의 연기도 좋았다. 엄정화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오로라공주의 차가운 살인마와는 다른 캐릭터였지만 비슷한 선상에서 이해될 것이다. 불에 타도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강하게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처럼 눅눅하게 파고드는 엄정화의 진득한 연기..보다보니 갑자기 전도연이 밀양에서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님이 그를 용서하느냐..는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떠올랐다. 왜 신은 악마마저 용서하시는걸까..그리고 왜 악마는 스스로를 그리도 빨리 구원하는가..그렇게 특별한 영화도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남는 영화였다.





신세계


wow

일단...황정민과 이정재를 칭찬하고 싶다. 2005년에 달콤한 인생에서 백상어(맞나..?)역으로 인상에 남는 연기를 선본인뒤  너는내운명으로 홈런을 치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사생결단 등으로 최민식과 송강호를 잇는 연기파 배우로 떠오른 황정민이 행복, 검은집, 슈퍼맨, 그림자살인 줄줄이 말아먹고 드라마로 대박 터트리고 다시 영화로 돌아왔지만..부당거래에서도 류승범한테 밀렸지 댄싱퀸에서도 엄정화한테 밀렸지.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그냥저냥 흥행실패에 모비딕은 말아먹고..정말 이 배우가 어찌되나 걱정이 많았는데...신세계에서 맡은 정청은 정말 대박이었던 것 같다. 로드무비때 그 성난 짐승같았던 그 남자가 점점 대중배우가 되어가면서 고루한 역할들만 맡는가싶었는데...오랜만에 정말 살아있는 캐릭터를 맡은 것 같았다. 마치 백상어같은...이 배우는 역시 주연이 아니라 조연을 해야 빛나는 사람인가싶기도 하고..(이범수, 송새벽, 이문식같은..존재감은 있는데 이상하게 주연만 했다하면 영화 말아먹는 배우들) 그래도 워낙 기본 내공이 있으니 항상 나오는 영화마다 챙겨보기는 하는데 원톱은 항상 망하고 투톱도 든든한 배우가 받쳐줘야 되는...난 충무로에서 이렇게 기회를 많이 주는 남자배우는 처음인 것 같다..차승원마저도 눈눈이이, 시크릿, 구르믈 이후로 드라마만 하고 있고...(오랜 친구 장진 감독과 찍는 하이힐이 제발 성공해서 다시 영화계로 돌아오시길..)그 대단한 정우성도 드라마를 찍고 마이웨이 말아먹은 장동건은 바로 드라마로 컴백 ㅎㅎ...김명민은 심지어 말아먹은 영화가 다섯편,,,이번에 히말라야도 말아먹으면 이제 영화계에서 더이상 러브콜을 하지 않아 독립영화가 아니면 캐스팅이 안 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도...감독이 불안해서 영.....강동원도 군도 망하면 드라마 한 번 찍을 것 같긴하지만 그 영화가 망할리가 없으니 궁예질은 ㄴㄴ. 아 나는 뭐 영화 얘기하다가 하여간 삼천포로 다 흘러..글이 길어져...ㅋㅋㅋ....

