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ip seymour hoffman

(1967-2014)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내가 알고있는건 스크린 속 그사람뿐인데 아침에 뉴스알람을 읽고 얼마나 깜짝 놀랬는지 그게 어떤 종류의 슬픔이고 비통함이었는지 친구도 아니고 지인도 아닌데 그냥 이상하게...서러운건지 슬픈건지 눈물이 찔끔 났다. 내가 알고 있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라는 사람은 연기경력 30년 된 베테랑에 마흔을 앞두고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아 그걸로 첫 오스카를 수상한 남자. 그냥 미치도록 연기를 잘하는 사람...정통 메쏘드연기의 계승자..

메쏘드 연기를 이야기할때면 조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대부 시리즈의 말론 브란도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알 파치노와 드니로식 메소드 연기법을 세상에 퍼트린 로버트 드 니로, 80년대부터 시작해 90년대에 리즈 시절을 맞고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등이 그 대표적 연기자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의 자리를 계승하고 있는 정통파들을 추리자면 현재 헐리우드에선 배트맨을 연기했던 크리스찬 베일과 호아킨 피닉스 정도를 뽑을 수 있겠다. 물론 내 개인적인 의견들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때 메쏘드 연기 정통파는 이들이다. 그들이 주연급 스타인 반면에, 호프만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몇 편이 안되지만 서브나 조연, 엑스트라급으로 나왔던 영화들에서조차도 주연의 존재를 잊게 만드는 강한 씬스틸러였음은 물론,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연기할 수 있는 그야말로 '배우'였다. 그는 모든 것을 연기할 수 있었고 실제로 모든 것을 연기했다. 마지막으로 본 마스터에서 그는 무형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연기했다. 그는 더이상 끝을 지정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던 것이다...

그런 그가,,너무나도 사랑하고 좋아했던 그가..헤로인으로 세상을 떠났다........전날 지인들과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데....나는 그것을 알고싶지 않다...







punch-drunk love


그를 처음 만난건 피티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 당시 웹커뮤니티에서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영화가 나왔다는 소식에 찾아봤던 영화인데 정말 독특했다. 피티앤더슨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이기도 했고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란 배우도 처음 봤고 아담 샌들러가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것도 처음 알았던 고마운 영화이기도 하다 배리의 돈을 뜯어내려는 소위 폰팅업체 사장 딘 트럼벨로 잠깐 등장하는데,,그 유명한 셧업짤이 탄생된 영화이기도 하다. 못된 악덕업자에 욕심이 잔뜩 묻어있는 양아치역을 기가막히게 소화했다. 잭 블랙이랑 닮아서 형제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아니었다.




magnolia


그리고 재빨리 매그놀리아를 찾았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영화를 자주 만드는 사람이 아닌데 펀치 드렁크 러브 이후로 몇 년을 줄곧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던 그가 90년대에 영화를 몇 편 만들어놓았다는건 내가 그를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생겼다는걸 뜻하기도 했다. 매그놀리아에서 호프만은 죽어가는 왕년의 퀴즈쇼 진행자안 지미를 간병하는 간호사로 나온다. 여기서도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편안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필립 베이커 홀과 대화를 나누는 역할에 제격이었다. 7천개의 개구리가 쏟아지는 우연과 우연의 일치들에 관한 영화로...피티앤더슨 본인이 이보다 더 대단한 영화를 만들지 못할거라고 호언장담한것 치고는 만듦새가 미완에 가깝다. 그런데 그 완성도의 미숙함이 오히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색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으니 그는 역시 괴물인가..영화를 볼 때는 호프만 보다 도니를 연기했던 윌리엄 메이시를 더 좋아했고 어린 나이에 이 영화를 감당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서랍속의 보물같은 영화로 관용과 용서를 쓸 때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hard eight


지금의 내 나이때 매그놀리아를 만든 폴 토마스 앤더슨이란 사람은 어떤 데뷔작을 만들었을까? 그의 데뷔작 하드 에이트는 96년에 내놓은 영화로 그 시기에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던 똘끼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독보적이었다. 제임스 그레이나 그렉 아라키, 스파이크 리, 케빈 스미스같은 감독들도 있었지만 타란티노에 비하면 덜 수다스러웠고 점잖았고 심심했다. 그런 독주체제에 흘러들어온것이 폴 토마스 앤더슨이었다. 정통파도 아니었고 영화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것도 같았으며 mtv세대이며 비디오세대였다. 펀치 드렁크 러브와 매그놀리아를 보면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것, 하드 에이트를 보고나니 그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타란티노와 피티앤더슨의 영화들에는 어떤 미완의 빈공간이 존재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다....

