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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마데우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싶다..아마데우스는 매우 오래전에 체코영화를 접하게 되면서(예상하다시피 바로 그 영화 이리 멘젤의 가까이서 본 기차..) 자연스레 체코영화계의 거장 밀로스 포먼의 영화를 파면서 봤었던 영화인데 최근 와이드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된 감독판 블루레이를 접했고 참고자료 조사중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게 되었던 연유로 이 영화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할까한다..

영화는 1984년 체코의 여러곳에서 촬영되었고 역시나 체코 출신의 밀로스 포먼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알다시피 피터 쉐퍼의 연극이 오리지널이고 그 오리지널 각본을 쓴 쉐퍼 본인이 직접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미국 태생이지만 이탈리안 피가 섞인 머레이 에이브라함은 이 영화로 오스카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인 밀로스 포먼은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것도 모자라 시나리오를 쓴 피터 쉐퍼도 각본상을 수상했고 세트 디자인을 했던 아트팀과 코스튬 디자인, 메이크업상과 사운드트랙까지도 수상했다.

이 정도면 이 영화의 위엄이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 가능한가?




f.머레이 에이브라함은 본디 단역으로 캐스팅 된 배우였지만 대본 리딩 당시 그 훌륭함을 인정받아 살리에리역에 전격 캐스팅 되었다. 아마데우스에 유명배우가 캐스팅되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던 밀로스 포먼 감독에겐 모짜르트와 살리에리 모두 적격인 캐스팅이 아니었나한다.

뛰어났다. 톰 헐스와 함께 오스카에서 남우주연 경쟁을 벌였을 정도로 두 배우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익히 알고있는 모짜르트의 알려진 사실에 관한 부분과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살리에리의 영역도 대중들에게 알려진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교묘하게 엮어 짐작할 수 있는 성격의 정도를 근사하게 그려놓았다. 사실 연극 자체가 이미 검증받은 작품이었기때문에 또 본인이 직접 각색했기때문에 구성이나 스토리적인 부분에 대해선 완벽하다고 볼 수 있다.




모짜르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서른 중반의 이른 나이에 요절한 음악의 천재.

아마데우스에서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극적인 재미도 살짝 갈리는데 모짜르트라는 천재 음악가의 생애를 다룬 영화로 볼 것이냐 아니라면 모짜르트라는 천재를 시기하고 질투했던 불우한 2인자 살리에리의 비참한 정서를 담은 영화로 볼 것이냐다. 나는 후자에 주목했다. 모짜르트는 음악가인 아버지 밑에서 풍부한 음악적 소양을 쌓을 수 있었고 4살때부터 작곡을 했으며 이미 어릴적부터 천재적 재능이 엿보였던 특출난 사람이었다. 환경도 그를 만들었고 그도 그 환경과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다. 반면에 살리에리는 상인인 아버지를 증오했고 모짜르트의 성장배경을 부러워했다. 이 영화적 사실은 아마데우스라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비극적인 분위기에 한 몫 했다.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살리에리는 그리 치졸한 남자가 아니었다.



죽은 아버지의 그림자에 괴로워해야했던 모짜르트의 극단적인 상황을 살리에리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좀 더 극적으로 만드는 장치로 사용되었는데, 알다시피 레퀴엠 작곡을 의뢰한건 살리에리가 아니다. 쉐퍼의 상상력을 동원해 몇가지 설명이 추가된 살리에리는 모짜르트의 인생을 더욱더 드라마틱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신이 내린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한 댓가로 치졸한 모습을 보이지만 원치않는 동정표를 받기도 했다.

톰 헐스는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영화에 캐스팅된 후 끈질긴 피아노 교습을 통해 연주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그 경박한 웃음소리와 패셔너블한 헤어장식과 패션들..시대를 앞서간 불운한 천재의 캐릭터성에 일조하는 이 모든 연극적인 사실들이 너무도 조화롭게 영화안에 녹아있다. 밀로스 포먼 감독의 고집스러운 촬영 덕도 있었겠지만 톰 헐스의 완벽빙의된 연기로 가상의 모짜르트가 아니라 실제로 200년전의 그가 환생이라도 한 듯 보인다.




그는 파티를 매우 즐겼는데 (살리에리는 달콤한 디저트를 즐겼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에 디저트 먹는 장면이 포착된다.) 훗날 매독에 걸리기도 한다.

