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찬※상§영*중



김인선 감독의 장편데뷔작 [어른도감]. 자극적이진 않지만 담백하고 편안한 맛이 있다.

엄태구라는 배우를 굉장히 좋아하는지라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메모해놓고 챙겨보는 편인데 감독님이 다른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던 배우의 각지고 투박하고 남성미 넘치는 얼굴에서 철없고 귀여운 재민이를 발견했나보다. 감독님들 뭐하냐 엄태구=멜로 얼굴이다. 덕자가 보장해..

엄마는 경언이가 두 살때 즈음에 떠나서 얼굴도 모르고 삼촌도 갓난아기때 찾아오고 그 뒤로 연락을 끊은지라 남남에 가까운 관계.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 이후, 갑자기 나타난 낯짝이 두꺼운 삼촌 황재민. 전작인 [수요기도회]나 [아빠의맛]에서도 그랬지만 [어른도감] 에서도 단절되었던 관계에 새로운 관계가 유입되면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되었든 부정적인 결말로 이끌던 결핍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 안에서 만들어지는 제 3의 감정을 다룬다.

재민은 아이돌 가수를 꿈꾸느라 형과는 관계가 소원해졌고 경언은 편부가정에서 모자람이나 넘치는것 없이 적당히 행복하게 자랐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 너머에 있는 무지개같은 엄마의 온정이 결핍된 중학생이다. 삼촌 재민이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8천만원을 훔쳐와 빚갚는데 쓰고 철없는 아줌마들 지갑에서 푼돈이나 뜯어내는 바닥이지만 성격만큼은 모난곳없이 자란 것 같다. 음식도 맛있게 만들어주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동그랗다. 애어른이라지만 경언이는 아직 자신에게 큰 그림자가 되어줄 어른이 필요하고 이미 다 컷다지만 철없는 삼촌 재민에게는 불을 켜두고 자신의 존재를 반겨주는 가족이 필요하다.

현실에서라면 내 아버지의 보험금을 가로채 자신의 빚을 갚느라 쓴 삼촌을 당장 경찰서에 신고하고 고소하고도 남을 스토리지만 영화적 허용이라고 봐줄 수 있는 이유는 엄태구의 얼굴때문이 아닐까? 당장 권투글러브를 끼고 상대방을 향해 매섭게 라이트훅을 날리고 포효를 내지를 것 같이 생겼지만 너무 귀엽다. 명색이 제비인데 제비짓이 서툴고 오랫동안 남성과 인연이 없었던 약사 점희와 대화가 오가는 씬에서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포근하다. 물론 사기꾼이지만 밉지 않다.

어찌보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3명의 등장인물은 나름대로의 큰 결핍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다. 아버지를 잃고 보험금을 돌려받기 위해 똑바로 정신차려야한다고 자신을 타이르지만 경언이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어린아이이고 재민은 큰 건 한탕을 하고 음식점을 차린다고 하지만 여러모로 어설프고 감정적이다. 점희 또한 오랫동안 자신만의 세상속에서 살아왔던 여성이기에 남성이 낯설지만 그에게 숨겨둔 딸이 있다고하니 마음이 동한다. 결핍은 새로운 감정을 끌어내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모든 사기극이 탄로났지만 경언이 점희와 보냈던 시간들을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했던건 둘 사이에 있었던 인간적인 감정들은 진짜였기때문이다. 한가지 감독에게 아쉬운점은 경언과 재민의 마무리는 훌륭하게 끝냈으면서도 점희와의 시간들을 경언의 쪽지 한 장으로 마무리한 점은 조금 아쉬웠다.

어른이 된다는 것, 너무 어려운 일이다. 영화에서도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실한 해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 잠시 보류하자고 말하는 것 같다. 그게 아마도 점희와의 관계를 유야무야 끝낸 이유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디테일들이 좋다. 재민이 요리를 해주거나 밤에 경언이를 산으로 데려가는 장면이나 마지막 장면들. 포근하고 둥근 감정들이 내 주변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고는 있었지만 엄태구와 재인의 연기가 재미있어서 보는 맛이 있었다. 밤바람이 쌀쌀한데 이 귀여운 영화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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