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닼나 빠순이에 놀란의 오랜 빠순이기도 해

내가 놀란을 처음 알게된건 중3때였어. 지금이야 토렌트다 웹하드다 p2p가 쓸고간 자리에 남은 것은? 블루레이나 dvd버전의 화질좋은 불법파일들이 많지. 내가 중1때 불법파일은 vhs로 전해졌고 중3이 되었을때 우리 사이엔 divx라는 것이 나돌았어. 물론 불따는 나쁘지만 그 때 디빅스의 활용방법은 단순히 영화관에 가서 볼 수 없는 19금 영화나 우리나라에 정식수입이 되지 않는 외국영화들을 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문화개방 할 때 즈음이어서..보고싶은데 수입 안되는 영화들이 흘러넘쳤슴..) 리얼플레이어의 vod 조각파일로 근근이 외국영화들을 보던 그 때 였어! 외국영화 보는데 맛들인 내 손에 들어온 '메멘토'라는 디빅. 그 때 우리에게 유명했던 인터넷 영화들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들이랑 일본의 배틀로얄같은 영화들이었어. 그러니까 잔인한 수위때문에 수입하지 않는 영화들이나 개봉해도 나이때문에 볼 수 없는 영화들...그 때 우리는 익스6을 사용중이었고 근 2년만에 모뎀을 벗어난 adsl이 보급화 되었고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땐 xdsl이란게 생겼었지..바야흐로 인터넷이 발전하는 시기였지. 우리는 리얼플레이어로 원하는 클립들을 따올 수 있었고 인터넷 포럼 등을 통해 입소문난 영화를 챙겨볼 수 있었지. 불과 2년만에 굉장한 발전을 이룩했었어. 중1때만 해도 모뎀접속 환경에서 느린 로딩 페이지를 기다리며 밥 한끼를 먹을 수도 있었다구

그렇게 메멘토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하루하루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번져갔지..대박이더라..재미있더라..감독이 누구야? 등등...그런데 그 영화가 개봉을 하게 되. 미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유럽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고 미국 la에서 겨우 11개 극장을 잡아 소규모 개봉을 하게 되었지만 영화의 엄청난 저력으로 50개로 확장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막판에는 500여개의 극장에서 확대개봉되었다. 그만큼 영화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연기, 연출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는 평이었어. 순전히 영화의 힘으로 극장수가 늘어난 사례였지.





한국에서 개봉되었을 당시에도 식스센스만큼이나 인기가 많았어. 나도 식스센스를 영화관에서 본 종자로서 쌈마이에 촌티나는 한국영화들보다(90년대말 한국 영화들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참담한 수준의 영화들이 많았어. 물론 초록물고기나 접속같이 좋은 영화들도 많았지만 그건 한석규가 나온 영화였고.. 대부분 같은 레퍼토리에 박중훈 원맨쇼가 많았구 설특선이나 추석특선 개봉작들도 수준은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그것도 쉬리 이후로 약간은 변하기 시작하지..) 해외문화 수입이 가속화 되면서 물밀듯이 넘쳐 흘러들어오는 헐리우드 영화에 마음을 빼앗겨버렸지. 아마겟돈이나 쥬라기공원같은 영화들은 어린 나에겐 별세계같은 영화였다구..그러나 메멘토를 기점으로 나는 영화보는 눈을 달리하게 되. 미국영화는 나에게 언제나 환상같은 존재로 글래디 에이터같은 영화들이 내겐 미국영화의 이미지였어. 2001년은 참 신기루같은 시대였어. 뉴밀레니엄을 맞이하며 세기말을 저편으로 보내며..각종 문화들은 다양성을 띄기 시작했고,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문화수입도 본격화되기 시작했지..일본문화 개방이 그 가장 큰 일례이기도 해. 불법 vhs로 보던 그 유명한 영화들이 차례로 정식출시되고 정식개봉하게 되었어. (기타도 다케시나 이와이 슈운지 영화들..)

