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가 기진맥진할 정도로 공허하게 만들만한 영화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답으로 돌아왔던 차이 밍량의 애정만세. 만난지도 벌써 4년째인가,,현대인의 고독을 기가막히게 잡아냈다는 중경삼림하고 같은해에 태어난 작품, 그러나 왕자웨이 감독의 인기가 치솓을때 차이 밍량을 아는 사람은 매니아 정도. 감성적이거나 겉치레같은 영상미는 없고 워낙 건조하고 메마르다 보니까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게 되는..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차이 밍량의 영화들을 보면 안토니오니의 영화들이 떠오른다. 지독하게 건조하고 초현실적으로 고독한 영화들. 처음 봤을때는 사랑하거나 사랑받지 못하는 메이가 불쌍해서 울었고 다음에 볼 때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다가갈수없어 혼자서 훌쩍이는 샤오강때문에 울었다. 엔딩에서 메이가 공원 벤치에 앉아 소리내어 울먹이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손꼽히는 장면인데 보다보면 같이 목놓아 울게된다. 소리도 냈다가 울음도 삼켰다가 눈물때문에 시야가 안보이다가 여러모로 날 울렸던 장면인데 영화를 여러번 볼수록 그 장면뿐만 아니라 아정과 메이의 정사 때문에 침대 밑에 숨어 우는 샤오강의 모습에도 울음이 나고 욕실에서 드레스를 입고 걷는 샤오강의 모습에 또 울음이 난다. 상처뿐인 사람들. 사랑도 할 수 없고 사랑을 받을수도 없는 현대인. 엊그제 새벽에 나눴던 대화가 또 떠오른다. 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는지 이해할수 없다는 나의 물음에 은지는 어른스럽게 대답해주었다. 외로우니까.
답답하다. 속도 바깥도, 명동역이고 홍대입구역이고 재빠르게 지나치고 부딪히고 사라지는 사람들, 모두 속 꺼내놓고 사랑해주면 좋을텐데 저마다 자기 방어하느라고 바쁘다. 그러다보니 서울은 더러운 먼지와 더운 공기들로 가득찬 각박한 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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