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나에겐 최고의 한국영화였던 [우리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나고 곱씹어 볼수록 아픈 영화였다.

관계에 서투를 수 밖에 없는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힘겹게 성장하는 선을 중심으로 전 학교에서 왕따의 아픔을 겪고 전학 온 지아.

선의 반 친구들을 바탕으로 소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기와 질투, 미움, 그리고 미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사실 그려냈다기보다 소녀들 얼굴 자체만으로 설명이 된다. 선이가 샐쭉 입술을 내밀고 친구들을 바라보는 표정이나 지아가 여름방학 내내 추억을 만들었던 좋은 친구 선을 등지는 것과 전학교에서처럼 왕따가 되고싶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서 전전긍긍해하는 표정을 보면 모든 감정들이 설명된다.

선이에 대한 설명은 오프닝에서 모두 보여준다. 가위 바위 보를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선택해주기를 조바심내며 기다리는 선이의 얼굴이 설레임에서 차츰 실망으로 바뀌어간다. 곤경에 처한 선이를 간절히 구해주고싶지만 그럴 수 없다.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선이가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지만 누구도 상황을 바꿀 순 없는 노릇이다.

[우리들]은 너무나도 정직하고 감수성 넘친다. 아이들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폭력적인 성질의 것. 괴롭고 아프지만 스스로 견뎌내야하는 통과의례. 윤가은 감독은 단편 [콩나물]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수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본인의 어린시절 기억을 투영했다. 돌이켜보면 너무 아프고 떨린 경험이라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계속 콩닥거리더라. 마치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꾸미기도 잘하는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아이가 있다. 권력은 계급을 만들고 계급은 파벌을 꾸린다. 그 안에서 작은 오해로 인해 상처를 주기도 하고 관계가 꼬여 소외되기도 하는데 어릴때는 모든 것이 서투르다보니 오해를 당하거나 소외를 당해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고민의 크기가 무한하게 커보이기도 했다. 너무 커다랗게 부풀어 올라 운동장을 가득 채운 풍선이 곧 터지기라도 할 것 처럼 학교가는 것이 괴롭지만 가야하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내일은 기어코 오고야만다.

내일이 오는 것처럼 괴로운 오늘은 꼭 지나가게 마련이다. 우리들은 그 미묘한 감정들의 암투 사이에서도 화해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관계에 실패하고 성장의 상처가 아무는동안 용기라는 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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