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9월에 본 영화인데 이제서야 갈무리하는 게으른 덕자....

전도연 배우 데뷔 20주년을 맞아 접속 상영과 더불어 배우와의 만남이 있었다. 예매 열리고 순식간에 매진되어 버려서 못 가는구나...하고 있다가 운좋게 취소표가 있어 예매하고 보게 되었다.

영화는...너무 좋았다.






친구의 연인을 사랑하고 있는 수현과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동현의 이야기가 메인이다.

1997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전이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촌스럽고 투박한 것들 투성이지만 그것은 그대로 사랑스럽고 추억이 깃들여져 있어 예쁘다. 내용은 꽤나 통속적이지만 연출은 차분하고 담백하다. 응칠에서도 볼 수 있든 모뎀을 연결하여 사용하는 PC통신 시절의 채팅화면이 너무 레트로 분위기라 좋았다. 그 투박한 키보드 타자음과 화면에 나열되는 각진 단어들.




2007년 결혼 이후 활동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추상미. 최근에는 방은진처럼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활동중이다.

당시 쌩신인이었던 전도연과는 다르게 이미 연극무대로 데뷔하여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배우였다. 비록 조연으로 나오지만 그 도시적이고 이국적인 마스크는 여전히 존재감이 강하다. 동현에게 집착하는 라디오작가로 나오는데 평면적인 캐릭텀임에도 불구하고 수트차림에 포니테일이 너무 잘 어울려 인상에 깊게 남는다.




새로운 사람과의 시작을 두려워하는 동현과 이제는 기철을 짝사랑했던 그 시간들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는 수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채팅을 통해 변화를 이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 OST로 사용된 팝송들도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무명의 어느 밴드(?)가 아니게 되었다.

둔탁한 키보드음. 공중전화. 네모난 영화표. LP 레코드판. 





전도연은 너무 풋풋하고 예뻤다.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은 이제 하지 않을래요~라고 하는 그녀의 신선하게 떨리는 목소리. 너무 좋았다.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고 시작한다는 것. 그 사람이 낯선 대상일 경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이전의 사랑이 너무나도 아팠던 사람들이라면...짝사랑에 몸서리치는 수현의 입장에 빙의하고 보니 그렇게 간절하게 피카디리 앞에서 기다리는 그녀가 절절하게 다가오더라. 시간이 지나도 접속을 다시 보는 그 순간에는 찬 공기를 처음 맞는 기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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