그 중심에 나에겐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이 존재했어..어쩌면 내게 영화 보는 눈을 달리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감독이기도 해..헐리웃에는 마이클 베이나 리들리 스콧같은 감독만 있는게 아니구나...그리고 고1때부터 나는 외국영화들을 찾게 되었어 그것도 과거의 영화들을..그게 정점을 맞이한 시기가 바로 고3이었지. 메멘토라는 영화는 독특했어. 구성도 독특했고..플래쉬백이나 전개 자체가 현재에서 미래로가 아닌 현재에서 과거로였으니..정말로 참신했지, 게다가 저예산을 들여 최대한의 효과를 냈다는것도..돈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 삐까뻔쩍한 헐리우드 영화와는 근본부터가 달랐어. 그 때부터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름을 기억했고 가이 피어스의 얼굴도 기억하게 되었어.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를 통해 알고있었던 알 파치노가(그 당시에 알 파치노를 알고 있던 내 또래들은 대부분 여인의 향기와 대부시리즈였다.) 그의 신작 인썸니아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건 개봉을 한다면 영화관에 가서 직접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인싸이더라는 영화도 학교 영화반에서 다같이 영화관에 가서 봤었다고..교육적이라는 이유로..ㅎㅎ...그것도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키노'에서..) 당시에는 월드컵의 열기가 가라앉고 있던 여름의 끝자락이었고 나는 축구보다 아르바이트 하는 일에 더 매진해있었으므로..ㅎㅎ...영화볼 궁리만 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 땐 생긴지 얼마 안 된 삼성동의 멀티플렉스 메가박스가 친구들 사이에 인기였어. 엽기적인 그녀도 거기에서 봤었지...메멘토의 파격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인썸니아의 다소 평범한 구성은 어쩌면 좀 지루했을지도 몰라..하지만 중요한건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야기를 가지고 놀 줄 안다는거였어. 그리고 배우 디렉팅에 대해서 이 젊은 감독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거였지..메멘토 다음의 작품으로 어쩌면 평범했을지 모르지만 인썸니아 자체를 놓고 본다면 입을 벌리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어. 난 그 때 처음으로 로빈 윌리엄스라는 배우도 이런 악역 연기가 되는 사람이구나..느꼈다. (내가 아는 로빈 윌리암스는 죽은 시인의 사회나 패치 아담스의 그이니까...) 알 파치노가 워낙 강하다보니 주변 배우들이 묻힐 가능성이 컸지만 생각보다 대등했었어..이런걸 보면 놀란이 배우에게 두는 무게 밸런스가 꽤 적절하다는걸 알 수 있었지. 영화는 뛰어났다. 이야기 전개에 따른 배우들의 심리적 변화를 놀랍도록 세심하게 캐치해냈지...일단은 연기가 뛰어나니 놀란도 마음놓고 연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생각했었어. 결말이나 반전에 대한건 이미 초반에 나와버리니 그런 것에 대한 기대보다 중반부부터는 두 배우의 연기와 놀란의 이야기 중심의 연출력이 볼만했어. 그야말로 꼼꼼한 연출력에 감탄해버렸다지...놀란이라는 사람이 디테일한 연출들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드는게 가능한 사람이구나..그의 또 다른 가능성도 확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영화였어.