펄프 픽션이 세상의 환대를 받으며 등장한 2년 뒤 마찬가지로 잡탕 장르였던 펄프느와르 이후 하드 에이트는 또 한 편의 새로운 느와르의 탄생을 알렸다. 타란티노 이후 대안은 있는가? 라는 대답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게된건 폴 토마스 앤더슨이란 존재의 공이 크다. 이 영화에서 그는 그의 친구들 필립 베이커 홀, 존c.라일리를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호프만은 시드니에게 빈정대는 양아치를 연기했다. 마치 펀치 드렁크 러브의 그 악덕업주의 젊은 시절을 보는듯한 본의 아니게 프리퀄이 되고 만 인상적인 역할이었다. 원제는 도박 용어인 하드 에이트인데 국내에는 리노의 도박사란 제목으로 알려져있다. 이 영화에서는 필립 베이커 홀이 돋보이는데 이 둘은 매그놀리아에서는 친구로 등장하니 참 재미있다. 그런데도 전혀 매너리즘을 느낄새도 없고 같은 배우라는것도 느껴지지 않는걸 보면...다 괴물이다. 아주 짧은 분량으로 등장하지만 아마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젊었을때 금발이 너무 예쁘게 잘 어울린다.





긔여워 둘다ㅠㅠ귀여워 쥬금ㅠㅠㅠㅠㅠㅠㅠㅠ


boogie nights


데어 윌 비 블러드가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본 피티 앤더슨의 영화 부기나이트. 굿샷. 브라보!

해외에서 호프만이 사망하고 그의 최고 캐릭터를 1위부터 15위까지 선정했는데 이 부기나이트에서 맡았던 스카티란 역할이 3위에 올랐더라. 이 영화가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고 신하균이 (그는 실제로 스카티역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네요.) gv에 참석한다고 했을때 커튼을 부여잡고 울었다능ㅠㅠ

난 이 영화속 마크 월버그가 너무나 좋다. 젊음이 느껴지는것도 그렇지만 패기가 느껴진다. 지금은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줄창 액션영화만 찍고 차기 아이언맨이나 탐내고....게다가 트랜스포머 새시리즈에도 나온단다..블록버스터 배우로서의 욕심을 모르는건 아닌데, 내가 생각하는 마크 월버그나 파이터나 디파티드에서의 모습이 훨씬 좋은데말이다....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이상의 길을 가지 않은것을 가지고 탓할순 없지만 그의 선택과 생각이 그러하니..받아들여야지ㅠㅠ...

아무튼 호프만은 이 영화에서도 아주 적은 분량으로 등장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줄곧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역할이다. 실제 포르노 스타들도 등장하고 덕 디글러라는 캐릭터도 실제로 존재했던 포르노 배우를 모델로 만든거라 그런지 사실적인 묘사들도 많고 영화 보고나서 궁금해서 실제 그 배우 이름으로 구글링 하면 컬쳐숔....숔...

이 때부터 피티앤더슨이 주연배우를 활용하는 방식이 참 독특했던 것 같다. 큐브릭처럼 있는거 없는거 핥퀴고 괴롭혀서 쪽쪽 다 뽑아내는 감독도 있고 (한 씬에서만 테이크 30-40번 가서 배우를 녹초로 만들어 뽑을대로 다 뽑아내는...잘하는 배우들한테는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두고 아무 디렉션도 안주는 것으로 피를 말렸고 못하는 배우한텐 버럭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배우가 무엇을 연기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자신의 머릿속에 이미 그려놓은 계획표대로 꼭두각시 인형 부리듯 하려는 히치콕같은 감독도 있지만 앤더슨은 그들과는 반대인 것 같다. 실제 디렉팅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연기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중 가장 어려운 직업군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와 일하는 배우들을 존경하며 그들을 스타로서 빛나게 하기 위한 에고부스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한것을 보면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행위 자체를 존경하고있음이 분명하다. 그의 영화속에서 배우들은 다른 영화에선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모습들을 자유자재로 뽐내는것 같아 느낌이 신선하다. 매그놀리아의 톰 크루즈도 그렇고, 부기나이트의 마크 월버그도...존c.라일리같은 감초연기 전문배우도 앤더슨의 영화에선 주연으로 빛날 정도이니 배우들 활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감독들마다 연기디렉팅이나 요구하는 부분들이 다른거야 각자의 개성 문제이지만, 앤더슨의 통찰력이나 관찰력 덕분에 빛나는 배우들을 볼 수 있는건 고마울 따름이다..





