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도둑들의 두번째 삶>
이름이 익숙해서 누군가했더니 <타이거팩토리>의 그 감독이었구나. 현재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에서 우리 세대의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새로운 작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이 우밍진이란 감독도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감독중 한명이다. 데뷔작이었던 <월요일 아침의 천국>은 우밍진 감독이 지금의 내 나이때쯤 만든 영화다. 2002년 발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였는데 신예치고는 대담하게 절제되어있는 컷들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를 얻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대됬었고, 베를린과 로카르노에서도 선보이는등 아시아의 새로운 작가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국내에 들어오는 영화들은 미국이나 유럽 영화가 많기 때문에 아시아권 영화들은 되려 상영되기 어려운 여건인데, 꾸준히 매년 부산에서 소개되는 영화들만 봐도 아시아에 얼마나 대단한 작가들과 젊은 패기들이 많은가 알 수 있다. 내가 아는 말레이시아권 영화감독이라고 해봤자 야스민 아흐마드, 셍 탓 리우 정도였는데 우밍진의 이름 또한 외우게 해 준 영화가 <타이거팩토리>와 <파란 지붕>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말레이시아에서는 뉴웨이브의 흐름이 있었다. 그것을 주도한 감독이 우밍진이나 셍 탓 리우같은 젊은 감독들이고 그들에 의해 말레이시아 뉴리얼리즘이 태동하고 있다. 이번 영화도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멋진 영화가 되리라 믿는다.
<내 생애 첫번째 마가리타>
나에게는 미국여자의 상징과도 같은 마가리타. 제목을 잘 쓴듯ㅠㅠ
주연 여배우는 프랑스, 인도 혼혈의 칼키 코에츠린이고 감독은 인도의 여성감독 소날리 보세이다. 인도영화 잘 보지도 않고 추천도 안하는데, 이 영화 매우 느낌이 좋다. 델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만든 첫영화인 <amu>는 인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과 그로 인한 전쟁을 21살의 여주인공 카주와 연결시킨 인상적인 소재의 영화로 공개된 후에도 반응이 매우 좋았던 영화였다. 이후로 영화작업을 쉬면서 12년에 베다브라타의 영화 치타공의 각본을 함께 쓴 것 말고는 이 영화가 오랜만의 복귀작인 셈이다. 아주 좋아했던 감독은 아니지만,
인도사회에서 터부시 되어 오던 여성의 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미국을 배경으로 대담하고 세련되게 그려낼 것이라는 믿음이 이 영화를 보고싶게끔 만들고 있다. 첫 작품 치고는 매우 섬세한 감성들이 돋보였던 9년전의 작품과 어떤식으로 달라졌는지도 궁금하고.
모델로써 세련된 커리어를 쌓고 있던 칼키 코에츠린의 연기도 매우 기대된다.
<수도승>
올 해 미얀마 최고의 수작이라는 평에 과장이 없어보인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할 미얀마 영화인데, 미얀마의 시나리오 작가 민 응과 영화감독인 테 마우 나잉이 함께 3년간 구상, 작업한 영화로 최초로 처음부터 끝까지 독립적인 버마언어로만 구성된 영화는 이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것은 프라하의 FAMU영화학교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만들어졌고 버마에 구현된 외교부 Transition program의 적극적인 도움을 얻었다고한다.
이 영화는 올 해 까를로바리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미얀마 영화역사에 있어서 매우 뜻깊은 영화가 될 것이다. 미얀마를 무대로 한 영화는 있어도 버마어로 된 영화를 보는 것은 처음인데 매우 기대된다.
<트랙 143>
이스라엘, 이란, 아프가니스탄의 영화들이 종종 많이 소개되는데 이 영화는 테헤란 출신의 나르제스 아비아르 감독의 신작이다.
이란의 전쟁 드라마이자, 이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영화이다.
<백일염화>
오오우옹1!! 드디어!!!!! 부산에 오는군요!!!!!
계륜미!!!!!!!!!!!!!!!!!!!!!!!!!!!!!!
