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눌이가 어글리 우먼 얘기를 해서 내가 분명히 그 영화 가지고 있는거 같아서 무수한 CD더미를 뒤지다가 차녕이가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얘기한게 생각나서 그 영화도 있나 하고 찾아보았는데 있더라. 그래서 무심코 돌려서 보다보니 외모 지상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의도가 조금 빗나가 우스꽝스런 컬트 영화가 된 어글리 우먼하고 내용은 다르지만 요지는 비슷한것 같았다. 두 영화의 나이차가 자그마치 20년이지만 따지고 보면 여자들이 복수하는 내용이니까..그렇게 되면 복수의 립스틱이나 애꾸라 불린 여자, 멀게는 수라설희 오바해서 프리즈 미까지 모두 한 가족 아니겠는가. 그렇게 또 영화 삼매경에 빠져있다가 한달전에 보고 펑펑 울고 불고 생난리를 쳤던 우리집에 왜 왔니와 겹치는 영화의 이름이 드디어 기억났다. 아네스 바르다의 방랑자였다. 얼마전 아이공에서 회고전을 해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2년전에 자크 드미와 아네스 바르다의 세계에 풍덩 빠져 영어 자막도 없는 영화를 보느냐고 진땀을 뺏었는데..
그녀와 꼭 닮은건 아니더라도 내용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최근 한국 영화의 대세는 어디선가 본듯한 고전 영화의 이미지와 겹치는 웰메이드인가? 박쥐도 떼레즈 라깽이다해서 소설이 더 팔리는가본데 에밀 졸라의 소설과 박쥐는 많은 부분 다르다. 같은건 딱 하나, 여자의 주체적 욕망 실현이랄까. 오히려 닮은 영화가 있다면 뱀파이어 영화들이 더 닮았을걸? 김씨표류기나 지금,이대로가 좋아요의 이미지도 상당 부분 일본 영화들과 닮았다.
미쓰 홍당무란 영화가 메이저의 꼬리표를 달고 나올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는건 대중들의 테이스트가 좀 더 다양해졌다는 것일까? 그럼에도 블록버스터나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후다닥 급조된 영화들이 '더' 대세인건 어쩔수 없겠지만 뜬금없게도 워낭소리가 독립영화 어쩌구 저쩌구 논란을 지펴준 탓에 1만명 들었으면 대박이었다고 입찢어졌을 똥파리가 몇일만에 2만이 넘은건 기적이고 운이었다는데 여지가 없다. 독립 영화고 대박 영화고 나 재능있는데 사람들이 안 알아줘, 내 영화 괜찮은데 사람들이 이해를 못해서 그래라구 불평하는건 딱하고 한심한 처사다. 사람들이 언제 과정에 신경이나 쓰더냐?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식의 주먹구구방식이 아직도 대중들의 회로에 깊게 박혀있는한 재능이고 천재고간에 보란듯이 보여줘야한다.
왜 아네스 바르다의 방랑자 예찬을 하려다가 또 독립 영화인들에 대한 걱정으로 변했느냐하는것은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특별해서일지도..아직도 미련이 더 남았는지도..어쨌는지..인디 포럼 2009 감축드린다. 위기설이 흘러나왔던 몇 년전이 아주 옛날처럼 느껴진다. 아네스 바르다나 존 랜디스같은 감독들이 있는 유럽이나 미대륙과 한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깨 힘빼고 자의식 제거하고 맘비우면 좋은 결과물 좋은 과정 충분히 있을수 있다.
그러나 저러나 이 영화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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