the big lebowski


길지 않은 시일내에 그가 나왔던 인상적인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었다. 바로 그 이름은 위대한 레보스키. 그렇다..코엔 형제의 영화였다. 코엔형제 영화들은 비교적 늦게 섭렵했었는데 제일 처음 봤던 영화가 아마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 였던 것 같다. 조지 클루니가 나왔던..그것도 참을 수 없는 사랑때문에 찾아봤던 영화고 그 다음부터 파고, 바톤핑크 등등 줄줄이 사탕처럼 엮인 그 수많은 영화들을 섭렵하던중 만난 반가운 영화. the big lebowski. 이 영화에는 호프만 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역들이 다 독특했다. 특히나 주요배역인 제프 브리지스-존 굿맨-스티브 부세미로 이어지는 라인은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코믹한 캐릭터들이었다. 아마 영화 역사에도 흥미로운 캐릭터 리스트가 있다면 반드시 상위에 포함될 정도로 재미있는 캐릭터들로만 꾸려졌다. 호프만은 dude 레보스키가 아닌 백만장자 레보스키의 집사로 짧은 분량을 연기했지만 매우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the talented mr.ripley


그 다음으로 그와 만난 영화는 리플리의 리메이크 버전인 안소니 밍겔라의 1999년작.

리플리라는 배역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크루즈, 크리스찬 베일 등에게 제안이 갔지만 아직 신예였던 맷 데이먼에게 돌아갔다. 30파운드나 감량하고 샤프한 모습으로 연기한 이 영화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원작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이었고 우리에겐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로 기억되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를 추가하고 또 비중없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르네 끌레망의 작품보다 더 미스테리한 분위기의 영화로 만들어냈다. 사실 이 버전을 더 좋아하는 영화팬들도 많다. 원작에선 알랭 들롱의 원톱으로 기억되지만 리플리에서는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맷 데이먼, 케이트 블란쳇 네 명의 배우가 모두 제역할을 했고 영화가 끝나도 네 명의 롤 모두가 기억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작에서 기억도 안나는 엑스트라에 가가웠던 프레디역할을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살려 굉장한 호평을 얻었다. 원작에서도 리플리한테 죽는건 같지만 (로마의 황제였던 하드리안의 두상이 범행도구로 쓰여진것은 새로운 해석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중요한 소품) 안소니 밍겔라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을 이용해 프레디라는 역할 자체가 영화안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했고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마저 새로 쓰이게 하는 요소로 각인되게 만들었다. 아마 카포티 이전에 그를 리플리의 프레디로 기억하는 팬들도 많았을거라 생각한다. 실눈을 뜨고 리플리를 노려보며 의심하는 모습은...잊을 수가 없다.





25th hour


25시. 개봉때 봤던걸루 기억한다. 에드워드 노튼이란 이름때문에 잔뜩 기대하고 봤었는데 생각보다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심심하고 개연성이 부족해서 내용이 뭐 이따위냐? 하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것은 스파이크 리의 연출이나 베니오프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에드워드 노튼과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였다. 설정부터가 설득력이 부족했던 캐릭터들을 연기하느라 매우 애썼는데 그들 덕분에 그나마 끝까지 참고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두 배우가 본격 연기배틀 뜨는 영화라..긴장감을 주듯 2인 연극을 보는듯 연기만큼은 보고 듣는 재미가 있었다.





mission impossible3


미션 임파서블3..이 영화는 개봉이 한참 지난 뒤에야 보게된 영화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그닥 안좋아하고 에이브람스는 더욱이 싫어하는데다 주연배우인 톰 크루즈, 미셸 모나한도 별로 안좋아해서 땡기지 않았던 영화인데..둘 제외하고 조연으로 나온 배우들은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었다. 늦게나마 보게 됬었는데 아마 여기서 호프만을 기억하는 사람이 꽤 될거라 짐작해본다. 매우 인상깊은 악역이었다. 주인공이야 늘 그렇듯 정의의 사도 또는 로맨티스트다. 그에 반해 악역은 어딘가 찌질한데가 있는데 오웬이란 작자는 절대 '악'을 가진 캐릭터였다. 빌리 크루덥, 사이먼 페그, 케리 러셀 더불어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까지..조연들이 더 흥미롭게 구성된 영화로 액션은 그나마 봐줄만 했지만..내용은...80년대 하이틴영화를 보듯 유치했다.






capote


오 신이시여..이 영화를 만든 베넷 밀러에게도 감사하고 호프만을 캐스팅해준것에도 경의를 표한다..당시에 카포티를 다룬 인페이머스란 영화도 따로 있었지만 주목을 받은건 이 영화였고 영화 속 호프만의 모습은 그동안 그를 연기 잘하는 조연쯤으로 인식했던 많은 대중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카포티역을 위해 40파운드 정도를 감량했고 실제로 내가 카포티를 만났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놀랍게 정교하고 리얼한 모습을 보여줬다.