그리고 3년이란 시간이 흘러...모두가 그의 존재를 잊은듯 보였다...하지만, 그는 대단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어. 바로 배트맨...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슈퍼히어로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게 배트맨이고 미국 여행가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사서 받아볼 정도로 배트맨 코믹스도 즐겨 읽어. 배트맨은 나에게 가장 매혹적인 슈퍼히어로였고..그 프로젝트를 크리스토퍼 놀란이 맡는다는건 나에게도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지..그렇게 이 소식은 매우 핫하게 다뤄졌고 모두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을 팀 버튼의 배트맨의 프리퀄격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도 그럴것이 아무런 정보조차 없었기때문이야..블레이드 시리즈와 다크 시티의 각본을 썼던 데이빗 고이어와 함께 배트맨 비긴즈의 시나리오를 썼고 아무도 시도하려고 하지 않았던 배트맨의 이야기를 쓰게 되. 흔히 알고있다시피 배트맨은 고담을 지키는 수호신같은 격이야. 그러나 그는 양면의 날을 가진 히어로이고 슈퍼맨같은 모두가 찬양하는 그런 양지의 영웅이 아니야. 건강한 이미지가 아니지..그리고 그에게 절대악당 조커가 있어..배트맨의 이미지보다 조커의 존재감이 더 클 정도로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에서도 조커가 더욱 눈에 들어오지..그도 그럴 것이 조커의 기원까지 다룬 것은 팀 버튼이 처음이었거든..게다가 팀 버튼의 그 끈적한 성인물스러운 배트맨 시리즈가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았기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이 넘어야할 산은 생각보다 높았어..이미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가 성인관객들에게 수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뒤에 나온 시리즈들이 모두 팀 버튼에 가려 실패할 정도로 배트맨=팀버튼이란 이미지가 강했어. 그러나 우리가 했던 그 수많은 우려들이 배트맨 비긴즈가 개봉하고 단숨에 불식되었어..

왜냐고?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배트맨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졌으니까...놀란의 대단한 연출력은 차치하고, 우선은 인물중심의 이야기에 놀라웠지.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을 통해 보여줬던것과 비슷한 것이었기에 더욱 놀라웠어...크리스토퍼 놀란이 주목한건 그 누구도 아닌 배트맨 그 자신이었어.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의 손가락에서 어째서 거미줄이 튀어나오는지 보다 인간 파커와 스파이더맨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이야기에 주목했던 것처럼..놀란은 배트맨의 기원전부터 거슬러 올라갔던거지..모두들 놀랐어..팀 버튼의 배트맨이 뇌리에 박혀있던 모두에게 크리스토퍼 놀란과 크리스찬 베일을 각인시켰지...이렇게 인간적인 영웅일거라고 우리는 생각하지도 못했던거지..백만장자에 비싸고 좋은 슈퍼카를 끌고 다니는 근육질의 배트맨..차갑고 섹시한 남자가 아닌 인간적인 고뇌와 어둠과 두려움의 사자..그야말로 이번에도 이야기의 힘에 모두 매혹을 당해버리고 만 것이었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배트맨 비긴즈가 해냈던 성과를 이루지 못한걸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가 쉽사리 가늠할 수 있어. (그러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그 성과에 도달했어..박수쳐주고싶어..) 배트맨 비긴즈가 개봉했을때 모두 흔한 슈퍼히어로물의 리부트가 될거라고 예상했지만..결과는 완전 달랐지..예상 밖이었어...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액션영화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아날로그적이고 꼼꼼한 연출들..슈퍼히어로물에 아날로그적인 연출이라니 놀랍지않아? cg로 떡칠된 아이언맨과는 그 케이스가 비교불가. 캐스팅 또한 너무나 적절했어..메멘토때부터 생각한거였지만 놀란이 배우를 보는 눈은 절대적이라 여겨질 정도야..게다가 히어로물이나 코믹북스를 좋아하는 데이빗 고이어가 오히려 오리지널 배트맨 코믹스가 주는 유머러스함이나 재미는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어떻게 의견차를 좁히고 이런 시나리오를 썼는지가 너무나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영화는 고고하고 대담했지. 2년간의 준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어...영화는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췄고 수트나 배트카등 모든 소품들은 왠만해선 다 실제로 제작했고 실제로 연출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연출하려고 노력했어. 그 결과 리얼리티의 옷을 입은 배트맨 비긴즈는 성인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어..미국에서도 대흥행을 했지..그리고 마치 고행을 수행하는듯했던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어..여러가지 모습의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을 소화해내야만했던 그에게 이 프로젝트는 엄청난 부담이었을거야..대부분의 슈퍼히어로영화나 초인적인 힘을 가진 주인공을 모태로한 헐리웃 액션영화들이 인간보다는 액션에 중심을 두는 반면에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간 중심의 이야기나 연출은 헐리웃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어. 그리고 배트맨 기원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차용된 코믹스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점들을 보면 놀란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연구를 해왔는가도 느낄 수 있다..대단하고 훌륭한 감독이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란걸 나는 배트맨 시리즈와 그를 통해 많이 느꼈어. 아마도 영화에 대담한 장면은 나오지만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가 영향받은 경계없는 세상의 블레이드 러너와도 많이 닮아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가지 아쉬운 점을 뽑자면 레이첼 도스...영원한 숙제로 남겠지만 이 캐릭터만큼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아쉬운 부분이었어..케이티 홈즈의 말도 안되는 연기력과 종이인형같은 캐릭터 표현력 때문에 이 점은 그녀를 선택한 놀란의 유일한 오점이라고 생각해. 결국 그녀는 언론과 팬들의 질타를 받아 교체되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배트맨 비긴즈가 대성공을 이루고 놀란은 다음 작품 준비에 들어가게 되지..

