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국의 수학이자 철학자, 역사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이자 반전운동가로서 비트겐슈타인과 함께 분석철학을 이끈 주동자이며 여기저기 있는 오지랖 없는 오지랖 다 떨었던 버트런드 러셀의 중요한 발견 중의 하나이다. 여기까진 나와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보이지만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몇 번의 자살충동을 느끼며 고독하게 자랐고 형에게 배운 유클리드 기하학을 시작으로 수학에 대해 더 알고자 했던 수학쉽덕 러셀은 삶을 포기하지 못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찌질했고 죽을 용기마저 없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은 인간의 확신은 자신이 알고있는 지식보다 무지에서 오는 것이다라는 통탄할만한 주장을 내세웠다. 앞서 쓴 버트런드 러셀과 찰스 다윈의 이론을 합쳐 코넬대학의 데이비드 더닝과 일리노이 대학의 저스틴 크루거는 <미숙과 그에 대한 무지 : 무능력 인식장애가 자기 과대평가로 이어지는 경위>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위키백과의 설명을 빌리자면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로 인해 능력이 없는 사람은 환영적 우월감으로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 평가하여 환영적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무지한 인간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덕에 자신감에 차있으며 인지능력 부족으로 자신의 실수나 실패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이른바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인간들은 일어나지 않을 결과에 환영적 두려움과 열등감을 느끼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가? 기가막힌 이론 아닌가?? 스물 두세살쯤 까지만 해도 아마 이 이론에 콧웃음 쳤을지도 모르겠지만,,철학자의 길로 인도되어지고 있는 지금에는 나 자신을 바로 보게 되어 그들의 위대한 이론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철학이 이래서 미친 학문인가보다 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 사족을 좀 더 보태 덕자이론을 펼치자면 나는 인간이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를 깨닫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자아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약한가 강한가의 차이를 떠나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절충하는 인간의 나쁜 버릇을 뿌리뽑기 위해선 적절한 자가진단이 오히려 꿈과 현실과의 타협에서 괴로움을 겪는 만성우울증을 고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박사 준비중이라면 이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써 내 학계에 발표할 의향도 있었겠지만..내가 꼰대들이랑 이성과 감정을 강제 절충시켜야 하는 논쟁을 할 수 있을리 없으니 지레 겁먹고 논문을 포기하기로 한다. (^^)

나이가 들면 스스로에게 묶은 족쇄를 풀고 자유로워질 것을 선택한다고 한다. 특히나 젊은 시절에 많은 제약으로 자신을 묶어둔 사람이라면 그 자유로움은 한층 더 스무스해지기도 하는데..나는 자신의 까다로워진 테이스트에 맞춰 스스로의 한계와 레벨을 기꺼이 높은 곳으로 껑충 올려놓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써 나의 데뷔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완벽한 작품을 그리고 써야한다는 압박감이 겁쟁이를 물가로부터 저 먼 육지로 도망가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하고싶은 일이나 잘 할 수 있는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가능한한 실패 확률이 적은 것들로 골랐고 큰 실패는 하지 않았지만 좌절감과 굴욕감을 동시에 얻는 인생 최대의 비참함도 맛보게된다. 지금 위기의 핵심은 지젝의 말마따나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함에 있다. 줄곧 고민을 하는척하며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보고 있었으나 곧 잊어버렸고 들었지만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 지루한 싸이클을 반복하다보니 수천가지의 갈증이 솟았다. 아름다운 청춘은 실패로 얼룩지고 그 얼룩과 아픔들에 새살이 돋아 나는 병신찌질이같이 도망가기보단 차라리 제로위에 있는 나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보잘것 없는 생각하는 동물..나는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남들과 살짝 다르다는걸 인정하는건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찌질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도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잘것 없는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나면 이제 그곳에 무엇을 채워넣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나는 그대로 그 불완전하고 미완성 자아로 평생을 죽을때까지 왜 일이 잘못되어가고있는지 알지 못한채로 관 속에 뼈를 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나의 족쇄를 풀어주겠다.


태초부터 가진 것도 없고 쌓은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으며 내세울 것도 없으니 언제라도 모으고 버리고 다시 만들 수도 있다. 난 그런 인간이다. 재활용을 해도 수 십 번, 수 백 번을 할 수 있는데..다른 사람들은 다 가지고있는걸 내가 하나도 가지지 못한다고해도 나만 가질 수 있는걸 끌어안고 살기로  했다. 자신감은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인데 죄지은 것도 아니면서 고개 떨구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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