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가 상하지 않을까할 정도로 많이 봤던 토니 타키타니.
의외로 다른 유명한 작품들에 비해 렉싱턴의 유령에 실린 단편 토니가 그의 작품중엔 가장 먼저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하루키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책도 흥미롭게 읽지 못했는데 이 작품 참 좋다.
섬세하고 차분한 연출이 특기인 이치가와 준 감독이 만들어서 그런지 더 좋았다. 이걸 이시카와 히로시가 만들었다면 어땠을까?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데 사람들이 약간 오해하고 있는데 하루키의 원작이 그런 분위기라 이치가와 준이 영화를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명백한 오해야! 그의 초기작 오사카 이야기를 보면 이것과 느낌이 굉장히 비슷하다. 오사카 이야기뿐만 아니라 토니 이후에 만든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조차도 말이다. 차분한 나레이션과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사람의 느낌이라던가 믿기어려울 정도로 차분한 진행들이 그의 특기다. 우연히도 토니의 원작은 그와 분위기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그랬기때문에 원작에 충실한 영화가 나올수 있었던거다. 그의 특기니까. 그의 특기는 차분한 화면으로 사람들에게 떨림을 주는 것이니까.
토니는 아주 외로운 소년이다. 나중에 써먹을데가 있다며 토니라는 괴상망측한 이름이 주어진 그는 유난스러운 이름에 비해 조용하고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게 된다. 아주 어린 아이였을때부터.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고나서도 그의 생활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성격탓에 끈기와 인내심이 필요한 일러스트를 그리며 넓은 저택에 혼자 사는 토니. 그에게 나타난 발사이즈 230에 치수7호를 입는 쇼핑 중독자 에이코.
이렇게 무미건조하고 흥분되거나 과장이 없는 사랑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차분하다. 그의 주특기니까.
아쉬운 점은 그가 옷 한벌 살까요라는 단편을 만들던 중에 의식 불명인 상태로 2008년 사망했다는 것이다. 아직 보여줄 것들이 더 많았던것 같은데..재작년 여름에 본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이 그의 마지막 완성작인 셈이다. 아쉽다. 바람이 불어 연두색과 회색이 섞인 나뭇잎을 날리는 장면이나 뛰어가지만 걸어가는듯한 걸음걸이를 풀샷으로 잡은 장면들은 이치가와 준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컷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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