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것들22
더 웹툰:예고살인
분홍신 감독 작품이라 굉장히 기대하고 봤다. 평도 나름대로 좋길래 약간 기대하면서 봤는데..캐스팅 미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시영 빼고는 좀 작품과 조화롭지 못했던것 같다. 엄기준은 좋아하는 배우지만 맞지 않는 옷 입은 것처럼 영 어색하고 이질감 느껴졌고, 현우였나? 정말 최악의 연기를 보여주더만...그림은 아주 수준급이었고 (작가가 누군지 궁금한데 알 수가 없더라..) 이시영 연기도 괜찮았구, 특히나 좋았던게 공포적인 연출들..역시 그 점은 인정할만한 수준이었슴. 분홍신에서도 그 연출때문에 너무나 좋았던건데..이번에도 특히 권해효씨 등장하는 컷은 거의 그 편만 따로 단편으로 내놔도 손색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역시 결말은 흔한 공포영화와 비슷했고...요새 유행하는 웹툰을 소재로 한거라 나름 세대를 따르는 트렌디한 느낌의 영화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좀 심심했다. 그래도 미확인동영상같은 쓰레기보다는 훨씬 웰메이드..
악의 교전
悪の教典
나의 정열맨 미이케 다카시 영감님의 신작이라 잽싸게 챙겨봤던...사실 이것보다 더 보고싶었던건 짚의 방패라는 영화인데, 그 영화는 일본에서도 대박났고 여기저기서 재미있다는 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근데 아직도 못봤다ㅠㅠ 젠장 그전에 쉽게 만들었을게 분명한 악의 교전으로 미이케 전야제라는 느낌으로 일단 즐겨봄. (참고로 짚의 방패와 악의 교전은 부천영화제에서 전부 상영되었다.)
일단은...미이케 다카시 영화스럽다기보다 기시 유스케 원작에 따르려는 자아와 미이케 다카시 오리지널을 추구하는 자아가 충돌하고 있는 느낌이다. 기시 유스케의 원작과 본인의 개성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것인가..
나는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인 하사미(한자는 다르겠지만 가위랑 발음이 같음;;)가 부르는 mack the knife 휘파람소리도 으스스한것이..뭐랄까...연출이 좀 더 b급 스럽게 갖춰졌더라면 좋았을텐데 어설프게 메이저스러운 퀄리티 덕분에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가 되어버렸지만 미이케 다카시 특유의 연출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까마귀의 극단적인 클로즈업이나, 하사미가 누드로 (남자 누드 겁나 좋아하심) 운동하고 자고 씻고 등등등..눈알을 씹어먹는것도 좀 더 그로테스크했어야ㅠㅠ...
물론 중국의 조인이나 공포대극장 우두, 이치 더 킬러까진 바라지 않지만 어느 정도 우리가 원하는(??) 비주얼을 보여주실거라 믿었는데 이건 뭐 입맛에 안 맞는 스테이크 써는 느낌..칼질도 잘 못하는데 말이야..난 미이케 다카시 특유의 그 끈적하고 아주 지저분한 난도질을 좋아하는편인데(?) 우리 빠돌이들 대게 그렇지 않나요? 이건 우리의 공공연한 취향이기도 하고...뭔가 오디션에 나온 여주인공의 남자버전같기도 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나싶다. 아무리 사이코패스라지만 행동에 납득할만한 근거나 그렇게된 연유 자체가 절단되어있으니 아무래도 관객 입장에서는 마음편히(?) 즐기지 못하게 되버린셈..우리가..아니 우리라고 해야되나..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하스미가 불태워 죽인 친구가 불에 타서 인체조직만 남은채로 하스미의 목을 긋는다든지..산탄총이 그놈으로 바뀌어서 꿈틀꿈틀댄다던지,,이런 미이케스러운 미이케 오리지널의 연출들을 더 기대했다는거.
