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니콜스의 신작 <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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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심호흡 한 번...

너무 좋았어요.

까내리기 좋아하는 헐리우드 비평단들 사이에선 테이크 쉘터보다는 별로였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통을 계승하는 클래식 정공법을 가진 문제아가 탄생했다는게 나의 비평이다. 테이크 쉘터에서는 언뜻 테렌스 맬릭이 보였는데 이 영화에서 확실히 그가 더욱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 많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머드....

이런저런 재미난 요소가 많다.




제프 니콜스.

잘생긴데다 스타일도 좋아 영화도 잘찍어, 결정적으로 시나리오를 너무 잘 씀...샘나hyo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질린 헐리우드에서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인감독은 누구일까? 아마 누구나 주저않고 제프 니콜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 좀비영화는 더이상 새로울게 없을거라고 믿던 우리에게 에드가 라이트가 새로운 충격을 주었고 더이상 새로운 첩보물은 없을 것이란 비관론에 덕 리만은 90년대말 그가 했던 새로운 구성으로 관객들을 놀래켰다. 새로운 개성을 가진 코엔형제와 웨스 앤더슨, 폴 토마스 앤더슨 등의 젊은 감독들이 전통을 계승하면서 본인의 개성으로 구성을 색다르게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뻔한 액션영화와 선악구분이 지루할 정도로 확실한 이벤트무비에 질린 관객들과 비평가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주었다. 그들 이후로 10년, 헐리우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있다..여전히 팝콘무비들이 극장가를 채우고 있긴 하지만..여전히 색다름에 목말라있는 관객들은 우리를 자극시켜줄 새로운 천재의 탄생을 줄곧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나올 영화는 다 나왔고 소재는 씨가 말랐다지만..매년 새로운 루키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대체 어디서 온 화성인들일까? 제프 니콜스는 1978년 아칸소의 리틀록에서 태어났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스쿨 오브 아트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렇게 화제가 많이 됬는데 의외로 알려진게 별루 없다. 벤 니콜스와 형제사이라는거...아칸소 출신이라는거 정도. 또 모든 영화를 마이클 섀넌이랑 찍는다는거 정도? 또 앞으로의 영화도 마이클 섀넌이랑 찍을거라는거....정도...요....?? 뭐 이리 신비에 쌓인 인물이에요? 미국에서는 머드 나오고 마크 트웨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기사를 내던데..제프 니콜스가 언급한건 그 사람 소설을 매우 좋아한다 정도의 짧은 코멘트..(내가 못 발견한 기사 있음 링크 부탁요...찾다가 현기증 날듯요..)







망할만하면 일어서고 망할만하면 일어서는 매튜 매커너히.

머드에서는 누가봐도 잘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제프 니콜스도 애초에 매튜 매커너히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것 같던데..꽤 믿음직스러운 배우인가보다. 나한테는 정말 그냥저냥 이도저도 아닌 배우였는데..90년대 초반에 z급영화에나 등장하는 형편없는 배우에 불과했는데 타임 투 킬에서 산드라 블록과 연기한후 헐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배우가 되었다. 이런저런 영화에 많이 나오긴 했지만 배우로서 주목받지 못한다는건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까싶다...대표작이 아마 10일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법 이거 아님? ㅋㅋ...주구장창 작품성도 대중성도 흥행성도 없는 영양가없는 영화들로 근근이 살다가 작년에 머드와 페이퍼보이로 약간 노선을 튼 것 같다. 이번에 찍은 달라스 바이어클럽도 그렇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도 그렇고....자기가 흥행배우가 아니란걸 이제 막 자각하기 시작한듯....그래두 연기력이 마구 없진 않다. 이 영화를 찍게 해 준 제프 니콜스에게 삼천배라도 올려야될거다...머드란 캐릭터 자체도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사랑하는 여자인 주니퍼를 위해 살인도 마다않고 그녀를 위해 위험한 일도 마다 하지 않는 머드. 살아있고 생생하며 또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다. 캐릭터가 종이 바깥으로 걸어나올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기란 쉽지 않다.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시나리오도 쓰고 연기하는 불쌍한 배우들도 있고 캐릭터의 부족함을 본인의 연기력으로 커버하는 위대한 배우들도 있다. 하지만 이 머드는 캐릭터 자체도 생동감 넘쳤지만 매튜 매커너히도 좋은 연기를 했다. 상대역인 리즈 위더스푼과는 마지막에 이별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처음 만난 것 같은데 믿기 어려울 정도의 밀도높은 감정연기를 선사한다. 이래서 배우라고 하는구나...싶어. 배우는 배우야...그 짧은 순간에 준 잠깐의 연기가 눈물을 흘리게 만들다니ㅠㅠ 내가 감수성이 높은건지 이 배우들이 대단했던건지 헷갈릴 정도...그 장면은 정말 당분간은 잊기 어려울것 같다.





그리고 제일 충격적이었던 이 두 소년. 특히 앨리스...