내가 그에 대해 가졌던 교양있게 생긴 잭 블랙이란 이미지는 모두 부식됬고 카포티 이후로 그의 영화들은 개봉하면 꼭 챙겨봐야할 리스트에 넣게 되었다. 이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연기가 아닌 고증에 가까울 정도로...손가락, 발가락 심지어 공기마저도 연기하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첫 주연으로 첫 오스카를 따냈다. 모두 그에게 찬사를 보냈고...국내에서도 이 영화는 인기가 꽤 좋아서 장기상영을 했을 정도로 카포티, 인 콜드 블러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흔히 메소드 연기를 이야기할때 그 배역을 연기하는게 아니라 그 배역이 되는 것이라는 지시를 내리는데, 아마 이 영화는 드라마 스쿨같은데서 연기 수업에 쓰여도 충분할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영화속에서만큼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라는 자아가 사라지고 카포티라는 인물이 존재했다. 그는 그것을 가능케할 정도의 놀라운 연기력을 선사했다.






happiness


호프만의 인생에서도 토드 솔론즈의 인생에서도 손에 꼽을 명작.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이후 3년만에 낸 작품으로..여기서도 아주 인상적인 토드 솔론즈식 찌질한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이건 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현대인이 가진 비정상적인 변태성향을 맘껏 드러내는 비주류영화이기도 하다.

라라 플린보일이 맡았던 헬렌을 짝사랑하는 찌질하고 볼품없는 남자 엘렌으로 등장하는데, 호프만에게 배역이 너무 잘 어울려서 실제로 이런 남자가 미국 어딘가에 아주 여럿이 존재할거라고 믿어지게끔 만들었다. 어찌 보면 이런 감독의 변태적 성향은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에서도 드러난바 있다. 크리스티나는 마치 돈 위너가 어릴때 그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컷더라면 그리 되지 않았을까싶었을 정도로 극악의 피해망상, 자기혐오를 가진 캐릭터였고..그나마 정상적인 캐릭터는 조이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오랫동안 해피니스웨얼 아 유라고 읊조리며 노래 부르던 그녀의 예쁘고 담백한 목소리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물론 손을 뻗었다 거절당하는 엘렌의 살찐 손가락도 기억에 남는다. 결핍되어있는 슈퍼너드역에 이 사람만한 배우가 없다..




almost famous


또 한 편의 좋은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

아마 이 영화 좋아하는 분들 굉장히 많을거라 생각한다. 보고나면 케이트 허드슨이 얼마나 매력적인 여배우였는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고, 카메론 크로우가 얼마나 음악을 잘 사용하는 사람인지 또 새삼 깨닫는다. 지금이야 살짝 주춤한 경향이 있긴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같은 귀여운 영화도 만들었다.) 엘리자베스타운 이전까지 내놓은 영화는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 위트있는 대사들, 적재적소에 터지는 상큼하고 훌륭한 음악들..엘리자베스타운도 내용이 병맛이라 그렇지 사운드트랙만큼은 기가막혔다. 그게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록음악을 듣고 밴드를 쫓아다니는 윌리엄이란 소년의 모티브는 바로 감독 자신에게서 가져온 이야기이기때문이다. 그리고 호프만이 연기했던 실존인물인 레스터 뱅스와 윌리엄의 관계는 실제로 본인의 이야기를 가져와 각색한 실제하는 경험이다. 아주 적은 비중이지만 록음악에 대한 독설을 날리는 그를 보고있노라면 안그래도 닮았는데 더 잭 블랙같아 보일 정도다.(하이 피델리티) ㅎㅎ영화 굉장히 재미있다. 흥미로운 오락영화이고 성장영화이기도 하며 하이틴영화이기도 하다..조만간에 다시 볼 예정이다. 호프만의 올드한 히피 헤어스타일이 지금 보면 굉장히 귀엽다.





the savages


2007년 연말 즈음에 타임지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며 1년간 개봉했던 영화들중 명작 10선을 선정했던적이 있는데 그 톱텐 중 두 편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출연작이었다. 두 편 중 한 편이었던 영화가 바로 이 세비지스. 타마라 젠킨스의 연출작으로...가족 영화다.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딸과 아들이 모여 벌어지는 소소한 해프닝을 담은 소품으로...로라 리니와의 합이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비지에서 맡은 역할도 심심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원체 다른 영화들에서 독하고 비정상적인 역할들을 주로 맡아서 그런지 이 일일연속극에나 등장할법한 애정결핍 주인공을 나름 섬세하게 잘 연기했던것 같다. 한국에선 익숙한 풍경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주의의 나라이자 핵가족이 이미 보편화된지 몇 십년이 넘은 미국에서 이런식의 소재를 가지고 잔잔하게 풀어나갔다는게 의외성으로 다가와 재미있게 봤던것 같다.






doubt


개봉하자마자 예매해서 봤던 다우트.

워낙 관심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이었기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송곳으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것 같은 원장수녀 알로이시스와 신임 수녀 제임스와 플린 신부가 주인공. 여기에 비올라 데이비스까지 모두 오스카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실패..흥행에도 실패했다.