이런저런 특징적인 연출들이 있긴했으나 약간은 아쉬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난 영감님 작품을 계속 욕하면서도 보겠지만..ㅋㅋ...이게 일반관객한테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질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개봉을 한다고 하네요. 부천이야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지만...그 바깥에선 어떨지. 8월 22일 개봉이라는데..스코어가 어찌될지 궁금. 배틀로얄을 상상하는 사람이라면 그와는 0.1프로도 닮아있지 않으니 오해하지 말 것
전설의 주먹
제목도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데 영화는 더하다.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던데..요새 강우석은 제작하는 영화도 다 시원찮고 만드는 영화도 다 시원찮다. 강우석 영화라 보고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혹시나...하고 봤는데 역시나....이요원은 대체 연기경력이 몇 년인데 아직도 발성이 이렇게 엉망이라니....이요원이 등장하는 씬은 죄다 삭제하고싶을 정도로 참기 힘들었고, 유준상은 대체 이 영화에 왜 나왔나싶을 정도의 존재감..전혀 입체감없는 캐릭터..왜 나왔는지 그냥 이유 자체를 묻고싶을 정도다..황정민이야 본인 몫은 했다지만..딸과의 관계도 거의 우격다짐급이고..딸이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설정인데 그 불량한 학생들 설정도...이건 무슨 80년대 영화냐..?...정웅인도...안습.....;;;; 모든게 수준 이하. 그나마 영화에서 볼만했던 씬은 과거 회상씬밖에 없었슴. 액션씬도 그다지 리얼하지도 않았고 카타르시스따위 개나줘..ㅋㅋ...윤제문도 그다지 매력없는 캐릭터...끝까지 설득력을 가진 캐릭터들은 결국 등장하지 않았다. 이요원이 정말 내 앞에있었다면 한시간 정도는 설교할 수 있었을 정도로 막장의 끝을 보여줌. 연기자 맞냐?
그나마 고등학교 시절을 연기한 박정민, 구원, 박두식이란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그나마...이 정도로 참음..cj의 안목은 역시나 쓰레기급
인시디어스
insidious
작년 여름 끝자락에 개봉했던 제임스 완의 신작이었던 인시디어스..별 기대없이 봤는데 엄청나게 흡족했었다. 바바라 허쉬가 나온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고..나는 굳이 따지자면 공포영화 중에서 오컬트 장르를 그렇게 높이 치는 편은 아닌데 비주얼적으로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이건 정말 박수쳐주고싶었다. 보기 드문 비주얼을 자랑하는 귀신들이 어찌나 마음에 쏙 들던지..난 이런 유니크한 분장들이 좋더라. 깜짝깜짝 놀래키는 것보다 이렇게 소름끼치게 무서운 귀신들이 고민한 흔적도 보이고 창의력돋고 좋다. 제임스 완이 쏘우때 만든 그놈도 얼마나 마음에 들었었는데..이 영화는 기본 오컬트이고 퇴마사가 등장하며 영혼으로의 여행이라는 설정들이 등장한다. 물론 분위기도 약간 소름돋지만 후반부가 레알 꿀잼이니 놓치지 마시길. 이건 워낙 개봉때 인기가 많았어서 2탄도 곧 개봉할 예정이라고. 물론 캐스팅도 고대로..
내가 아웃레이지 비욘드 보기 전에 무척이나 기대했던 아라이 히로후미와 키리타니 켄타 커플..
전부 나온 분량을 다 합쳐도 10분이 안된다는 불편한 사실...
아웃레이지 비욘드
アウトレイジビヨンド
그렇다. 몇 년 전에 부산에서 상영되었던 아웃레이지의 후속작...물론 시이나 킷페이가 나온다 만다 낭설이 많았는데 그 분은 전작에서 죽었으니 나올리 없지않은가...ㅠㅠ...전편의 캐스팅들은 거의 그대로 등장하고 거기에 추가된 캐스팅도 몇 명 있다. 그 중에..키리타니 켄타와 아라이 히로후미 커플....아...기대 많이 했는데 뭐 거의 등장하자마자 셀프할복이라니..ㅡㅡ...키리타니 켄타 인터뷰 보니 뭐 여기에 목숨걸었다 이러더니만...이렇게 코딱지만큼 나와놓고 거창하기는..ㅋㅋㅋㅋㅋ내가 다 창피하다 임마..