그건 바로 프레스티지. 마술사 둘을 다룬 비교적(?) 저예산을 들인 탈블록버스터 영화였지.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은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 사이에 있는 배트맨 시리즈중에 하나임이 드러나게 되..놀란의 장점은 예산에 비해 아기자기한 연출이 많다는 점인데 그런 것들은 프레스티지나 메멘토같은 소품(?) 영화들에서 그 빛을 발했다. 영화는 개봉당시 울버린과 배트맨이 만났다는 것 때문에 많은 화제를 낳았어. 물논 크리스토퍼 놀란이 크리스찬 베일과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이 영화의 캐스팅이 칭찬받았던 이유는 싱크로율이 쩔었던 베일이나 휴 잭맨의 성과도 있었지만 니콜라 테슬러역을 맡았던 데이빗 보위의 싱크로율이었어. 그야말로 테슬러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았어. 게다가 그는 연기도 꽤 잘했고..이것도 놀란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배우들은 너무나도 조화로웠어. 그리고 다른 영화들도 그렇겠지만 놀란의 영화는 두 번, 세 번 볼 때 그 진가가 드러나. 처음엔 그냥 지나칠수도 있었던 오프닝 시퀀스가 두 번째 볼 때는 그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와. 모든걸 철저하게 계산하고 적합한 부분에 집어넣는 그의 기술은 이런 작은(?) 영화들에서 더 드러나는것 같았지. 프레스티지까지 보고 나면 놀란이 인간의 어떤 면에 주목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어. 대부분의 거장들은 주로 어떤 부분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줘. 히치콕의 테마가 맥거핀과 그로 유발되는 의심이라면 우디 앨런의 테마는 성적인 열등감과 유태인 출신의 강박증이야. 큐브릭의 테마는 한가지로 정할수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폭력과 테크닉이라고 해야할까..그렇다면 김기덕은 죄의식이지. 소위 작가성을 가진 감독들은 일생동안 한가지 테마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아. 잉마르 베르히만도 그랬고 브레송도 평생을 '구원'에 매달렸어. 놀란은 미행부터 프레스티까지 줄곧 '강박'에 집착해왔어. 헐리우드의 뚜렷한 선악구조를 가진 일명 헐리우드적인 영화들에 비하면 이 영화를 보고 갸우뚱할 수도 있어. 어떤 주인공에 감정이입을해서 악당을 미워해야할지조차 모르게 되니까 말이야. 이 영화에는 그런 것들이 없어. 그런 점이 놀란의 탈헐리우드적인 성격을 고스란이 보여주고 있어. 이 점이 바로 놀란의 팬들을 충족시키는 가장 짜릿한 지점이었지. 전형적이지 않다는거. 그는 그것을 완벽하게 증명했어. 자신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공표한거지. 기회가 된다면 프레스티지는 두 번 정도 보기를 권해.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배트맨이란 이름이 사용되지 않은 첫번째 배트맨시리즈인 다크나이트가 개봉을 했어. 어둠의 기사..너무나도 어울리는 이름이었고 영화가 공개된 후, 놀란신봉자들과 아직도 놀란을 믿지 않던 관객들까지 그에게 푹 빠지게 만들었어. 배트맨 비긴즈보다 더한 극찬을 받았고 이 영화에서 히스 레저가 보여준 연기에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어. 심지어 배트맨 시리즈 자체게 관심없는 사람도 눈을 돌리게 만들 정도로 영화는 집념이 응집된 예술작품을 보는듯했지.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을 다뤘다면 다크나이트의 키워드는 배트맨과 조커, 그리고 하비 덴트였어. 이 세명을 이해해야 다크 나이트의 진짜 메세지에 도달할 수 있었어. 영화관에서 한 번 보고 왕십리에서 아이맥스로 재개봉했을때 두 번째로 보고 나중에 한 번을 더 봤을 정도로 나에겐 감격스런 영화였어..내가 꿈에 그려보던 배트맨의 모습들이 스크린에서 움직이는게 너무나도 신기했지. (여기서 왓치맨도 본 거 같은데) 영화는 이미 슈퍼히어로물의 범주를 벗어났어. 코믹스 업계에서도 영화 업계에서도 최고의 히어로물이 나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혼란스러운 캐릭터들의 향연을 무리없이 버무린 그의 치밀한 계산력에 약간은 무섭기까지 했을 정도. 게다가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물 사상 최초로 (내가 알고있는한) 다양한 철학사상들을 접목시켰어. 