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아는 지인의 단편을 보기 위해 매진된 티켓을 부랴부랴 구해서 보게된 섹션 중의 한 단편 올드 랭 사인. 그렇게 갑작스럽게 보게된 영화에서 그렇게 눈물을 쏟을줄이야....Auld Lang Syne은 스코틀랜드의 방언으로 그 나라의 민요다. 즐거웠던 옛날의 정을 추억하며 다음을 기약하자는 느낌의 음악으로 국내에서도 번안되어 불리고 있다. 보통 망년회때 술에 취해 꼬인 혀로 즐거이 부르는 사람도 있으며 졸업식날 급우들과 즐거웠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이 악물고 부르는 아름다운 경우도 있다. 

탑골 공원 앞, 무료 급식을 받는 남루한 차림세의 할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영화는 시작한다. 서로를 알아보는 두 사람, 반갑고 뜻밖이지만 긴 세월의 시간차가 어색한듯 두 할아버지의 시선은 흔들린다. 대화로 미루어보아 젊은 시절 연인이었음이 드러난 두 사람의 관계. 둘은 모텔로 향하는데........그곳에서 나누는 애틋함을 그리도 섬세하게 표현하다니..노숙자가 되어버린 젊은 날의 연인을 바라보는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머리가 빠져 훤한 이마, 검게 그을린 피부, 거뭍거뭍한 수염..흐윽...노쇠한 치아때문에 단무지조차 씹지 못하는 그에게 단무지를 씹어주는 남자..흐앙...흑..흐그...
너무 울어버려서 시야를 가려버릴 정도로 펑펑 울었다..너무 슬퍼서....이런 사랑도 있구나...젊은 날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해서 말하며 미안해하는 남자,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듯...모든것을 용서하는 그 사람...그리고 이제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가야하는 두 사람..이게 마지막일것 같아..우리 이제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아...잘가요..내 사랑..흐앙...너무 슬펐어.....

동백 아가씨의 단편을 만들었던 소준문 감독이 오랫만에 찍은 영화라고 한다. 보기 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봐서 누가 만들었을까 했는데 소준문씨였다. 정말 반가웠다. 장편을 준비중이라고하니 열심히 응원할 작정이다..소준문씨 사랑해요..흐앙...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