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를 매우 오랫동안 봤다.


여러번을 보게되었는데 아마 나같은 사람이 또 있으리라 믿는다. 본인은 평소에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있기때문에 청소년 대상이 아닌 청소년이 주인공인 영화들은 꼭 챙겨보게된다. 프레셔스나 프리덤 라이터스같은 영화도 좋은 교육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영화가 진정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교육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대부분의 계몽영화는 영화안에서 깨우치고 감동하고 마무리 지어진채로 끝난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 밖에서 그들에 대해 따로 생각할 필요가없었다. 이미 그 일은 끝난 것이기에..

여기 절대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는 한국에 개봉하기 전부터 유명했다. 2011년 토니 케이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고 그의 이름이 익숙한 사람은 아마 인종차별 주의자의 파멸을 그린 <아메리칸 히스토리X>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 영화 이후로는 줄곧 단편이나 다큐 작업을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디태치먼트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 그 우울감과 현실감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리얼하다.


마치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 에 나왔던 두 소년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프리퀄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누구 하나 완벽하지 못하고 위태롭고 불안한 상태에 놓여져 있다. 척박한 환경도 그렇지만 내일에 대한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감이 아닌 터트릴 곳 없는 분노와 치밀어오르는 불만이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학교 전체에 회색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오늘날의 미국 틴에이저들의 정확한 모델이 아닐까....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헨리는 정규직을 거부하고 임시직으로 여러 학교를 떠돌아다니는 영어 교사다. 영화 오프닝에 헨리의 등을 따라 카메라가 팔로우하는데 상반기에 본 영화 중 톱에 드는 오프닝이었다. 불안해 보이는 등에서 많은 이야기가 시작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마치 유령신부의 빅터를 보듯, 핏기 없는 얼굴과 메마른 눈동자 서걱이는 피부까지. 영혼없는 눈빛을 하고있지만 그는 이 학교에 있는 어떤 교사보다도 학생들의 현재를 중요시 여기는 임시교사다.

첫 날 영어에세이에 대해 시작을 하는 부분도 좋았던 것 같다. 최근 청소년들이 글을 쓰는 일이 많이 줄어들어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꿈이나 장래희망에 대한 그럴싸한 낭만은 이제 모두 사라져버린 것일까?
















애드리언 브로디가 오랜만에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나는 빵과 장미라는 영화와 피아니스트 덕분에 그를 알게 되었는데 줄곧 출연하는 영화는 어떻게해서든 다 봤었는데 보는 안목이 좀 독특하긴하다. 어쨌든 흥행공식을 따르지는 않는 배우이긴한데...스플라이스-지알로-엑스페리먼트-프레데터스까지 연속 병크 탓에 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가고있던 이 시점. 큰 비중은 없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스에도 나오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도 나오고 (물논 으으리)..부디 애매한 액션영화는 님과 어울리질 않으니 시도조차 하지 말길.















이 새미 게일이라는 소녀. 숏컷이 훠-------ㄹㄹㄹ씬 낫다. 앤 헤서웨이급의 반전 미모였슴ㅠㅠㅠㅠ 머리 길 때는 매력이 전혀 없더만 숏컷으로 잘라놓으니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 철철 흐름.

최근에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 신작 애니인 더 콩그레스에도 목소리 출연을 했다는데 잘 찾아봐야겠다.

이 소녀는 디태치먼트가 공식적인 영화 데뷔작이었고 사실상 처음 연기하는것과 마찬가지였던 셈..얼굴이 어떻게 역변할지 모르겠는데 이 영화에서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헨리가 길거리에서 주워와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에이즈검사까지 맡게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소녀를 돕는다. 그 과정이 너무 좋았다. 에리카가 헨리를 의지하는 과정이 가슴 아프면서도 벅차오르는 감동을 준다. 헨리는 교육에 대한 확고한 목표가 있는 소신있는 인물이면서도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트라우마를 가진 불완전한 인간이다. 에리카는 거리에서 매춘을 일삼는 당돌하고 상처투성이에 날이 바짝 서있는 소녀이지만 여성이기 이전에 아직 보호받아야할 청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불완전한 아이다. 이 불완전한 인간 둘이 만나 순수하게 서로의 날 선 방향을 부드럽게 매만져주는 그 터치가 너무 좋았다.

과거 장면을 슈퍼8mm로 찍어 붙여넣고 페이크다큐 형식을 빌어오는 등 스타일적인 면에서 다양한 방식의 새로움을 주도했지만 스타일리스트로써의 욕심보다 스토리의 완성도에 더 치중한 점이 돋보인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매우 스타일리시하다. 그대로 끝났더라면 패션무비처럼 사랑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육계 전반의 문제를 개인의 트라우마, 교사의 스트레스를 파고드는 등..인간을 앞세운 스토리라인은 깊고 진하게 맛을 내고 있었다.


















헨리가 극 중반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가지 한다.

You walking on the hall wayyoure in a class how many of you have ever felt the weight pressing down on you?


학생들은 전원 손을 든다. 그리고 헨리도 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 압박감은 단순한 것이 아니고 이것은 곧 우울감으로 이어져 우리를 몰락하게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왜 학교에서 마음 둘 곳이 없는지, 왜 그런 압박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솔루션이나 기억을 삭제하는 방법이 아니라 그 감정을 끌어내 유익한 에너지로 바꾸는 것 우리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극 중 다른 선생님들도 매우 인상적인데 특히 마샤 게이 하든이 맡은 교장선생님 역할과 (그 남편으로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깜짝출연함) 루시 리우가 맡았던 선생님역이었다. 진심으로 오열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세상 어딘가에 이런 선생님이 꼭 있을것만같다. 아이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울어줄 그 누군가 말이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고싶은 이유에 대한 정확한 그의 답변이 있어 가져와본다.


We have such a responsibility to guide our young so that they don't end up falling apart, falling by the wayside, becoming insignificant.



영화를 보고 큰 숙제를 하나 받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굉장한 압박감도 느꼈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우울감에 의해 몰락해 가는 어셔가의 이야기처럼 어두침침한 기운이 나를 덮쳐버릴 것만 같았기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 끔찍한 복도에서 아이들을 도와줘야할 사람은 특별할 것 없는 우리들일지도 모른다.




좋은 영화는 세상에 너무나도 많지만 행동에 나서게 하는것만큼 좋은 영화는 없다.










So to defend ourselves, and fight against assimilating this dullness into our thought processes, we must learn to read. To stimulate our own imagination, to cultivate our own consciousness, our own belief systems. We all need skills to defend, to preserve, our own m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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