이미 많은 비평가들과 영화전문지에서 다룬 죄수의 딜레마. 조커가 인간들의 이중성을 시험하기 위해 각각 다양한 장치를 두고 그들을 괴롭히는데 아주 뛰어난 연출이라 볼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에서도 다룬 공리주의를 브루스 웨인에 대입해 보여주고 본격 정의와 딜레마에 관한 실험을 조커와 배트맨에 대입해 실감나게 보여주었어. 흔한 블록버스터가 갈 수 있는 이상향이 아니었지. 그런데 놀란은 배트맨이란 주인공만 빌려왔을뿐 본인이 줄곧 고집스럽게 집착했던 사상들을 하나하나 검증하기 시작해..다크나이트 개봉후 많은 학문계에서 다크나이트에 등장한 사상들에 철학가들의 사상을 대조해 그것들을 만천하게 알리지..철학에 조예가 깊지 못한 관객들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딜레마와 그에 부딪힌 배트맨의 고뇌에 모두 동참하게 만들어. 그것이 어떤 학문적인 이름을 가지고있는지 굳이 알지 못하더라도 알 수 있는 명료한 해석들이었을만큼..공개된 후에 일각에선 배트맨이 조커에 묻혔다..는 논란이 제기되었지만 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가려진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그의 어둠과 고뇌를 너무나도 잘 표현했어...히스 레저가 다크나이트 이후로 고인이 되는 통에 언론에서 더욱더 이 영화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냈어. 이런저런 루머들이 나돌았고..다크나이트 팬들도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에게 찬사와 축복의 말들을 보냈지....애드립을 허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놀란은 이 영화에서는 유일하게 히스 레저에게 애드립을 허용했어. 그만큼 치밀한 계산하에 정해진 대본과 연출대로 촬영하는것을 좋아하는데, 그 치밀한 계산이 있기까지 수백번의 고민을 했겠지. cg로 간단(?)하게 연출할 수 있는 장면들이나 처리할 수 있는 것들도 실제로 제작했고 또 기계로 만질 수 있는 음성같은 것도 직접 배우에게 연기를 지시했지. 그 모든 것을 이 배우들이 해낸거야. 놀란의 뛰어난 감각이 증명된 것은 배트맨 캐릭터 자체였어.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들도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와 완성도를 위해 과감히 제거한 부분도 있는데 그 완성작이 배트맨 캐릭터 자체인 셈이지. 그것이야말로 놀란의 놀라운 감각(유머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지. 그리고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하비 덴트였어. 그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를 물었던거야. 그의 타버린 반쪽 얼굴을 통해 우리가 지키려는 정의는 무엇인가 과연 그 정의에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는가? 흔한 블록버스터물로 전락할 수 있었던 배트맨시리즈에 그는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그 위에 오락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았어. 그것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매니악한 감독으로 전락하지 않고 대중적인 사랑도 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오르게 했지. 실제로 배트맨 비긴즈나 다크나이트의 철학사상적인 부분이나 꼼꼼한 연출들 말고도 액션연출에 대한 호평도 자자했어. 질릴 정도로 퍼붓는 블록버스터의 특징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적당한 밀고당기기를 통해 큼직한 액션들로 액션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부분도 잊지 않았고...보통 배트맨 3부작 중 이 두번째편인 다크나이트가 대중들과 비평가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훗날 이 영화는 007시리즈의 대혁명(?)작인 스카이폴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해. 그건 나중에 스카이폴에 대해 이야기할때 말하도록 합시다..





