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섬이 아니다.
예전에 아주아주 오래전에 봤던 염세주의적인 기질때문에 인간은 섬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던 남자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결국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고 내적변화가 일고 훈훈하게 끝나는 내용의 영화가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거 생각하다가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piece of continent)이고 어떤 대양의 한 부분(a part of maine)이라는 구절을 쓴 시인이 생각났다.
집에 오다가 자면 도봉산까지 갈 것 같아서 지하철 광고같은거 읽으면서 계속 이 생각을 하면서 왔다.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해도 나를 약하게 만들고 그 이유는 나란 존재는 인류에 포함되어있기때문이라고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기때문에 이를 위해서 사람을 보내지 말지어다. 라고..
이 시는 떠오르는데 누가 쓴건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마을버스로 갈아타고서야 겨우 생각이 났더랬다.
16-17세기에 성직자이자 시인으로 활동했던 영국태생의 존던이란 사람의 시였다.
위키백과에는 대담한 위트와 복잡한 언어를 구사한다고 씌여있다.
물론 난 잘 모른다.
thee같은 단어를 쓰는걸보니 퀘이커교도가 아닐까하는 정도만 유추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인간은 섬일까 섬이 아닐까?
내가 예전에 사춘기가 내 얼굴에 남긴 생채기가 거의 아물어 갈 무렵에 보게된 만화 기생수에서 나는 근본적으로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정자와 난자의 생물학적 결합으로 내가 10개월 후에 자연스레 잉태된 것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기생수에서 기생생물이었던 타미야 료코는 우리의 삶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원론적으로 작가가 원한건 독자가 이것을 읽고 인류의 존엄성이나 생명의 소중함을 따지기전에 좀 더 철학적으로 접근하길 바랐던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철학은 매우 중요하다. 왜 태어났고 왜 살고있고 왜 존재하고 왜 죽음을 향해 가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 그런지는 나도 아직 정확한 근거를 찾지 못해서 모르지만 어쩌면 이 사고(思考)에 합당한 근거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1세 이전에 어떤 의미의 여행(journey)을 시작한건지도 모른다.
그것이 죽음을 향한 여행인지 존재의 의미를 찾는 여행인지는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쩌면 죽음을 향해 가는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하든지 돈이 필요하다.
예술을 하는데도 돈이 든다.
그래서 그것을 악마의 금전이라 부르기도 했다.
어쩌면 돈을 벌기 위해서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톱니바퀴가 되어주기 위해 태어났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생각하면 뇌가 터질 것 같다.
그런 인생은 별로 살고싶지 않은데 벌써 그렇게 된 것 같아 통탄스럽다.
요새는 별 잡스러운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나 스스로도 정리가 잘 안되는 망상을 엄청나게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꼭 이렇게 되는데 꼭 끝이 안좋다. 내키지 않는 일은 시작하질 말았어야했는데...
나좋자고 엄마한테 불효하고싶지 않았다.
이런걸 보면 난 되게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쓸쓸하면서도 되게 뿌듯하다.
이제 정말로 진정한 고독의 의미에 대해서 알게된것도 같다.
그런데 하기싫은건 하기싫은거다.
어차피 내 인생은 딱 한 번뿐인데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감정을 소모하는건 비생산적이다.
근데 또 하고싶은대로 하고살면 그건 어른이 아니다.
모든 것에는 논리가 존재하는데 그 논리를 부정하고싶어지니 나는 아직 철이 덜 들었나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인간은 섬일까 섬이아닐까
나도 모른다.
각자 다르니까...각자의 생각이 너무나도 다르니까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고 시끄러울 정도다.
그래서 재미있는게 아닐까..그래서 우리는 섬일수도 아닐수도 있는것 아닐까.
고독을 즐길때도 있고 또 모여서 다양한 주제에 열띈 토론을 하면서 관계도 맺고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끈질기게 추격하고(?) 사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사회적이다. 섬이 만나면 열도가 되고 열도가 붙으면 대륙이 되겠지. 우리 모두는 대륙의 한 부분이니 서로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야.
살면서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고 살게 되는데, 그게 친구가 되었든 부모가 되었든 쌍둥이 형제가 되었든 스승님이 되었든 애인이 되었든간에..어쨌든 다들 잘 부대끼고 사는데 그게 썩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은 내가 생각하는것 이상의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데 그게 죽을때까지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그것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싶단 생각을 많이 한다.
되도록이면 나를 빨리 만나주어라.
그리고 끈기있게 기다려다오.
요새 나도 생각정리가 잘 안되서 말할때 오래 뜸을 들일때가 많아지는데 이게 설마 나이먹은 증거는 아니겠지..
YOUNG & BEAUTIFUL
YOUNG & INNOCENT
YOUNG & RICH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