내용은 심플하지만 흥미롭다. 군중이 가지는 인간에 대한 인상과 호의를 거짓과 진실에 대한 믿음으로 구성해 잘못된 추측과 선택적 비판에 대한 의심에 관해 의심하는 플롯을 전면에 깔았다. 어려운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영화가 생각보다 매우 심하게 간결하다. 오히려 이 간결한 플롯 덕에 배우들의 연기 보는 맛이 쏠쏠해 재미있기도 했다. 한가지 사건을 제시하고 그 사건을 통해 보이는 인물들에 대한 호감도와 믿음에 대한 감정들을 관객을 통해 시험하는 감독의 재치가 놀라웠고..또 마치 연극을 보는듯한 간소한 연출들과 배우들의 모습이 부각되도록 슈퍼 클로즈업이 많았던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주로 배우들이 대사를 치고 받는 형식이라 미세하게 떨리는 눈가주름이나 입술 등도 중요 포인트였는데 연출을 잘했다.






before the devil knows


그리고 2007년 타임지에 뽑힌 또 다른 한 편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출연작..'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전에...'

우리나라에선 2년이나 지나 개봉을 했지만 미국에선 세비지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했다. 세비지스도 가족영화이며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이 영화는 가족의 비극과 어머니의 죽음 그 이후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비슷한 가족영화인데 본질적으로 속은 어마어마하게 다르다. 국내에 개봉했을 당시에 극장에 가서 3번이나 봤을 정도로 나도 그 해에 내가 꼽은 베스트에 들었던 영화였다. 시드니 루멧 감독을 떠올리면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그는 살아생전 수십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 대표작만 해도 형사 써피코, pawnbroker, 뜨거운 오후, 네트워크, 허공에의 질주 등..주로 드라마가 살아있는 사회파 영화, 범죄스릴러 등에 조예가 깊었다. 7-80년대가 전성기였는데 이 영화는 80이 넘은 나이에 만들었다고 믿을수가 없는 대단한 영화였다. 날카롭고 차가운데다 날이 잔뜩 서있는 드라마. 호프만은 때론 처연하고 비참한 주인공 앤디를 연기했다. 믿을 수 없는 연출, 믿을 수 없는 연기..보고나서 너무 충격받고 좋아서 블로그에다 신나게 글 싸지르고 그랬는데 그 글은 백업이 손상되어 모두 연기처럼 증발...ㅎㅎ.....이 영화는 호프만의 영화 톱5에 넣어도 될 정도로 극강의 명작..마약중독자로 나오는데 그 모습이 어쩐지 애처롭기도 하고..인정받고싶은 욕구와 벼랑끝에 몰린 남자의 우울증과 강박증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이 영화를 찍고 돌아가셨는데 죽음을 앞둔 남자가 만든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패기가 넘쳐 심장에 무리가 가진 않았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만큼 세고 강하다. 앞으로 살면서 이 영화를 두고두고 또 보겠지만...정말 대단하다. 대단하고 대단해서 감히 말할 수도 없다.






synecdoche,new york


브라보.

내가 이 영화를 약 4년전에 봤었다. 그리고 처음에 내가 받아들인 것들이 순수하게 케이든의 감정이었나 의심스러워 몇 번을 더 보게되었고 지금까지도 생각날때마다 틈틈이 보고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러티브로 따진다면 연결이 끊어지는 부분도 있으니 따로 끊어서 봐도 상관없다. 단 처음은 제대로 한 번을 보아야한다.

시넥도키 뉴욕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개봉했고 미국 개봉시에도 찬반이 완전하게 갈린 문제 작품이기도 하다. 본인은 평상시에도 찰리 카우프먼을 매우 뛰어난 각본가라고 생각하는 카우프먼빠라서 그의 영화를 완전히 다 본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받아들이는것 자체에는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메세지가 어려운데는 이유가 있다. 본인의 정신세계가 의식의 흐름대로 씌여졌기 때문이다. 생각나는대로 느끼는대로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퇴장하고 충돌한다. 그런 케이든이 작품 하나를 완성해 나가고 육체가 노쇄해져가는 과정을 호프만이 연기했다. 아주 탁월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지배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그것들은 선택적으로 분별하고 구분해 받아들이고 있을까? 존 말코비치되기에서부터 실험적인 캐릭터들을 활용해 연출보다 뛰어난 시나리오라는 평을 받았던 카우프만의 연출 데뷔작 치고는 매우 좋았던것 같다.




단 문제점은 자의식과잉으로 브릿지가 되어야할 부분들이 맥락을 잃고 관객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미국 개봉당시 평론가들의 심기를 건드려 매우 불편한 부분들이 되었는데..이것 또한 재능을 가진 자가 자신을 과시하는데 있어서 매우 변태적인 욕구로 작용한 것으로.....아마 분명히 나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내가 만들었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케이든은 호프만의 인생작이며 극초반 군더더기가 많이 붙었던 영화가 후반으로 달려갈수록 모든 것을 제거하고 담백해지는데 이 영화속 호프만이 보여주는 연기는 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백프로 활용한 천재적인 연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남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그리 어려운 영화는 아닐 것..