조커는 대단했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지..놀란의 배우를 보는 관찰력은 그야말로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나 그가 조커로 캐스팅되었을때 과연 잭 니콜슨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간직하는 캐릭터를 보여준 그가 과연 이 극악무도한 악의 끝인 조커역을 잘 연기할 수 있을까? 그 모든 우려를 불식시킨 놀란과 히스 레저....

아쉽게도 이 영화 이후로 숨을 거두었다.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너무나도 분하고 아쉽다...






그리고 인셉션.

영화를 몇 번을 봤을 정도로 처음 보고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영화였다. 머리가 돌대가리라 개봉날 가서 1회차 상영으로 보고 그 뒤에도 두 어번 극장을 찾았고 블루레이로 나오고 나서도 진득하게 돌려볼 정도로 상상력이 뛰어난 영화였다. 아마 지금도 다시 한 번 봐야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보고나면 어지럽다. 내가 본 것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꿈인지...놀란은 헐리우드에서 본인이 쓴 오리지널 각본으로 연출을 하는 몇 안되는 영향력있는 감독들 중 한 명이다. 그만큼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은 이미 브랜드화 되었고, 많은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이름이 된 것이다. 인셉션은 프로젝트 초반부터 전세계의 화젯거리였고..영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 플롯마저도 공개를 거부할 정도로 비밀에 쌓인 프로젝트였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고도 꽤 많은 논란거리가 있었는데..(거의 말싸움들..) 이 영화를 통해 진정한 대중영화 감독이 되지않았나..는 것이 나의 평가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다. 중심에 디카프리오와 마리옹 꼬띨라르. 그리고 눈여겨 볼 캐스트가 바로 조셉 고든 래빗과 톰 하디였다. 두 배우 모두 이 영화 이후로 엄청난 양의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이 영화의 설정들이나 개념들에 대해선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다루어져왔으니 나는 푸념이나 해볼까...ㅎㅎ....