장양의 영화에서 시나리오를 썼던 디아오 이난의 작품으로 올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과 은곰상을 수상한 최고의 화제작이죠.
치명치명한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해 나락으로 빠트리는 팜므파탈영화는 기존에도 많았지만 백일염화의 주인공인 계륜미가 맡은 팜므파탈은 기존의 영화들과는 성격이 전혀 달라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탐정소설에서 영감을 받은듯한 미쟝센들과 설정이 익숙하지만 파워풀하고 정교한 느와르.
중국에서는 올 해 3월에 개봉을 했고 국내에서도 겨울 즈음에 개봉할 것 같네요.
<틈입자>
대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왕 샤오슈아이, 또는 왕소수. 그의 신작!!
개봉을 해준다면 좋겠지만....단관개봉이라도 좋으니 부산에서 상영이 끝나면 꼭 서울에서도 해줬으면 좋겠다.
<북경바스터즈>, <동궁서궁> 등의 장위엔과 함께 북경영화학교를 졸업한 중국 6세대의 대표적 아이콘인 왕 샤오슈아이는 <소무>, <스틸라이프>, <천주정>의 지아 장커와 함께 현재도 검열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변절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블록버스터로 옮겨간 루 추안, 조금 소프트해진 장양, 동시대 작가들과 조금 다른 독보적인 길을 걷는 로우 예, 이제 완전히 중국 당국의 입맛을 대변하는 영화만 만드는 느낌의 펑 샤오강 등에 비하면 지아 장커나 장위엔, 샤오슈아이는 꾸준한 길을 가는 것 같다.
물론 6세대 감독들 모두가 검열과 탄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너무나도 비참한 사회적 현실에 처해져있지만, 당국내에서가 아니라 해외에서라도 완전한 편집본으로 볼 수 있다는게 고맙기도 하다..지아 장커가 끊임없이 중국 내부 고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면 샤오슈아이는 조금 더 개인적인 경험과 자전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영화가 많다. 그러다보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단 느낌도 들지만 뛰어난 이야기 전개능력이 그런 단점들을 보완한다. 특히나 최근작이었던 <열한송이 꽃>은 그의 장점이 극대화된 영화이기도 했다. <레드 암네시아>는 단편을 제외하고 그 3년만의 신작으로 역시 문화혁명이 이야기의 중심이며 이번에는 그 다음세대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본인의 영화안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그의 정체성이 점점 더 확고해지는 느낌이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이 영화도 그냥 원제인 <스틸 더 워터>가 좋은데 왜 이렇게 쓸데없이 제목을 바꾸는지.....ㅠㅠ..
일본 원제는 2つ目の窓 두번째 창문이라는 뜻이지만 영어 원제가 still the water.
두 주연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연기경험이 전무한 아이들이고 가와세 나오미의 전작들에 이은 생과 사를 주제로한 영화이기도 하다.
백색의 도화지같은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성과 삶, 삶과 죽음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가 나오긴 하나 좀 더 간결해진 느낌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상영중인데 평은 좋은편. 신선하고 아름다우며 생과 사를 바라보는 느낌이 좋다는 평이 자자하다.
<가부키초 러브호텔>
가부키초 러브호텔과 <사요나라 가부키초>. 이 제목에서 오는 영화내용의 느낌이 전혀 다른데 왜 또 제목을 이따위로 바꿨는지..내가 다 항의하고싶어지네. 가부키초 러브호텔이란 자극적인 제목이 관객을 더 불러일으킬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원제의 <사요나라 가부키초>는 아련하면서도 감성돋는 제목인데, 그냥 러브호텔이라고 해버리니 뭔가 19금영화같음.
2015년 1월에 개봉예정인데, 국내에서도 개봉할거면 제발 제목 좀 원제대로 해줬으면...
