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sleep all day
ducja
2009. 6. 25. 03:00
하루종일 잤으면 좋겠다.
오늘은(어제는) 여러모로 나른하고 배터지는 날이었다. 방전된 배터리에 충전시키고 왔다.
그러니까 처음 만화책 봤던게 삼촌 방에서였지. 체인지 가이, 슬램 덩크 이런거..그리고 이현세 만화들. 작은 삼촌이 이현세 만화를 너무 좋아해서 어릴때부터 그림 따라 그리던걸 봤었는데 정말 예술이었어. 막내 이모랑 삼촌들이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마치 그걸 내 재능인양 착각했던것 같아. 그것들 쓰레기라고 엄마가 다 갖다버려서 나중에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이모가 서울에 올라와 살 때도 이모 방에 만화책이랑 만화 잡지가 한가득이었는데 날 못보게 했었다. 엄마도 내가 만화책 보는걸 싫어해서 피아노 의자에 숨기고 몰래 보다가 들키면 불같이 화를 내고 왜 그렇게 때렸는지..아빠는 내가 그런줄도 모르고 당연히 공부시킨다고 버럭버럭 화만 내고..죽어도 그림 그린다고 성질 부리고 입은 쭉 나와서 아무 말도 안하고..지금 생각하면 그 고집스러움이 얼마나 웃긴지..다 알아서 잘 될텐데
동물이든 사람이든 조금만 지도해주면 알아서 제 살 길 찾는다던 노숙자 할아버지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엄청 더운 여름이었는데 종각이었지. 광화문까지 버스 탈 거 뭐있냐며 바득바득 걸어가다가 지쳐서 종각역에 있는 대리석 의자에 앉아있는데 그런 얘길 들었어. 오늘 또 문득 생각을 해 보았지, 인간은 어디서든 주어진 환경에 익숙해져서 잘 살잖아. 무엇을 해먹고 살든, 씨앗 뿌리고 수확하고 그것 말고 제 앞가림 하는게 성인이 된 인간의 첫 번째 목표라면 나도 당연히 그걸 해야되고 그렇게 되고 말겠지
왜 이렇게 인간이랑 엮이는게 싫은지 오늘은 두 번이나 구역질 날 뻔 했다. 난 아무래도 그르누이같은 성격을 못 버렸나보다. 인간은 변할수 없다는게 정말 진리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노력이란걸 해서 재능이란게 주어졌는데 이걸 제대로 굴리지 못하면 나는 나에게 만족도 못하고 성질만 부리는 노처녀로 늙은 확률이 크고 조금 더 디깅을 하면 나는 진짜 천재 주니어쯤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을 깜짝 놀래켜줄수 있지 않을까? 매력만 흘리고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골탕먹일수있지 않을까? 정해진 운명이나 규칙, 법칙, 완결 이런건 그냥 겁쟁이들이 일이 안 풀리면 푸념하듯이 내뱉는 말이고 나는 그딴거 안 믿어, 약속이나 말같은 얄팍한것도 안 믿는다.
그러면 뭐가 되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