그의 연출이 굉장히 꼼꼼하다는건 이미 배트맨 시리즈를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엄청나게 아날로그적인 연출을 하는 것도 알고있을 것이다. 인셉션에서도 충분히 cg로 만들 수 있는 장면들을 전부 제작했고..테이블같은거..그걸 직접 사람들이 움직여가며 촬영했다. 그만큼 리얼리티에 집착이 강한분이다. 이런 부분을 보면 역대 가장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뽑히는 큐브릭을 보는 것 같다. 고집이 쇠심줄..영화에는 림보나 킥같은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고 어려운 개념들과 캐릭터의 역할들을 통해 관객을 무한 코마상태에 빠트린다. 그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사실 이건 놀란이 만든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영락없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그가 진정한 영화감독으로서 영화가 가지고있는 본질적인 부분들을 가능케하지 않았나..한다. 많은 감독들이 영화의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닌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관객을 빠트리게 해야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과제들을 수행하지 않는다. '이건 영화야'라고 느껴지는 순간 영화들은 재미를 잃는다. 흥미를 잃은 관객들은 감독이 주고자하는 메세지 자체도 간과해버린다..아쉽기 그지 없다..한국 대중영화들 대부분이 그 과장된 즐거움에 도태되어 영화의 본질적 가치를 잃고 있는 이 마당에, 놀란이 본인의 영화들에 그 집착스러울 정도의 기술적인 부분들의 리얼리티들을 고수하는건 마치 실제처럼 보이기 위함이라는 노림수가 있다. 이런 것들은 실제로 관객을 자연 4d상태로 만들어준다. 이것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어야 하며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소양이랄 수 있겠다. 많은 감독들이 간과하는 부분..그것들을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감독으로서의 양심은 비교적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말 할 것이 없다. 이미 많은 리뷰를 통해 진실들을 분석하셨을테고..오히려 그건 엔하위키 미러에 들어가서 읽는편이 더 생산적이리라 믿는다.

그럼 난 또 푸념이나 해볼까나....ㅎㅎ.....

영화가 공개되고 엔딩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디렉터스컷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이어졌고..한편에서는 엔딩에 대한 본인들의 불만을 패러디물을 통해 재생산했다. 많은 놀란 덕후들이 영화의 해석에 재해석에 분주히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란은 함구했다. 오히려 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영화업계의 다른 사람들이었고 결론은 해피엔딩인 것으로 끝났다. 그럼에도...아직까지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오히려 놀란이 노린건 이게 아니었을까? 영화가 끝난 뒤에 자유로이 해석을 나누며 영화를 타의가 아닌 본의로 자발적으로 2차 가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놀란이 노린게 아니었나..가끔 생각한다.

또 마지막으로..배우들에 대해서..톰 하디와 조셉 고든 래빗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미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굿초이스는 다음 다크나이트 라이즈로 이어진다. (역으로 배트맨의 캐스트인 킬리언 머피와 마이클 케인의 모습도 인셉션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망의 배트맨 3부작의 종지부를 지을 다크나이트 라이즈....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고 기대했던 그 영화.

앞서 하비 덴트의 죽음에 가려진 비밀들이 여기에서 드러나고, 배트맨과 더불어 정의로운 캐릭터인 고든 청장과 블레이크(조셉 고든 래빗)가 정의의 이름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베인이라는 악역을 톰 하디가 연기했는데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다. 목소리도 변조. 아마도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인셉션의 두 배우가 탑승했다고 알려졌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했던건 베인과 블레이크였을거다. 나조차도 그랬고..과연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베인은 원작에서의 설정과 조금 달라진데다 조커를 이을 악역 캐릭터에 대한 부담도 컸을터.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거라 생각했다. 폭력적이고 조금은 하드고어(?)스러운 캐릭터 연기를 위해 체중을 많이 불렸다. 그래서 매우 거대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만해도 극악무도한 악당이겠거니 했지만 엔딩부분 그의 순정의 반전이 공개되면서 다소 걸리한 이미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리고 엄청났던 등장과 악행에 비해 좀 심심하게 사라지기도 했고...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제2의 배우 인생을 연 캣우먼의 앤 해서웨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케이트 보스워스, 케이트 허드슨, 케이티 홈즈 등 주로 비슷한 류의 연기자들과 운명을 같이하나 싶었는데 그녀 개인의 연기열정과 근성으로 캣우먼 자리를 득템했고 멋지게 해냈다. 닼나 라이즈 이후로 많은 캐스팅 디렉터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그녀를 무시했던 팬들의 호감도도 사게 되었다. 정말 섹시하고 예뻤다. 이 배우가 이렇게 예뻤나 싶을 정도로..내가 기억하는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레이첼 결혼하다 정도인데..다시 본 배우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좀 찾아보니 본인이 그런 연기에 대한 딜레마에 시달렸고 좋은 연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매우 많이 했다고...영화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도 의견이 분분했는데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도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이었지만 캣우먼이라는 캐릭터 등장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나로썬 마지막 엔딩을 위해서라도 존재해도 이상할게 없는 캐릭터라는 평가. (니가 뭔데요?)

