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네 학교 앞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통 통제를 하는 아저씨가 있다. 민아가 그 사람 불쌍하다고 사랑에 미쳐서..라고 화를 내더라. 영재는 그 사람 그래도 행복한거 아니냐고 핀잔준다.
오늘 종로3가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너무 피곤해서 맨 앞 기둥 왼쪽에 기대어 서있었다. 그런데 몇 분 있다가 머리는 구불 구불 어깨쯤 왔을까 안경을 쓰고 왼손에 네모낳고 검은 가방을 들고 런닝화를 신은 남자가 다소곳이 와서 내가 서있는 기둥 오른쪽 뒤로 숨어있는것처럼 서길래 호기심에 투명 유리로 그 사람을 쳐다봤다. 시선을 계속 바닥으로 깔고 죄를 지었는지 원래 수줍음이 많은건지 마치 내가 여기에 없는것처럼 해주세요라는 투로 서있더라. 지하철이 오고 그 사람이 탔는데 타자마자 맨 끝 좌석 옆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고 런닝화를 벗어 가지런히 두더니 두손을 모아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얼굴도 깊숙히 파묻고, 누구한테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주 깊고 크게 가지런히 앉아 있었다. 계속 그러고 있었다.
사랑에 배신당했는지 착한 사람에게 나쁜 짓을 했는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죄를 빌고싶은건지 잘못했어요 하는 모양으로 그러고있는 모습에 왠지 눈물이 핑돌았다. 이건 절대적으로 내가 잠을 못자서 그런거다하고 생각하면 애써 그 사람을 피했다.
오늘 기가 차는 사람을 두 명이나 보았다. 30은 족히 넘었을 아저씨가 날 쫓아오질 않나, 술에 취하지도 않은 사람이 스무 정거장 가도록 나를 뚫어질때까지 노려보질 않나.
세상엔 이상한 사람이 많은게 아니고 이런 저런 이유가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것 같다.
민아는 결국 많은 추억을 만들고 떠났고 영재는 그 추억안에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용기있는거, 겁이없는거, 사람들아 사랑을 하고 누굴 좋아하려거든 겁쟁이거나 용기없는 사람은 시도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그 가벼운 입과 순간의 감정으로 이것 저것 토해내면 남에게 상처만 남기는 꼴이 되잖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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