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활 좋아하는 이유
첫째는 흑백+시네마스콮+35mm
둘째는 우디 앨런 영화라서
셋째는 다이앤 키튼이 나와서
넷째는 70년대 영화라

최근엔 독립영화도 거의 다 디지베타고 데이빗 린치나 마이클 만같은 거장 감독들이 슬슬 필름을 그만두고 디지털로 촬영을 많이들 하니까..사실 디지털이 필름보단 돈도 덜 들어 비용이 확 절감되니까 그런 면에서 좋은건 알겠는데 확실히 디지털이 필름만 못한 것 같다. HD로 찍은게 선명하고 색감이 훨씬 생동감있긴한데..디지털로 촬영된 영화나 영상물들이 필름보단 훨씬 덜 낭만적이고 너무 생동감 느껴지다보니까 오히려 이질감 느껴진다. 나같은 필름 마니아들에겐 특히나 흑백덕후에 게다가 2.35:1 시네마스코프 쓰리 콤보 덕후인 사람들에게 필름이 창고 안으로 밀려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에다 보관해놓은 필름들을 만지면 흠모해마지 않는..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얼굴이 담긴 레드 리버의 35mm를 몰래 지갑에 넣는 짜릿함..
맨하탄은 내가 좋아하는 세가지를 모두 가진 영화다. 35mm 흑백 필름에 시네마스코프다.
우디 앨런의 맨하탄을 처음 본것은 3년전엔가 했던 우디 앨런의 기획전에서였다. 애니홀보다는 지지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낭만적인 필름 영화의 매력과 우디 앨런식의 뉴욕 클래식 로맨스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순위권에 진입해있는 영화가 맨하탄이다. 최근의 영화들을 보고 우디 앨런이 누군지 잘 모르겠다면 맨하탄과 애니홀에 나오는 그의 캐릭터를 그대로 인지하면 되다. 신경증적으로 떠들어대는 지속적인 수다와 강박적으로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이해시키며 권유하고 강조하는 소심한 남성.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아 보이는 왜소하고 다량의 (그러나 약간은 염세적인) 지식이 작은 머리에 꽉 차있는 남자.
맨하탄은 그의 영화 역사에서도 특히나 낭만적인 영화다. 카이로의 자주빛 장미만큼 내용으로 무드를 잡아주진 않지만 약간의 노이즈가 낀 흑백의 필름에 검은 실루엣만 보이는 두 남녀가 다리 밑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은 그야말로 마술같은 순간인데 뉴요커임이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바로 그 순간만큼은 실크스크린을 뚫고 그 안으로 들어가고싶을 정도..
언젠간 나도 라스트 액션 히어로처럼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하고 언제나 뚫어지게 보고있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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