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동네가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얼마전에 태풍때문에 동네가 뒤집어졌는데 그 여파를 걷어내기도전에 물폭탄이 몰아친 셈..
우리 가게도 물에 잠기고 나 일하는 곳도 물때문에 전기차단하고 조기퇴근했다.
그래서 명동가서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고왔다.
우선 처음부터 흘러나오는 음악이 내 맘을 건드리더니 끝내 참았던 눈물이 왈칵.,.,,,,,
아리에티와 소녀의 가족과 그들의 종족의 끝없는 생명력에 대한 것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화나 만화에서 최고를 찾는 것은 이제 쓸모없는 소모가 되어버렸지만..
만약 장인에 대해 말해야 한다면 두 종류로 나누고싶다. 미니멀리즘의 대가와 디테일로 승부하는 장인.
하야오 선생은 3d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어버린 애니메이션 시장에 빛과 소금과도 같은 존재.
매년 픽사나 디즈니, 드림웍스에서 쏟아지는 3d 애니메이션들이 전세계 시장을 뒤집어엎고 아이들과 어른들을 행복하게끔 만드는지 알고있다. 나 또한 픽사의 작품에 한 번 울고 두 번 감동하고 세 번 환장하는 어른이니까..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나 슈렉은 어떻고..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재미있는 만화영화들은 이제 더이상 만화가 아니라 작품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3d로 지능화되고 발전특화된 애니메이션 시장에 고집스러운 장인의 길을 독보적으로 걷고 있는 뚝심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만큼 하야오 장인의 세계과 지브리 월드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은 단번에 뚝딱 만들어지는것이 아닌 그 안에 수백개의 피, 수천개의 땀방울, 수만개의 노력과 에너지가 들어있음이 분명한데...
지브리 작품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연친화적, 세계평화의 메세지가 담긴 작품관과 더불어 캐릭터의 매력이 확실하다는데 있다. 그래서 평범한 이야기에도 지브리화된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매력때문에 더 인기를 끄는걸지도 모르겠다.
아리에티도 분명 이전의 소녀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캐릭터다..나우시카나 라퓨타 등에 비하면 이야기나 배경은 많이 축소되었지만 소품형식인만큼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나 하야오 작품에선 무수한 디테일을 바라보는것도 정말 큰 즐거움인데...이번 작품에서는 10cm소녀 아리에티가 주인공인만큼 미니월드에서 느낄법한 작은 디테일들..특히 사운드..귀를 기울이게 만들더라..
뭐든간에 디지털 작업보단 수작업이 맛깔나고 아름답지 않는가..
hd캠이나 dv보다는 필름이 더 맛깔나고 빛깔이 고운 것처럼..
물론 아리에티에는 빵빵터지는 폭탄도 없고..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다..
3d 애니메이션의 부드럽고 입체감 있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아리에티와 가족들 주변에 놓여있는 찻잔과 나뭇잎, 아버지와 아리에티가 밟고 지나가는 못, 등반용으로 쓰이는 인간의 귀걸이, 개미들이 파먹는 각설탕, 아리에티의 눈에서 굴러떨어지는 모래알보다 작고 너무나 투명한 눈물, 흡사 진주알처럼 보이는 시침핀, 휴지조각, 고양이의 눈, 인형의 집...
수작업의 집념이 느껴지는 예쁘고 아름다운 미장센들...미장센의 미학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는 장면들..보는 내내 머릿속도 마음도 행복한 마음뿐..결국 쇼우와 아리에티는 친구의 의미로 각설탕과 빨래집게 머리핀을 교환한다. 몇 명 남지 않은 종족이지만 가족과 친구로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는 아리에티와 심장수술을 받고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쇼우..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린 두 친구..종족을 뛰어넘은 우정.
아...가슴이 벅차다 가슴이 콩닥콩닥....
부드럽게 넘실거리는 꽃잎과 나뭇잎,,지브리 월드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어~~~~
나는 열심히 살아가야한다. 내 앞에 있는, 내 옆에 있는 그 모든것에 감사하고 사랑하며..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그런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감사해요 하야오와 지브리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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