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프로덕션 디자인부터 포스터, 사운드까지 모든것이 완벽하게 계산되고 꼼꼼하게 만들어진, 그 의미까지 풍부하고 깊은 잘 만들었으면서도 좋은 영화가 있고, 분명 그럴듯하고 근사하게 만들어졌지만 그 메세지나 의미만큼은 불투명하고 반정치적인 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못 만든 영화도 두 가지로 나뉜다.만듦새, 이음새. 모든 것이 부조화스럽고 그 의미마저 최악인 영화가 있고 만듦새도 투박하고 그 이음새마저 엉성하지만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나 의미가 순수하게 와닿는 경우가 있다. 사이즈의 문제는 후자였다. 포스터나 시놉을 보면 대충 이 영화가 어떤 의미로 전개될 것인지 그림이 나온다. 영화에서 통통족과 비만족을 다뤘던 적은 많았다. 보통의 폭력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속칭 뚱보는 귀찮은 방해요소의 일부로 소모당한다. 그것은 정치적으로도 옳지 않은 차별이지만 보통의 대중은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 영화에 나오는 헤르겔이나 아론, 기디들은 속칭 뚱보에 고래로 묘사되는 헤비급 남자들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굳이 첨부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인구만해도 점점 평균 체형에 변화가 오고 있으며 20대 여성의 대부분은 만년 다이어트의 압박에 시달릴 정도로 미의 기준은 풍만한 아름다움에서 슬림한 곡선, 그리고 이제는 스키니의 시크함으로 변형되었다. (물론 30대가 가까워져 오거나 30을 넘긴 남성들의 대부분은 풍만한 여성을 선호하긴 한다지만..) 헤르겔은 다이어트 센터에 다니지만 자신을 문제아 취급하고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강사에게 화가나 센터를 그만두고 새로 일하게 된 일본 식당에서 만난 동료들의 권유로 뚱뚱하면 더 좋은 스모 선수가 되기를 결심한다. 물론 내용은 되게 재밌다. 까뜨린느 브레이야의 팻 걸만큼 심각하지도 않고..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풀몬티스러운 경쾌함이 있으니까 보기에 좋다. 그러나 영화를 너무 못 만들었다. 주인공들은 때때로 너무 설득력없이 굴고 내용전개가 매끄럽지 않아 붕 뜨는 씬도 많다. 이 수많은 단점을 보완하는게 헤르겔과 아론의 모습이다. 크크크크 헤르겔은 자신과 비슷한 사이즈인 제헤바에게 당신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며 행복하게 웃는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수가ㅠㅠ 게다가 코믹하고 익살스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빡빡이 아론...자신이 게이인 것을 인정하는 기딬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배우들의 연기가 노련한 탓인지 엉성하고 밋밋한 연출에도 웃음이 쉴 새 없이 터진다. 게다가 이 영화에 쓰인 음악이 너무 좋았는데 그게 사운드트랙을 아무리 찾아봐도 누가 만든 것인지 모르겠어서 속터질 것 같다ㅜㅜ 차별은 매스미디어의 영향력도 크지만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린시절 교실에서부터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그런 것들이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괴물로 여기는 현상을 만들어내는데 크게 일조한다. 헤르겔의 말처럼 세상엔 마른 사람만 있을순 없다..이 헤비급 빅브라더스가 마와시를 입고 길 한복판을 달려가는 것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면 좋겠구만..암튼 재밌게 봤다. 그리고 이 영활 보면서 죽을때까진 모르겠지만 많은 시간을 콤플렉스에 빠져 살았던..자기 자신을 조롱하길 좋아했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떠오르고, 얼마전에 뚱뚱하다고 사일런트 밥 케빈 스미스 감독도 생각나더라. 콤플렉스는 인간을 어둡게 만들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인간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유머만큼 최고의 무기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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