호프만은 영화에서 일생일대의 연기혼을 불태워주셨다. 마스터, 카포티와 함께 꼽는 인생작.






the boat that rocked


내러티브가 약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차드 커티스 영화를 보는 이유는 영화 자체가 매우 밝다. 그게 이유인것 같다. 최근에 본 어바웃 타임도 내용은 전혀 취향이 아니었는데 배우들도 매력있고...이 영화. 록앤롤 보트란 이름으로 보게 되었던 the boat that rocked. 해적 라디오에 관한 영화인데 가볍게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기분으로 봤었다. 빌 나이히, 크리스 오다우드, 닉 프로스트 등 영국파 코미디 배우들 보는 재미도 있고..60년대, 락, 자유, 히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볼 듯. 단 내용은 없다. 그냥 웃고 떠들고 춤추고 노래 틀다 끝난다. ㅎㅎ...리차드 커티스가 쓴 작품들 대부분이 그렇다. 분위기에 취해있고 어딘가 들떠있는 캐릭터들....마냥 즐겁다.




mary and max


흐으엉ㅇㅇ어후ㅠㅜㅠㅠ 메리와 맥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극장판 애니를 매우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항상 즐겨보는 애니가 드래곤 길들이기와 토이스토리3,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들 그리고 바로 이 영화 메리와 맥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흥쉏루후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맥스를 호프만이 목소리 연기했는데...정말 탁월한 안목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 영화는 미쳤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인데 영화가 끝나면 당신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이 영화를 또 보고싶어질것...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메리와 맥스의 우정을 다룬 그야말로 명작. 레전드..100년이 지나도 남을 영화.





the invention of lying


영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릭키 제바이스가 감독하고 주연한 영화 거짓말의 발명. 정말 엄~~~~~~~~~~~~~~~~~~~~~~~청나게 기대하고 봤던 영화인데 생각보다 별루였다ㅠㅠ....설정은 독특했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줄 알게되는 주인공. 설정도 독특하고 연출도 나쁘지 않은데 중반을 지나면 처음 맥락과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해 질주하는 시나리오 덕에 흥미가 떨어진다. 게다가 주인공역에도 릭키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다는거.....

릭키 제바이스는 오피스 오리지널인 영국판 점장이고 코미디 연기가 뛰어난 사람인데 역시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ㅠㅠ...

호프만은 바텐더로 잠깐 등장했고 외에도 에드워드 노튼, 제니퍼 가너, 조나 힐, 루이스 c.k., 롭 로이, 티나 페이, 제이슨 베이트먼, 제프리 템버 등 코미디에 일각연이 있는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so so.



moneyball


워낙 야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카포티 이후로 6년만에 내는 베넷 밀러의 신작에다 호프만이 또 출연한다고하니 안 볼수가 없었던 영화. 정말 재미있었다. 야구영화인데 야구보다 그 외적인 것들에 더 집중하는 영화인데, 여기에서 피터역을 맡았던 조나 힐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도 많은 영화에 나왔지만 슈퍼배드에서 처음 보게 되었고 그 뒤로 줄곧 코미디영화에만 나오는걸 보고 그저 그런 코미디배우인가..싶었었는데, 이 영화에서 처음 정적인 캐릭터를 맡았던걸로 기억한다. 의외로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 친구 작품을 잘 골라서 몇 년만 지나면 더 괜찮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싶었다.

머니볼은 야구 비지니스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그닥 흥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야구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면 그리고 즐거운 영화도 아닐지도 모른다..야구는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돈으로서 성립되는 비지니스이기도 하다. 영화 속 빌리 빈은 오클랜드의 리빌딩을 위해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록을 통해 통계를 산출한다. 과학적으로 접근한 것이다..야구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고,,또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의 천재성에 감탄을 거듭했다. 마이클 루이스의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캐릭터를 살리고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었는데 그 밸런스가 너무 훌륭했다. 아론 소킨이라하면, 지금 헐리우드에서 개런티가 가장 높은 톱클래스 작가군에 속해있기도 한데 그가 쓴 작품만해도, 미드 뉴스룸(이 미드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자) 소셜 네트워크, 미드 웨스트윙 등이다. 밸런스가 아주 좋다. 모든 인물이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아론 소킨의 특징이다. 원작에서는 호프만이 맡았던 아트 하우 감독이 변변찮은 인물로 그려졌는데 영화속으로 옮기면서 꽤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아론 소킨의 캐릭터 구성능력도 있었겠지만 호프만이란 배우가 연기하는 아트 하우는 매력적인 타입은 아니었도 매우 입체적이고 설득력이 강한 캐릭였다. 사사건건 빌리 빈과 대립각을 세우며 툴툴거리는 연기는 영화에 극적 재미를 불어넣어주고 빌리 빈이 하는 행동에 더 많은 설득력을 준다. 영화에 매력적인 캐릭터는 빌리 빈뿐만 아니라 피터를 연기한 조나 힐. 물건이었다. 야구영화라곤 하지만 야구경기도 많이 안나오는 이 지루할법도 한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캐릭터들과 적절한 이야기 구성..빌리 빈의 자전적인 이야기보다 오클랜드와 그의 머니볼 이론에 더 시간을 투자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는 완성도가 높다.