타이 셰리던이란 아역배우가 연기했는데 눈썰미 있는 친구들은 앨리스를 보고 테렌스 맬릭 감독님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떠올렸을 것. 그 때는 이 때보다 더 조그맣고 귀여웠는데 어느덧 성장해서 이렇게 훈훈해지다니..게다가 연기가 더 깊어졌다. 아역배우들 보면 가끔 느끼는건데 어른배우들처럼 배우고 연기하는게 아니라서 그런지 묘하게 마술적인데가 있다. 그게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를 해서 그런것 같음..제프 니콜스 영화에서 테렌스 맬릭 감독님의 냄새를 자주 느낀게 배우들이 겹쳐서 그런지...(트리 오브 라이프는 나오마자 봤지만 테잌쉘터는 올해초에 봤음..) 사실 이 꼬맹이들 부분만 따지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떠올릴수도 있었겠지만 난 스탠 바이 미 쪽이 더 생각이 많이 났다. 전통적으로 이런 류의 유년시절을 다룬 영화들은 스탠 바이 미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롭 라이너도 대단했지만 연기자였던 리버 피닉스때문이 아닐까싶다. 80년대에 하이틴영화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보다 뛰어난 영화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아..럼블피쉬..? ^^ㅋㅋ그건 좀 연령대가 더 높으니까.) 이 두 꼬맹이의 모습은 그들의 연장선에 있는것 같다. 숲속씬들을 보면 샘 페킨파같고 아이들을 보면 스탠 바이 미같고 또 두 남녀를 보면 테렌스 맬릭 감독님같구...90년대말 신인들이 클래식영화들을 새롭게 구성한게 기억날 정도로 소름돋는다. 난 이런 영화들이 너무 좋다. 오히려 나는 그들과 달라. 완전히 독창적인 영화를 만들거야라는 고집부리다 이도저도 아닌 망작으로 데뷔작이 은퇴작이 되는 애들관 달리 완전히 새로운 영화는 나올 수 없다는 전제하에 많은 감독들에게서 받은 영향과 그동안 자신이 이뤄온 작업의 성과를 모두 쏟아부은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싶었다.






난 이 영화 오프닝 시퀀스가 너무 좋더라. 확실히 아칸소 출신이라 그런지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디테일로 중무장한 영화다. 영화의 모든 곳이 아칸소의 곳곳을 다루고 있는데 이 강은 아칸소에 있는 미시시피강이라고 한다. 초반 오프닝 시퀀스의 디테일을 내가 아칸소 출신이었다면 더 찌릿하게 와닿았을텐데..그게 못내 아쉽다. 이것들이 로컬영화들이 지니는 강점이고 또 감독들이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대게 대박을 치더라고..(알렉산더 페인 감독님 봐라 네브라스카에서 찍은거..대박났잖아. 로컬영화는 진리라는 나의 가설이 맞아들어가고 있죵..?) 이 영화를 아칸소에서 찍으려고 아주 오랜 시간 로케를 다녔다고 한다. 그만큼 엄청 공들였다.






마지막에 머드가 앨리스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에 아주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머드는 주니퍼를 사랑했지만 그녀를 위해 그녀를 떠나고 앨리스는 첫사랑에게 받은 실연의 상처와 머드의 심경변화에 배신감을 느껴 생애 첫 좌절감을 맛 본다. 변수가 많은 인간의 행동과 마음, 사정에 의해 변화하는 상황들이 어린 앨리스에게는 너무나 큰 벽일지도 모른다. 머드의 위대한 점은...우리가 유년시절에 겪었던 그 어렴풋한 상처들과 감정들이 앨리스와 넥본..그들이 누비고 다니는 푸르고 깊은 강, 끝이 보이지 않는 숲. 그리고 앨리스의 첫사랑을 통해 다시금 새록새록 돋아난다는 것이다. 누구나 느꼈을법한 보편적인 감정들은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너무나도 쉬운 포인트다. 그러나 그 포인트들을 클래식하면서도 정공법으로 새롭게 만드는건 매우 힘든일일 것이다. 그것을 제프 니콜스가 했다. 테이크 쉘터와는 다른 식으로 또 같은 느낌으로...본인이 34살까지 해 온 모든 것들을 쏟아부었다고 했을 정도로 대단히 감정의 밀도가 높다. 그 밀도가 너무 높아서 감정이입하기도 쉬웠고, 또 흐름을 따라가는게 너무나도 즐거웠고 행복했다. 이렇게 감정을 깊숙이 파고드는 영화들이 요새 별로없는게 사실이다..거장들을 제외한 젊은 감독들 중에 이정도 원숙미를 가진 감독들이 과연 몇이나 될지...신인 감독의 풋풋함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또 묘하게 익숙한 원숙함을 가지고 있다. 정말 대담하고 멋지다. 너 잘났다 인정.








그리고 넥본의 삼촌으로 잠깐 등장한 마이클 섀넌. 근데 이거 현장에 있는 놈들 겨땀을 너무 극대화시킨거 아님? 분장팀 이거 레알 미스임ㅡㅡ

머드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다음 작품인 sf 스릴러물 미드나잇 스페셜의 각본을 쓰는 중이고(끝났나? 머드 칸에 출품하고 바로 시나리오 들어갔다고 했으니 이제 끝났겠구나...커스틴 던스트가 여주인공이라는게 심하게 마음에 안들지만....마이클 섀넌이 주인공이니...좋타..좋타 좋아.......


제프 니콜스가 세 번째 작품까지 대박을 쳤으니 네 번째 작품인 미드나잇 스페셜까지 대박 퀄리티를 뽑아낸다면..뭐 앞으로 승승장구임 그냥..장애물이 없ㅋ슴ㅋ



아..이 영화 본지도 한 달 다 넘어가는데 아직도 저 오프닝 씬을 보고있으면 마음이 두근두근거린다니...중증이다...

뒤이어 테잌쉘터에 대한 찬양도 남겨보겠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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