아무튼 각설하고, 황정민이 그동안 본인 연기력을 너무 낭비하지 않았나..아니면 영화 보는 눈이 없는건지..그러나 이 정청 역할 너무 좋았다. 아마 다들 이 역할에 대해 폭발적인 반응이리라...그리고 이정재.,,,는 알다시피 내 윗세대들 그러니까 내 이모들이 20대 시절에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스타였다. 잘생겼지 키커 몸좋아..뜬 건 정확히 모래시계였지만(ㅎㄷㄷ) 그 뒤로 성적도 좋았다. 백야 3.98이나 영화 정사, 태양은 없다(절정이었슴..정말 이정재 이미지에 딱 맞는 캐스팅), 시월애, 선물, 오버 더 레인보우, 오 브라더스까지...초반에는 20대라는 나이에 걸맞는 영화들을 골라서 했지만 나이 들수록 지나치게(?) 잘생기고 섹시한 본인의 이미지에 벗어나 코믹스러운 연기로도 폭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연기파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부족했던 이정재..태풍, 에어시티, 기방난동사건, 트리플에서 하녀, 도둑들로 이어지는...꽤 명민했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이정재는 그닥 좋은 이미지는 아닌데다가 연기를 좀 못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태풍부터 기방난동사건까지 다 망하고...트리플이라는 소박한 드라마를 택해 (그러나 연출이 커피프린스의 이윤정이었슴..) 시청률은 초난감이었지만 이미지변신에 성공했다. 그 뒤로 예술영화를 만든다는 이미지가 있는 임상수의 영화를 찍었고 그 다음은 초대박상업영화를 만드는 최동훈의 도둑들에 참여. 난 이정재가 그닥 머리를 잘 굴리는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의 위기를 매우 잘 극복한 좋은 케이스같다. 결과적으로 난 신세계에서 이정재가 연기하는 것 보고 처음으로 우와 이정재 연기 쩌네...이 생각을 했다. 특히 결말부분에서는 거의...;;....이 사람도 연기경력이 이제 딱 20년인데 그동안 쌓인 내공이 있구나..싶었으니까. 신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황정민과 이정재에 관한 몽꾸가 되어버렸는데ㅋㅋㅋ중요한건 이자성과 정청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연기했다는거. 물론 이 영화의 연출이나 시나리오에 대해선 사실 그닥 말할게 없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이 오랫동안 준비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닥 새로울건 없었다. 그러나 낡은 것도 없었다. 무간도에서 큰 틀을 빌려와서 한국식으로 해석했지만 그 익숙한 클리셰를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고군분투한 흔적이 보인다. 그 흔적들을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이란 배우들이 멋지게 요리해주었다. 베를린이랑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생각보다 선방했더라. 500만 목전까지 갔던 걸로...470만 정도가 아마 최종스코어였지싶다...그래도 베를린은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었고 신세계는 이제 막 입봉한 신참내기 감독 작품이었는데 이 정도면 정말 잘했다. 첫 작품이 망해서 그런가 오히려 두 번째 작품이 괜찮네..역시 입봉작은 대박을 터트리면 안되는거다..ㅎㅎ...정청이랑 이장성이랑 에필로그에 옛날 이야기 보여주던데 이정재 아직 안죽었네..싶더라. 아직도 여전히 잘생겼고 섹시하고 몸매도 좋고..정말 관리 열심히 하나보다. 두 사람만 가지고 프리퀄편으로 만들어도 재미있을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시나리오 쓰셨고 제작단계까지 간 듯..ㅎㅎ....아무튼 내가 칭찬해주고싶었던건 이미 부당거래에서 다루었던 '권력'에 대한 이렇게 집요할 정도로 뚝심있고 무게감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정면돌파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점이다. 사실 하드보일드나 느와르라는 장르 자체가 고집과 끈기가 없으면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힘든 버거운 장르임에도 불구하고...아주 담백하게 잘 풀어냈다는 점..그리고 홍콩영화스러웠던 이질감마저도 매력적이었다는것..조연배우들도 매우 조화로워 좋았다.


p.s 최민식 배우님에 대해서 너무 안썼는데..그건 그가 최민식이란 이름을 가진 배우로 영화 안에서 제 역할을 다하셨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최선을 다하셨고, 예전에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 다른 배우들과 조화롭게 연기하는 것을 보니 나이 드셔도 오래오래 박근형 선생님처럼 연기하셨으면 좋겠다..




베를린


본 지 한참되었는데...

이 영화가 700만을 넘겼다더라. 축하드린다 류승완 감독님. 이 영화 잘 되셨으니 이제 야차 해주시는건 어떨까요...라고 생각했지만 베를린 차기작으로 베를린 2탄이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말들이 많았지만 황정민이 출연하는 범죄물이라고 한다. 아마도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베를린 2탄이란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꿈꾸지마시길...베를린의 마지막 장면도 2탄에 대한 암시가 아닌 그냥 영화상의 연출이었던걸로..난 2탄이 안 나오는게 낫다고 생각함.