the ides of march


아주 흥미로운 영화였다. 조지 클루니의 연출작이었는데..당시 미국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있던터라 시기를 맞춰서 내놓은것이 아닌가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조지 클루니는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마이크를 연기했고 라이언 고슬링은 그를 지지하는 홍보담당 스티븐, 호프만은 운동 본부장을 맡아서 연기했다. 꿈에 그리던 투샷이었는데...생각보다 영화가 많이 차가웠다,,

이상주의가 현실과 만나고 또 그 이상이 좌절되는..그야말로 살벌하고 현실적인 이야기.

포스터가 참 인상적





a late quartet


이 영화는 개봉작 갈무리 하던 중에 찾아서 뭔가..하고 찾아보다가 호프만이랑 캐서린 키너가 나오길래 덥썩 물었던 영화다.

참 평온하고 고요한 영화다. 야론 질버만이라는 신인 감독인데 이름이 독특해서 혹시..하고 찾아봤는데 이스라엘 출신의 유태인이다. 호프만씨가 20살때도 30대로 보였던 동안은 절대 아닌 배우라는건 아는데 이 영화속에서 유독 영감님같다. 아직 50도 안되신 분인데..ㅎㅎ..베토벤은 푸가의 대명사였는데 그가 만든 현악 4중주는 쉴새없이 몰아치며 연주된다. 쉬어갈 틈도 없이 마지막까지 연주해야만 하는 곡이다. 쉴틈없이 달려온 푸가의 네 멤버는 피터의 파킨슨병으로 쉬어가야만 하는 틈이 생긴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라기보다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그런 틈에 더욱더 평온한 리듬으로 고요하게 진행되는데, 극적인 클라이맥스가 없다보니 지루할 법도 하다. 크리스토퍼 워큰이 피터를 연기했고 호프만은 제2 바이올린의 로버트를 연기했다..배우들 연기는 아주 좋은 편이다. 워낙 베테랑들이기도 하고....인생에서 일어나는 작은 불협화음들에 대해 잔잔하게 연출을 하다보니 다소 막장스러운 설정이 있음에도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the hunger game:catching fire


세계적으로 대흥행을 기록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에서 게임을 운영하는 게임메이커 플루타르크역을 맡았던 호프만..이 영화는 후속작인 모킹제이가 제작에 들어갔는데 호프만의 사망으로 개봉일이 늦춰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듯하다. 구글링 해서 헝거게임 포럼에 들어가서 많이 살펴봤는데 대안을 선택해 다른 배우로 역할을 대신한다, 시나리오에서 역할을 삭제하고 부분적으로 수정한다, 아니면 촬영분에서 모자란 부분만 cg처리를 한다, 우디 해럴슨을 활용한다 등등 여러가지 루머가 양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난 전작인 헝거게임을 재미있게 보진 않았지만 이 장르가 틴에이저의 인기를 얻는건 순식간이겠구나..싶었는데 2탄은 1탄보다 재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많은가보더라. 어차피 3탄을 보기 위한 브릿지 형식이었기때문에 지루한감이 없잖아 있다지만...워낙 취향이 아닌 장르물이라 그냥 그랬다. 모킹제이도 파트1,2를 나눠서 14,15년에 한 편씩 개봉할 모양이던데...호프만 부분은 어찌할 생각인지 궁금하긴하다.






the master


역대급 연기를 펼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유작...물논 내 기준에서....내가 마지막으로 본 호프만의 유작이다. 작년에 보긴 했지만 최근까지 계속 리플레이 했기때문이다. 그냥 잊을수가 없었다...모든것을 상실하고 아무것도 가진게 없고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보이는 호아킨 피닉스의 얼굴과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것 같지만 실상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고 실존하지도 않는 존재를 연기한 호프만의 얼굴이 자꾸 번갈아서 떠올랐기때문이다..

영화는 실재하는 종교인 사이언톨로지교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믿음의 허구성을 고발하기도 하고 이성의 비극이 부른 참담한 현장을 고스란히 중계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처럼 이어지는 화면에서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불안해하고 어떤 존재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종교에 관한 이야기일까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까?

