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양익준의 장편 데뷔작 똥파리를 보러 갔다. 흐흐하하하핳
무대인사 있는 줄 몰랐는데, 양익준 감독은 오지도 않았다.
똥파리, 왜 똥파리일까? 그 고민은 접었다. 영문 제목이 Breathless다. 숨가쁜..
시작부터 쌍욕이 나오더니 사람을 마구 팬다. 양익준 감독이 머리가 길었을땐 노숙자 혹은 삼디 노동자 느낌이었는데 머리를 짧게 깎으니 영락없는 깡패다. 영화는 재밌다. 거친 욕설이 마구 거슬렸지만..2시간 넘는 분량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도 않고 주제는 폭력의 세습. 내용에 알맞게 구성된 요소들, 어떤 부분은 너무 통속적이고 어떤 부분은 생경하다. 그게 초짜의 매력 아니겠는가..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 바람이 분다에서의! 연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내게 양익준 감독의 이런 모습은 조금 낯설고 무섭지만, 에너지가 너무 좋다.

매맞는 아내, 때리는 남편, 우는 아이들- 무엇을 상상할수 있을까? 영원히 강자의 입장에서 폭력을 휘두를것같던 남자는 늙고 지쳐가고 속수무책으로 울기만 했던 꼬마들은 분노를 품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상훈이 가지고 있는건 낭떠러지에 몰린 맹수의 폭력적인 분노뿐. 양아치와 성녀가 통속적인 코드가 맞긴 한데, 인간적이고 리얼하다보니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지금은 한 동네 건너와서 잘 못 느끼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만해도 우리 동네엔 상훈이네집 같은 가족들이 많았다. 폭력, 도박, 치정, 양아치, 우는 아이들..

똥파리가 가장 잘 해낸 부분이 연희라는 캐릭터같다. 보통의 영화같았다면 아마도 두 사람이 사랑하게 만들고 동정에서 구원으로라는 클리셰가 끼었겠지만..연희도 상훈의 집처럼 폭력적인 동생과 정신이 나간 아버지라는 처량한 현실로 맞수해 업그레이드 된 성녀 캐릭터를 만들었다. 연희는 롤리타나 성적 욕망의 대상이 아닌 포근한 어머니의 존재처럼 상훈을 어루만진다. 폭력과 욕설 강도가 높다보니 보기에 좀 껄끄럽지만..이게 현실인걸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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