일단은 아웃레이지하고 비슷하다. 나는 기타노 필름들이 좋은게 야쿠자를 그리 미화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외국도 마피아나 갱스터, 조폭들을 미화하는 영화는 예전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근데 기타노 다케시는 그럴 의도조차 없다. 찌질하거나 비참하거나..그 둘 중 하나다. 비욘드에서는 권력의 이동을 비롯해 그 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개같은 인간들도 적나라하게 그리고 마치 휴짓조각처럼 소모되는 말단조폭들, 또 모든것을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몽땅 정리를 시작하는 오오토모를 지나치게 차분하게 그린다. 그런데 정말 많이 늙으셨더라..ㅠㅠ...마구 욕을 해대구 으르렁 거리는데도 전혀 위악감이 없다고 해야할까..정말 많이 늙긴 하셨다. 이제 다른 오르페우스를 찾던지 하셔야할 것 같기도 하구...예전에 짱짱했던 이 영감이 기억나서 괜히 서글퍼지더라만...특히 막판에 기무라에게 목례하는 장면에서 나는 거의 울뻔했다...카세 료가 정말 점점 무서워지는게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놀랬다..원래도 연기 잘하는건 알지만,,일본어 공부하기전엔 좀 몰랐던 사실이지만 일본어를 알고 보니까 니시지마도 그렇고 카세 료도 그렇고 배역을 연기할때 아예 기본 톤부터 바뀌고 말투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바뀌어서 연기를 하니 새삼 대단한 인간들이 아닌가싶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카세 료의 말투는 실제로 그가 쓰는 말투와는 360도 다르다. 근데 정~~말 실제처럼 연기함. 막판에 오줌지릴때도 얼마나 연기를 잘하던지...배우들 연기 보는 맛도 있었고,,또한 조폭보다 더 악랄한 경찰캐릭터를 이용해 오오토모의 행위에 약간의 정당성 비스무리한 감정을 끼워넣어 후반부의 카타르시스를 조절하는 맛도 역시나 남달랐다. 이것이 내공이라는건가? 오프닝 시퀀스부터 엔딩까지. 뭐하나 부족할게 없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폭풍우가 지나고..
신비로운 바다 위에서
구름이 몰려온다.
라이프 오브 파이...몇 번을 봤는지...세 번 정도는 제대로 본 것 같고, 그냥 본 것도 여러번...몇 번을 봐도 봐도 신비롭고 또 놀랍고 새롭고..아마 다들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이어 이안 감독마저도 3D 영화를 제작한다고하니 배신감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가능할까라고 미리 여유를 퍼붓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테이킹 우드스탁의 결과가 좋지 못했기때문에 더욱더 그에 대한 믿음이 흐러졌을거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왜 굳이 이안 감독이 3d 영화를 만드는걸까...?
개봉후 모든 미디어에서는 하나같이 그를 찬양했고...이 대단한 영화에 대해서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영화를 개척했다며 환호했다. 결과 이안은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받고싶어하는 아카데미의 감독상을 말이다...정말 놀라운 결과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링컨의 스티븐 스필버그가 받지 않겠냐며 예상했었는데...멋지게 빗나간것..인도인이 주연을 맡았고 대만인이 연출했으며 미국의 자본이었고 캐나다인의 원작소설이었다. 이제 바야흐로 글로벌시대...ㅎㅎ..우리 한국인도 언젠가 저 시상식장에서 트로피를 거머쥐고 환하게 웃을 날이 오지 않을까?
아무튼...
영화는 대단했다. 몇 번을 다시 보고싶어지게 만들 정도로..대단했다! 사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 영화를 몇 달 내내 보아왔고 무엇으로 이 영화를 표현해야할까..망설였지만 이런 영화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것 같다. 백문이불여일견. 내가 온갖 미사여구로 그를 찬양하는 것보다 무조건 보라고 말하고싶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영상들, 신비로운 스토리텔링, 주연이었던 리차드 파커의 완벽한 그래픽 구현....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공간 연출도 너무 아름다웠고, 특히 그 고래가 등장하는 씬이랑 미어캣이 사는 섬 연출은 뭐...등에 소름돋을 정도로 대박이었다. 결말에 대해서 분분한 이야기가 있지만 원작 소설을 안봐서 원작엔 어떻게 나와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결말에 대해서 결국 판단은 우리의 몫이 아닌가싶다. 우리가 믿고싶은 이야기를 믿으면 된다. 리차드 파커와의 길었던 여정을 믿고싶은 사람은 그 환상을 가슴에 품는 것이고 배고픔과 분노, 절망에 미쳐 서로를 죽였던 현실적인 스토리를 믿고싶으면 그 이야기를 믿으면 된다. 나는 책 한권에 의지해 비상보트를 만들고 비상식량에 의지해 차가운 바닷물 위에서 호랑이와 공생하는법을 터득한 파이의 이야기를 믿는다.
삶의 의지와 인생의 비법을 알려준 소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런 환상적인 동화를 보여주고 체험하게끔 만들어준 이안 감독에게도 너무나 고맙다. 브로크백마운틴 이후로 두 번째 수상인데 정말 축하드리고..앞으로도 좋은 영화. 오래오래 만들어주시길...이 영화는 그야말로 인간과 기술의 조화로운 승리가 아니었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