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이나 종로에서 천원에 사 온 dvd를 집에서 보고있으면 언니가 내 등뒤로 기척없이 나타나 그런건 왜 보고 있냐고 핀잔을 준다. 그게 아마도 몇 년 전이었는데 우리 언니는 매번 같은 말을 한다. 그게 재미있냐, 대체 언제적 영화냐. 그러더니 언젠가 내가 방에다 둔 히치콕의 싸이코를 가져가서 보더니 나에게 흥분된 어조로 엄청 재미있었다라고 말한다. 간혹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추천해 준 고전 영화가 재미있었다라는 반응으로 돌아오면 되려 뿌듯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언젠가 누군가 물었던 말에 그냥 사람들이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러는것 뿐이에요. 라고 점잖게 말했던적이 있다. 정성일이 언젠가 인터뷰에 답했던 말들 중에 히치콕의 살인을 두어번 이상 보지 않은 사람과는 영화에 대해 말하고싶지 않다고 했던적이 있다. 머릿속에 든게 너무 많은 사람이라 누가 묻지않아도 자기 지식을 쏟아내는 사람이고 워낙 극적인 화법으로 말하는 사람인지라 그렇게 말했다는것에 대해 우월감에 도취되어있군..이라는 비웃음은 사양했다. 어떤 블로그의 화자와 객들도 정성일의 그런 화법에 대해서 나는 영화 천민이로세 그와 인사할 자격도 없다는둥의 우스개소리를 나누더라.
히치콕의 영화들은 영화광이라면 누구나 거쳐갈법한 고전 영화다. 히치콕의 두꺼운 자서전과 트뤼포와의 대화집을 기꺼이 구해 읽고 정독하고 그의 무성 영화 시절과 영국 시절의 영화들 그리고 유작까지 수십 개의 영화들을 챙겨볼 정도로 그의 마니아인 나로서도 살인을 두어번 이상 보라는 얘기는 그다지 하고싶진 않다. 초기작이라면 오히려 27년작 하숙인이나 (얼마전 처참하게 리메이크 된) 34년작 The Man Who Knew Too Much를 더 추천하고싶으니까말이다. 살인은 허버트 마샬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것 외엔 나에게 그다지 흥미를 준 작품은 아니었다. 그의 30년대 영화들이 세련된 스릴러 영화의 모양을 다져나가는것과 달리 그의 초기작들은 몇 몇의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매력적인 작품은 별로 없다. the ring의 스파링 장면이나 하숙인의 대부분 많은 장면들은 정말 놀랄 정도로 멋지지만. 그런 내가 왜 이 영화 얘기를 하고있는지 모르겠지만....살인!에는 히치콕 영화에 주 테마로 등장하는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 나오는데 그 대상이 미녀인것만 다르다. 허버트 마샬의 모습은 정말 댄디하고 멋지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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