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단 말이지. 원제는 레드 써클인데 이 뜻인즉슨 영화 오프닝에 나오는대로이며 이 제목이 영화와 멜빌의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메세지이기도 하다.
알랭 들롱이 중절모에 트렌치 코트를 두른 모습에 하악거리지 않을 남녀 없다. 그러나 들롱도 들롱이지만 프랑스 영화에서 빼놓을수 없는 배우 이브 몽땅과 이탈리아 배우 지안 마리아 블론테 또한 인상적인 남자들이다. 자 이 영화가 왜 매력적일까? 왜 그 수많은 멜빌의 팬들이 하나같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 영화를 숭배할까? 이유는 진부한 비장미 대신 미니멀리스트로서 택한 쿨한 인생관 때문이 아닐까. 남자들은 하나같이 엄숙한 표정으로 계획을 세우고 작전을 실행한다. 인생의 즐거움이라곤 없어보이는 나락 끝에 서있는 세 남자는 더이상 그 어떤 행복도 추구하기를 원치 않고 있는듯 하다. 그들의 결말은 헐리웃 액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영웅의 활약따위가 아니다. 비관적인 냉소로 가득찬 그의 영화가 그토록 사랑받을수 있었던 이유는 그 냉정함 때문이다. 인생은 고독하고 세상은 절망으로 가득차 있다는 남자들이 트렌치 코트를 여미고 차가운 회색 아스팔트 위에서 위태롭게 담배를 태우고 있다. 그것이 그리도 멋져보이는것은 이 남자들의 중절모 때문인지, 아니면 주름마저도 멋져보이는 모습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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