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큐멘터리+록커의 일거수 일투족이 합쳐진 로큐멘터리 [이것이 스파이널탭이다]는 80년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던 록 모큐멘터리였고 실제로 존재했다고 해도 믿음이 갈 정도의 그룹 스파이널 탭의 미국 진출 이후의 상황을 다룬다.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빗과 나이젤. (나이젤 캐릭터 너무 좋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익숙한 얼굴이 그나마 극중 감독 마티 디버기역을 맡았던 롭 라이너일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등장하진 않는다. 마이클 맥킨도 거의 무명에 가까웠고 나이젤역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게스트도 정말 눈썰미 좋은 영화팬이 아니라면 누군지도 몰랐을 것이다. 중요한점은 이들은 배우보다 음악가로써 그 능력치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모두들 뮤지션으로 활동했으며 영화 속 사운드트랙도 실제로 그들이 만든 것들이다. (사운드트랙 정말 좋다!!!) 참고로 데릭역을 맡은 해리 시어러는 심슨의 플랜더스, 번즈 등의 성우로 팬이 은근히 많은 배우. 지금은 꽤 자주 쓰는 장르인 페이크 다큐이지만 당시에는 매우 생경한 장르였고 이 장르계의 선구자격이라고 할 수도 있는 영화이며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모큐의 교과서적인 영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전에도 이런 기법으로 영화를 제작한 사람은 있었지만 이것이 신선하게 먹힌 것은 스파이널탭이 정점이라 할 수 있겠다. 간혹 파운드푸티지 필름과 헷갈리는 사람이 있으나 다른 형식이다.


본격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써 영화의 가장 큰 역할은 관객을 속이는 것이고 허구의 사실이든 사실 기반으로 한 허구의 인물과 상황전개이든간에 받아들이는 주체가 그것이 나와는 별도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롤에 이입하여 상황을 함께하고 결국 영화와 함께 이 모험을 끝나게끔 만들어주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장르의 장점을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그 매력을 뿜어내는 멋진 작품이다. 



(왼쪽의 모자 쓴 남성이 스파이널탭의 감독이자 극중 마틴 디버기로 등장하는 롭 라이너

그는 스탠바이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와 같은 감수성 풍부한 드라마들을 주로 만들었다. 그러구보니 최근 재개봉한 플립도 이 양반이 만드셨다. 감수성..뙇뙇)


상황은 간결하다. 10년이 넘는 밴드생활동안 그룹의 이름을 수없이 바꿔왔으며 밴드의 멤버만 30명 이상을 갈아치운 라디오 진행자의 말을 빌리자면 아주 오래전 몇 곡의 히트곡을 남긴채 퇴물이 된 밴드인 스파이널탭이 미국 진출을 하기 위해 미국에 왔고 그 이후로 벌어지는 상황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밴드공연이 펼쳐지면서 벌어지는 상황들-밴드의 멤버 중 하나인 데릭이 무대장치인 껍질에 갇힌다던가. 나이젤이 고안해낸 스파이널탭 회심의 일격인 스톤헨지가 18인치로 제작되어 그 황당무게함이 공연에서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된다던가하는-은 오랜 기간동안 밴드활동을 한 베테랑답지 않게 어설프기 그지없게 연출되지만 그 상황들 속의 주체인 멤버들은 세상 진지하게 일과 이슈들에 대면하고 있어 이것이 오히려 유머코드로 사용된다. 이 연출스타일은 훗날 많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영감을 주었으며 차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의 재미있는 점은 비틀즈,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 실존했던 밴드들의 이야기나 앨범 비하인드들이 풍자된다는 점인데 이 또한 올드록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즐겁게 볼만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를 관람한 실제 록밴드 스타들은 이것이 실제인지 가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지한 태도로 영화를 봤다고 한다. 롭 라이너가 얼마나 이쪽 생태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얼마나 잘 컨트롤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유머러스하게 잘 짜여져있지만 후반부에서 밴드를 박차고 나간 나이젤이 데이빗이 연주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의 눈짓에 기타를 매고 공연에 합류하는 점은 꽤 뿌듯하고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재미있는 부분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이것이 현실이었는지 가상의 이야기였는지 그 여운을 걷어내기도 전에 엔딩 크레딧에서는 스파이널탭 멤버들의 인터뷰가 함께한다. 이 또한 이 영화의 백미일 것이다. 


* DVD 코멘터리를 보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롭 라이너의 극 중 이름인 마티 디버기 (Marty DiBergi)는 마틴 스콜세지, 브라이언 드 팔마, 스티븐 스필버그, 페데리코 펠리니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철자를 가져와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