그는 자유로웠고 안주하지 않았다. 그 시대 사람치고는 매우 파격적인 행동을 많이 했는데 안정적인 궁정작곡가 자리도 제발로 차고 나왔고 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스스로 그 기회를 저버렸다. 살리에리가 그의 성공을 방해했다고도 하고 또 모짜르트가 살리에리를 지나치게 경계했다는 설도 있다. 이 긴장이 흐르는 관계는 아마데우스에서는 살리에리의 시점으로 전개시켰다. 그의 성공을 시기했고 그의 능력을 지나치게 부러워했고 그를 저주했지만 중요한 진실은 일반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던 그의 위대한 예술성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 바로 살리에리였다. 나는 그 점이 너무 재미있게 다가왔다. 이 영화를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본다면 천재와 평범한 사람의 대결구도로 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알다시피 영화는 절반의 사실과 절반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져있다. 실제 모짜르트보다 그를 더 위대하게 만들었고 기존의 살리에리의 역사적 사실들에서 몇 가지를 떼고 그를 평범한 재능을 가진 인물로 만들어놓았다. 바로 그 점이 영화로서의 기능을 백프로 이상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모짜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은 모짜르트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으며 그런 그의 진실된 예술성에 감명받고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준 유일한 사람이 살리에리라는 점이다. 이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리라..

사실 살리에리는 궁정작곡가에서 악장으로 엘리트코스를 밟았으며 이탈리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빈에서 음악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베토벤과 슈베르트 체르니(피아노학원 정규과정인 연습곡 모음집의 그 사람) 등을 가르쳤고, 심지어 모짜르트의 아들도 가르쳤다. 모짜르트의 죽음이 자연사인지 독살인지 아직까지도 정확히 밝혀진게 없기때문에 자연스레 그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대해 여러가지 가설이 가능했고 그 가설을 통해 자연스럽게 2차 창작물들도 가능했던 것이다. 고로 영화에서 그려진 살리에리란 인물이 치졸한 질투심에 가득찬 늙은이는 아니었단 말씀.

이 캐릭터는 쉐퍼에 의해 씌여졌고 포먼에 의해 연출되었으며 에이브라함에 의해 입체화되었다. 완벽한 창조주가 있었고 또 그 완벽한 모델링을 통해 완벽한 연기가 가능했기 때문에 살벌하도록 리얼리티 가능한 캐릭터가 구체화 된 것이다.



밀로스 포먼은 최대한 체코에서 찾을 수 있는 장소를 그대로 활용했다. 후반부에 돈 조반니가 공연된 극장도 실제로 돈 조반니가 초연된 극장이었고 영화에서 사용된 만들어진 세트들이라곤 살리에리의 병원 방안, 모짜르트의 아파트 안 등 서너군데를 제외하곤 실제로 체코 전역, 특히 프라하 등지에서 촬영되었다. 그리고 또한 대단한점은..이 영화도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과 마찬가지로 자연조명만을 사용해 촬영되었다. 나는 그 점이 너무도 좋아 미칠 것만 같았다. 실내 공연 촬영시 양초를 세 개씩 붙여 밝은 느낌이 들도록 했고 최대한 존재하는 장소와 자연스러운 빛의 활용을 통해 실제로 그들과 역사속에서 함께하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모짜르트의 전기영화이므로 그의 가장 유명한 곡들이 사용되었는데 클래식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적재적소에 활용되어 미친센스를 보여주었음은 물론 다시 한 번 모짜르트에 열광하게끔 일조했던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 속에서 보여준 모짜르트의 연기가 너무 뛰어났던 탓인지 아마데우스 이후로 모짜르트를 연기했던 배우들은 단 한 명도 빛을 보지 못했다. 근데 믹 재거가 모짜르트역에 오디션을 봤다는건 좀 의외다.


물론..이 영화는 모짜르트보다 살리에리역에 더 촛점을 맞췄다. 그러나 모짜르트도 절대 뒤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다..흠잡을데가 딱히 없는 영화다. 가설을 토대로 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부분과 실제 역사적인 사실과 근거, 자료들을 토대로 고증된 부분과의 간극이 전혀 없을 정도로 조화로웠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뛰어났다. 흠잡을데 없다. 디렉터스컷이 아닌 160분짜리는 교육목적으로 틀어주기도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 평범한 인생에게 이런 태풍과도 같은 인생을 살아간 이의 이야기는 약간의 자극이 되어주기도 하고 일종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그것이 영화의 역할이 아니었던가. 그 몫은 충분히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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