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이 나서 SBS VOD를 찾아보니 무료로 풀려있길래 단숨에 다 봐버렸다.

오래전에 본 드라마라서 내용이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났지만 최강희의 헤어스타일과 패션만큼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이 당시에 너무 상큼하고 예뻐서 많은 여자들이 좋아했었지..그 복슬복슬한 숏컷이랑 늘어지게 입은 롱 티셔츠와 뱅글류의 팔찌. 그리고 레깅스 패션. 초 히트 아이템이었음...ㅎㅎ....





아..너무 예뻤다. 오은수-





드라마는 두 개의 파트로 나눠져있다. 연하남 태오와 이야기가 전반이고 후반에는 영수와의 이야기가 메인이다.

장난처럼, 우연처럼 아니 필연처럼 만난 태오와의 술자리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모텔로 향해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거라 생각하고 나온 은수였지만 그 이후로 태오와 꽤 진한 사랑아닌 사랑을 나누게 된다.





태오가 나중에 은수와 헤어진뒤에 문자로 은수에게 날 사랑한적이없다고 말하지만...

그랬을까? 정말 은수가 구남친의 결혼소식을 듣고 속상하기도 하고 외로운 마음에 단순하게 태오를 만난 것일까? 자신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이 드라마를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나이들고 다시 보니 대사와 상황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혀 쉽게 지나치지 못하게 되었다. 태오는 은수와 헤어진 후에 은수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만을 떠올리고 은수는 그에게 못해준 기억들만 자꾸 떠올랐다고 한다. 어찌 보면 그를 정말 온전히 사랑하지는 못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태오를 정말로 좋아하고 그 시간들을 정말 행복하게 보냈을거다..

태오와 사귀는 시간동안 너무 귀엽고 예쁘고 잔망스럽고 그야말로 연애 초기 풋풋한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태오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수입도 불안정한 20대의 영화감독 지망생이고 은수는 사회에서 자리잡아 가고 있는 30대의 직딩이자 안정된 미래를 원하고 있다.

두 사람이 헤어질거라는건 이미 알고있었으나 그 사랑한 시간은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다. 과거에 변하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 그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충실하게 그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애써 지우려할 필요없이 그 시간의 우리들은 서로에게 충실하고 온전히 뜨겁게 사랑했다고 추억해도 좋을 것 같다.






태오와 사귈때 이미 억지로 소개팅을 받은적이 있는 영수씨.

하얀거탑, 커프 등으로 부드러운 서브남의 이미지가 차오를만큼 차올라있던 이선균이 영수씨를 맡아 혼연일체가 되어 연기해주었다. 지금 봐도 이 남자 너무 좋다. 태오의 뜨겁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랑도 좋지만 은수가 원했던건 숲처럼 바람처럼 그리고 커다란 나무처럼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말하지 않아도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게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햄버거와 분식을 먹고 시간에 쫓기던 태오와 달리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제대로 먹는 영수씨. 어느 인생에나 아픔은 존재하지만 아픔을 그대로 담아두는 것이 뭐 어떠한가..시간과 함께 아픔도 옅어져가겠지, 억지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밀어내는건 후회로 가는 지름길.







영수씨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드라마 종영전 한 번의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만약 내가 은수의 입장이라면 약간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단 생각이 당연히 들었으나...그동안 나와 함께한 이 남자를 믿고 손을 내밀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라면 말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우리는 그 위험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고 똑같은 이별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내 마음에 상처를 입고 또 그 아픔을 깊숙이 밀어넣고 또 새로운 시작을 한다. 알면서도 우리는 어리석은 사랑을 반복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꽃이 지고 또 다시 아름답게 피어나듯이 너무나도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기때문이 아닐까.


은수와 태오, 영수씨의 이야기 외에도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재인과 유희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사랑이 아니란걸 알면서도 재력만 보고 결혼한 후에 온갖 후회를 다하고 이혼하고 유준이를 만나게 되는 약간 모자라보이지만 귀여운 푼수 재인이. 대기업에 다니면서 능력있고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지만 가슴속에 품고있는 뮤지컬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꺼내들고 용기있게 도전하는 유희. 그리고 소설에서보다 비중도 적어지고 재인이랑 어영부영 이어지는 유준이..좀 아쉽긴 하지만 다시 봐도 재밌었다. 싱그럽고- 여름하면 생각나는 드라마 중 하나.

여름하면 생각나는 드라마...네 멋대로 해라...ㅠㅠ...죽기전에도 정주행하고싶을듯..

로맨스가 필요해 (정유미x이진욱) ...이것도 다시 보고싶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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