언뜻 종교에 대한 믿음은 인간의 의지나 이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에 대한 반증을 하려는건지 증명을 해보이려는건지 헷갈리지만 캐릭터를 보면 그리 이야기는 멀리 있는것 같지 않다. 여러가지로 결핍되어 자아마저 완전하지 않은 인간인 프레디와 마스터, 즉 교주가 주요 캐릭터이다. 마스터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의 궤변을 성서처럼 듣고 따른다. 여성의 성기에 집착하는 프레디이지만 그의 모습은 마치 이제 단어를 배우는 아이를 보는듯 어리숙하기만하다. 두 사람이 만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맹목적으로 믿게 되고 그를 맹신하다 주변을 흐트러트리고 공기마저 불균형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감옥에서 한 번 마스터는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프레디에게 보여주고, 프레디는 그 이후 믿음을 상실하게 된다. 사실 내가 이해한건 믿음을 상실했다는 그 대외적인 모습 안에 아버지의 부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것만 같았다. 프레디에게 교주는 유사 아버지의 형태였기 때문에..그는 다시 한 번 아버지를 잃은 것이라고 인지했다. 그 상실과 재결핍의 여파는 컸다..그는 다시 미쳐갔고 겨우 잡아놓은 아슬아슬한 유대는 완전히 끊어졌다. 영화 포스터가 매우 흥미로운데 프레디를 두고 데칼코마니 형태로 나뉘어져있는 것도 있고 도장을 여러번 찍어내듯 연쇄 사슬처럼 인물들이 연결되어있는 포스터도 있다. 이 포스터에도 참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는데 이 영화에 관해서는 나중에 논문같은 형태로 한 번 연구해보고 싶기도 하다.

영화는 나에게 아주 크고 깊은 낙인을 찍었다. 그 낙인이 지워지기 전까지 나는 이 영화의 주문에 계속 걸려들겠지...

호 아퀸 피닉스가 상당한 감량을 하고 연기한 이 프레디역에는 원래 몇 년 전부터 제레미 레너가 캐스팅되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간에 투자때문에 엎어졌고 호아퀸 피닉스가 아임 스틸 히어로 연기 재개를 선언한 이후 앤더슨이 캐스팅할 수 있었다고...이 캐스팅이 성사될 수 있게 도와준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데어 윌 비 블러드때 개봉했던 시절에 존 휴스턴 회고전을 했을때 시에라 마드레를 보고 그 영활 떠올렸는데 이번 영화는 휴스턴이 46년에 촬영한 let there be light라는 다큐멘터리에서 1차적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오프닝이라고 생각되는데...피티 앤더슨의 영화들은 로버트 알트만과의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데 데어 윌 비 블러드 이후로는 존 휴스턴도 많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내가 아직 많이 모자라서 그 연결고리를 아직 제대로 파악은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그 연구도 해야하지 않겠는가..한다. 이럴때는 내가 영어를 네이티브만큼 해서 원서도 해독이 가능했으면 하는데..서럽다. 이제 일본원서로 일본 감독들 이야기 파내는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영어 원문 뒤지는건 그것의 세 배는 걸리니...공부 좀 해야겠다ㅠㅠ..

데뷔작 하드 에이트부터 호프만과 작업해왔고 이제는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알고있는 배우와 감독. 이 영화에서 대업을 이뤄냈다. 어떤 감탄사로도 부족하고 미사여구도 필요없을 것. 그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연기를 했다. 완전 무형의 것..




부고 듣고 그 날을 하루 종일 멍때렸던 것 같다. 너무 좋아했던 사람이고, 배우이고...오랫동안 호호할배 영감님 될 때까지 연기해주실줄 알았는데 너무 갑작스러웠고...몇 일간 그동안 좋아했던 당신 영화 몇 편을 감상했다. 울기도 하고 메모도 해가면서..그렇게 고인의 흔적을 열심히 곱씹어 보았다. 미국 시간으로 어제 장례식을 열었고 이번달 안으로 미국에서 크게 추모식도 열릴 것이라고 한다. 그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아파하고 추모하며 그를 축복할 것이라고 믿는다..작년 초에 오시마 나기사 감독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뉴스에서 보고 충격에 빠져 한동안 일도 못하고 그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는데.....이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우스운 일처럼 보이겠지만 나같은 10덕후에게는 매우 크나큰 일이라는 것을...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비통한 일이라는 것을...작년에 오시마 감독님 추모식에는 갔지만..미국은 너무 멀어 못 가니..미국 사는 많은 사람들이 대신 가서 내 마음도 전해주겠지....





scent of woman에서..오른쪽은 크리스 오도넬..둘 다 애긔애긔하다..




the getaway에서, 오른쪽에 프로레슬러같은 장발은 마이클 매드슨.




twister에서..빌 팩스턴 엄청 젊네. 추억돋는다.




patch adams에서




flawless에서 ^^



좋아하는짤



along came poly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





프리미어 행사날



금발에 푸른 눈..



안녕 자기. 나도 꽃 한송이 두고 가요.

잘가요!


우리 나중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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