각각의 캐릭터가 고루고루 분량을 확보하는 덕에 배트맨의 분량도 매우 쥐꼬리만해졌는데 이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들이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그의 분량 자체는 그리 중요한게 아닌게 된다. 아직까지도 라이즈보다 조커가 등장한 다크나이트를 선호하는 팬들이 더 많지만 이 트릴로지의 마지막으로써 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완벽한 마지막이 아니었는가? 게다가 제목과의 싱크로 쩔었다. rises라는 원제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배트맨에서 브루스 웨인으로, 블레이크는 로빈으로, 셀리나 카일은 캣우먼으로(?) 등 제목 싱크뿐만 아니라 트릴로지의 마지막격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게 없다는 결정적 이유는 비긴즈와 닼나에서 저질러놓은 것들은 꽤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깔끔하게 끝냈다. 그 덕인지 모르겠지만 닼나에서 비해서 '확장'에 대한 카타르시스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그 점이 아마 좀 더 큰 한방(?)을 원한 관객에게 아쉬움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난 크리스찬 베일이 해석하고 연기한 이 배트맨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는데 이 마지막편에서 그 신뢰도는 거의 절정에 달했다. 직접 목소리변조 연기까지 할 정도로 감독에게 주문받은 연기를 백프로 완벽하게 해내고 또 주어진 정보를 근거로 캐릭터에 몰두하며 연구하는 배우의 기본자세부터 존경받아 마땅한 배우이기도 했다. 익히 알다시피 캐릭터가 주어지면 그 캐릭터 연구, 분석을 완벽하게 끝낸뒤 아예 그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크리스찬 베일이라..다크나이트에서도 충분히 나는 그의 역할을 해냈다고 보았다. 전혀 꿇리지 않았고 대등하게 배트맨을 연기해주었다. 그런 그에게 매우 고마운 인사를 보내고싶다. 레이첼은 그를 유일하게 인간적으로 만드는 인물이었고 조커는 그를 유일하게 시험하는 인물이었다. 고담은 그에게 큰 짐이자 부담이지만 그의 미래를 안고 있는 양면성을 가진 도시이기도 했다. 이런 복잡한 심리를 가진 캐릭터를 베일이 잘 연기해주었고, 영화를 블록버스터가 아닌 작품으로 만든 놀란의 연구도 역사에 남을만하다.

3부작의 마지막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 하비 덴트법에 대한 것도 정리를 했고 배트맨과 라스 알 굴 등 비긴즈부터 저질러놓은 떡밥에 대한 것도 모두 정리되었다. 그리고 로빈의 등장까지..많은 이야기를 하고싶지만 백문이 불여일견...놀란의 영화들은 리뷰를 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보는게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 모르겠으면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생각하는게 해석본을 찾아 읽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일거다.  그리고 좀 아쉬운 부분은...개봉 초반에 극장에서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미국 본토 수입이 생각보다 좋질 않았다고... 부디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막 보고 와서 7월 6일에 쓴 글인데..당시에 너무 흥분해서 쫘악 써내려 가느라고 오글거리는 표현이 너무 많은데...흔한 덕후의 잡담으로 웃고 넘기시길...공개로 누르고 쓴 줄 알았는데 비공개여서 발행ㅡㅡ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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