베를린 반응 올라올때 전지현이 대단한 연기를 펼쳤다는 사람이 많았는데,,나한테 아직도 전지현은 그냥 씨에프 스타일뿐..배우로 보이진 않는다. 이 영화에서도 트렌치코트 광고 찍는 줄 알았다. 너무 예쁘더라T_T..

일단은...류승완과 하정우의 영화였다. 그리고 거기에 한석규가 조연이었고 류승범이 악당이었다. 배경은 베를린..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대로 나의 생각도 동일하다. 영화는 하정우가 주인공이었고 그는 너무나도 멋졌다. 이제 정말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적인 30대 남자 배우로 우뚝 선 것 같다. 누구도 하정우를 대신할수도 없고 그를 누를 수 있는 배우도 없다. 그는 흥행보증수표이고 재미도 보장한다. 어디서 이런 배우가 왔을까? 지금 상영중인 더 테러 라이브는 원톱임에도 벌써 200만을 넘겼다. 이제 그는 송강호같은 배우가 된 것이다. 내용은 간첩얘기다. 약 2년 전부터 구상하셨던 이야기고 이런 저런 프로젝트들이 물건너가고 흥행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 약 100억을 들여 만든 블록버스터다.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당시에 천만까지 스코어를 기록했던 7번방의 선물에 기죽지 않고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왔다.

그럼 여기서 영화 얘기로 돌아가보자면, 일단은...하정우를 제외하면 기본 얼개는 얼핏 이전에 보아왔던 영화들과 많이 겹치는 편이다. CIA, 러시아 무기브로커, 모사드, 아랍 테러리스트에 한국 정보기관인 국정원까지..거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은 심정은 알겠는데 그림은 너무 크고 절제는 안되 모사품처럼 보인다. 그리고 하정우의 캐릭터는 익히 우리가 아는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을 보는것 같은 기분이다. 오래된 장르 영화에서 가져온 설정들과 이야기 구조, 배신과 음모들이 뒤엉킨 스파이와 첩보작전. 익숙하다. 언제 어디선가 보아왔던 이야기들에 동양인의 얼굴을 입힌 것처럼 어딘가 어색하고 싼맛도 난다. 색다를 것도 없고 화끈한 반전도 없다. 그렇다고 한국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가장 히든카드는 '하정우'라는 배우. 제이슨 본같은 캐릭터를 이질감없이 매끄럽게 소화해냈고 또 류승완의 액션 연출은 명불허전. 끝내줬다. 총기 액션부터 맨손 액션까지..류승완표 거침없는 액션들이 융단폭격처럼 쉴새없이 쏟아진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주인공이 몇 명을 더 죽일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상관없는것이 되어 순전히 하정우의 액션씬을 포기 위해 가슴이 콩닥콩닥 뛰게 된다. 한석규가 비교적 하정우나 전지현, 류승범에 비해 영어 대사가 많았던 편인데 이 점에 대해서 어색했다..라고 득달같이 물고 늘어지는 분들이 많던데 그 분은 어쩔수 없었던 부분인 것 같다. 연기로도 커버할 수 없는 어떤 영역...서사나 감정의 전개같은 것에 얽매이기보다 순수한 오락영화로서 놓고 볼 때 이 영화는 성공적이었다. 재미있었고 러닝타임동안 지루함없이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시나리오에서 나온 연출의 디테일한 부분들과 액션 연출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이제 류승완은 흥행 감독으로 올라섰다. 부당거래도 히트시켰고 부담이 컸던 이 영화도 흥행에 성공시켰으니까..이제 투자자들을 류승완이란 이름에 안심하고 돈을 대 줄 것이고 류승완 감독도 제작비 부담없이 마음껏 장기를 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류승완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것일테지..베를린이 완벽한 대중영화였으니 다음 영화에서는 조금 더 류승완에 가까운 영화를 기대해봐도 될까..나는 언제라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짝패를 만든 유쾌하고 때로는 잔혹하고 누룩곰팡이같은 류승완의 영화들을 은연중에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