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데뷔 20주년을 맞아 롯데시네마에서 접속 상영과 더불어 전도연과 GV를 여는데 너무 빨리 매진되어 가지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사놓고서 한 번도 재생하지 않았던 해피엔드 블루레이를 보았다. DVD나 VOD와 다르게 화질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랬다...






최민식의 젊은 시절. 이라고 해봤자 30대 후반이다.

최민식이 한국영화계에 얼굴을 각인시키게 된 영화는 쉬리일 것이고 이 영화는 그와 같은 해에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서울의 달 이라는 주말극으로 안방팬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린 최민식은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쉬리에서는 북한군 박무영을 연기하고 해피엔드에서는 그와는 상반된 무기력한 중년의 남성을 연기했다. 전혀 다른 세 개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표현한 최민식은 이 이후 파이란과 취화선을 찍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배우에 등극하게 된다.






풋풋하고 예뻤던 27살의 전도연.
접속과 약속을 연속 히트시키며 충무로의 여제로 떠올랐고 안정된 길을 선택할수도 있었지만 젊은이의 양지로 얻은 상큼한 스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섬세한 연기와 파격적인 베드신을 필요로하는 정지우의 해피엔드를 선택했다. 당시로서는 전무했던 치정스릴러라는 장르도 신선했지만 여배우로써는 선택하기 어려웠을 정사씬이 등장한다. 접속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으나 해피엔드로 전도연이라는 이름에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얹게 된다.





파릇파릇한 26살의 주진모.

당시 인지도가 있었던 최민식이나 스타였던 전도연에 비해 필모도 댄스댄스가 전부였던 무명의 신인. 같은 해에 김갑수와 동성애를 주제로 한 단막극을 찍기도 했다. 최민식과 전도연에 밀린 감은 없잖아 있지만 비주얼이 너무 충격적으로 잘생겨서 많은 여성들을 놀라게 했다 (.....)


플롯은 심플한데 몇가지 장면들이 좋다. 민기가 연애소설을 읽는 헌책방이나 일범의 방. 이유식을 담은 젖병에 붙어있던 개미. 그리고 사건이 정리된 이후 수첩 포켓에 담겨있는 성냥 속 반지와 잡지 사이에 숨겨둔 사진을 보며 우는 민기. 또 마지막 보라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다 보게 되는 근조라고 씌여진 등.

파멸로 가는 주인공들에게 해피엔딩는 없었다. 메세지는 간결하고 연출도 담백하다. 전도연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영화이자 최민식의 살벌하게 감정을 억누르는 연기를 지켜볼 수 있다. 이것도 언젠가 극장에서 볼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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