마에다 아츠코는 에케비에 있을때 인기원톱이라 (지금도;;) 함부로 뭐라뭐라 못했는데 그룹에 있을때 너무 싫었던 기억이ㅠㅠㅠㅠ얘를 처음 본게 에케비도 아닌 <내일의 나를 만드는 법>이란 영화. 나루미 리코가 너무 예쁘기도 했고 얘가 워낙 못나게 나와서..이런애가 일본 톱아이돌 인기원톱이라니...믿을 수가 없다는 식이었는데, <고역열차>와 <모라토리움기의 타마코>를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연기 쫌 하는데? 라기 보다는..아이돌치고는(?) 영화 안목이 좋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차라리 연기로만 따지만 마에다 아츠코보다 오오시마 유코쪽이 더 내스타일인데 마에다 아츠코가 선택하는 작품쪽이 나랑 더 잘맞아서 우연스럽게 얘가 나오는 영화는 거진 다 보게되었는데 생각보다 좋다. 안목도 좋고 영화취향도 알고보니 덕후더라. 나름의 친근감..
이번 영화는 꾸준히 영화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히로키 류이치의 신작이다. 취향으로 따지면 <바이브레이터>, <동경쓰레기여자>, <sm작가>, <부드러운 생활>같은 초기작이 더 좋지만 최근에 내고 있는 <리버> <괜찮아 3반> <노란 코끼리> 등도 작가적 성숙이라 생각해보면 매우 훌륭한 결과물이 아닌가싶다.
1등 뮤지션을 꿈꾸는 사야역에 마에다 아츠코, 1급 호텔의 지배인이 되고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고 가부키초의 러브호텔 점장을 하고 있는 토오루역엔 소메타니 쇼타. 요새 웬만한 좋은 영화들에 꼭 들어가있는 소메타니 쇼타는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젊은 실력파 넘버원으로 불리우고 있다. 사야의 음악 프로듀서로 오오모리 나오도 출연하고, 호텔 청소원의 남편이자 시효가 만료되길 기다리는 지명수배자역엔 마츠시게 유타카도 출연한다. 소메타니 쇼타와 마에다 아츠코는 사랑스럽지만 제멋대로인 권태기를 느끼고 있는 커플을 연기하는데, 이 커플을 중심으로 5개 조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가부키초 러브호텔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제 어느덧 소메타니 쇼타가 나온다고 하면 먼저 믿고 보게 되어버린...그만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이뤄낸 이 배우에게 왠지 모를 뿌듯함도..
<이별까지 7일>
이 영화의 원제도 우리 가족이라는 뜻인데 또 멋대로 이별까지 7일이라는 신파성 제목으로 바꿔버림ㅡㅡ
이시이 유야 감독도 참 꾸준히 자기 캐릭터를 미는 감독 중 한 명인데, <사와코 결심하다>, <당신과 걸어가며>, <논두렁 댄디>, <미츠코 출산하다>, <배를 엮다>에서 보여준 장기가 이번 영화에도 그대로 녹아있을 예정이다.
아주 사소한 사건들로 엮어진 가족과 주변인들을 통해서 사건이 감정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사소하고 사소하다 못해 아기자기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는 것. 원작은 하야미 카즈마의 소설로 국내에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일본에선 꽤 인기있는 작가로 이 소설은 본인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최근 이상일 감독의 <악인>을 기점으로 <마이 백 페이지>, <작은집>, <동경가족> 등 사회적인 메세지나 가족의 의미를 되살려보는 의미있는 영화작업을 연이어가고 있는 츠마부키 사토시. 배우로써 한차례 성장한 모습이 감격스럽다. 보통의 꽃미남 스타 배우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역할의 대중소를 가리지 않고 본인이 필요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ㅠㅠ. 드라마는 전혀 하고있질 않아서 덕후들이 못내 아쉬워하고 있지만 영화팬으로써는 좋은 영화에 계속 출연해줘서 너무 고마울 지경.
특히나 최근 가족영화 행보는 완전 그레이트. 그런데다가 긴 시간동안 스캔들없이 완벽한 사생활커버로도 언급됬었는데 최근엔 열애스캔들까지 터져 인간적인 면모마저 보여주고 있는 오빠.ㅎㅎㅎㅎ
최근 이 행보는 가족을 가지고싶은게 아닌가싶을 정도로 놀라운데...이번 영화는 소소한 행복과 사람들이 놓치기쉬운 일상의 디테일들을 간파해 그대로 드러내는 이시이 유야 감독의 장점이 극대화될 영화같다.
감독님은 내한하실 예정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불같이 예매
<아내의 무덤에 무슨 일이?>
이란 출신의 영화감독 카말 타브리지의 놀라운 신작.
테헤란 출신에 꾸준히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있는 카말 감독은 바흐만 고바디, 마지드 마지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의 감독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란의 아티스트로 정치적, 문화적으로 핍박받는 환경에서도 이란의 역사와 정치의식을 꾸준히 보여주고있는 멋진 감독이다. 오래전에 <리자드>란 영화로 전혀 자극적인 상황이나 흐름이 어색한 상황으로 만드는 억지연출이 아닌 상황설정과 대사, 연기만으로도 멋진 코미디를 선사했었는데 이번 영화도 아주 멋진 블랙코미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는 무조건 봐야하는!
<공범>
대만의 떠오르는 신예 장영치의 신작. <터치 오브 라이트>를 인상깊게 본 관객이라면 절대 쉽사리 지나칠 수 없을것.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유시앙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섬세한 터치로 많은 이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 장영치는 2년전에도 부산을 찾아 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한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접근하는 세 명의 청소년을 그린다.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타이페이영화제에서 오프닝을 장식했고 (폐막은 미드나잇 애프터) 베를린에서 공개된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집짓기>
두 10대와 그 소년들의 여동생인 세 사람의 유목민 이야기를 그린 전작을 느슨하게 리메이크한 블랙 코미디다.
전작 또한 부산에서 상영된적이 있는데 그 실험적인 연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 몸을 베베 꼬아야만 했다. 아딜칸 예르자노프는 카자흐스탄 영화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젊은 작가인데, 그의 영화 속 주제는 언제나 한결같다. <오너>와 <컨스트럭터>. 전작의 시점이 컨스트럭터의의 시점이었다면 이번에는 오너의 시점인 것일까? 불법으로 점거한 집에 대한 소유를 주장하고 경찰과의 갈등을 겪는 등. 대부분의 씬이 마치 아키 카우리스마키에게서 영향을 깊게 받은 듯한 인상이 강하게 든다. 칸영화제 특별상영작으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젊은 작가에게 귀기울여보시길.
<내남자>
그리고 가장 기다리고 있는 쿠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의 내남자!
<안테나>라는 영화로 처음 알게 된 감독인데 <논코 36세>, <가이탄시 스케치> 그리고 작년에 개봉한 <여름의 끝자락>까지.
잔잔한 일상 사이에 숨겨져있는 금기와 욕망, 그리고 주인공의 숨겨진 자아가 눈을 뜨는 과정까지. 꾸준히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쿠마키리 감독의 신작 <내남자>는 나오키상 수상작인 사쿠라바 카즈키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아사노상 주연작으로는 <비욘의 아내>나 <술이 깨면 집으로 가자>까지는 매우 좋았는데 <토르>랑 <배틀쉽> 이후로는 뭔가 갈피를 못잡고있는 느낌ㅠㅠ떼거지로 나오는 영화에서 잠깐씩 얼굴 비추다가 오랜만에 주연작을 맡은게 <내남자>인데 평이 생각보다 좋아서 안심이 되었다능ㅠㅠ
원작이 워낙 훌륭해서 원작의 느낌만 살려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메타니 쇼타와 함께 신성으로 떠오르는 니카이도 후미(미야자키 아오이의 다운그레이드 버전)가 아사노상과 더불어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는 이야기부터, 원작도 멋지지만 영화만의 개성과 장점도 가지고 있어 소설과 영화 모두 만족했다는 평까지. 오랜만에ㅠㅠ 실로 오랜만에 아사노 타다노부 주연작으로 굉장한 영화가 나온 것 같다ㅠㅠ
어서 보고싶어 몸살날듯ㅠㅠㅠㅠㅠㅠ
저는 이 영화'만' 보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