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져쓰~쎅씨~글래머뤄스~어썸~
모든 글램한 단어를 다 갖다붙여두 모자랄 영화가 아니라 영상 아트 꼴라쥬
조나단이 브라이언 슬레이드로 나오구 이완이 커트 와일드로 나왔지만 이 두 남자가 데이빗 보이와 이기 팝이라는건 누가 봐도 자명한 사실. 펑크나 메탈은 완전 질색이고 얼터너티브도 그다지 좋아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컨트리를 많이 듣는것도 아니요. 브릿팝이라고 해봤자 귀에 쏙쏙 말리는 곡만 듣는 나에게 본드 마냥 쩍쩍 달라붙는 글램 록은 하우스만큼 좋아하는 장르.
사운드트랙도 좋지만은 더 좋은것은 조나단과 이완이 맡은 배역이 그대들과 싱크로율이 좀 과하게 쩐다는거. 게다가 크리스찬 베일이 찌질한 록빠 아서로 인디 퀸 토니 콜렛트가 브라이언의 시크한 부인으로 등장하는데 조연마저도 완벽하다는거. 그리고 그 아름다운 비주얼들. 도저히 정상적인 상태로 보고있기 어려운 벨벳 골드마인. 춤이라도 추던가 뽕이라도 맞으면서 봐야할듯하다. 증말 영화에 마약처럼 홀린다는것은 80년대 일본 영화 이후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토드 헤인즈가 만들어놓은 이것은 진정 악마같은 영화!



알랭 레네의 뮤리엘을 보게된 것은 순전히 이 영화 때문이다. 뮤리엘이란 이름에 득달같은 반응을 보내는것도 모두 이 영화 때문이고 여성으로, 독립된 자아로서 살아간다는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것도 이 영화 때문이다. 잘난게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던 어린 시절에 뮤리엘의 웨딩을 보게 되었다. 나만큼이나 못생기고 살찐 뚱보에 잘 하는게 없고 친구도 없는 뮤리엘은 잘 생긴데다 재능도 뛰어난 데이비드와의 계약 결혼으로 꿈에도 그리던 결혼을 이룬다. 예쁘고 화려한 웨딩 드레스와 잘 생긴 남편, 달콤한 신혼 생활을 꿈꾸던 그녀에게 결혼이란 그다지 환상적이지 않다. 친구도 떠나가고 가족에게도 소홀하게 대한 뮤리엘에게 신의 계시가 내려진다. 뮤리엘 늦지 않았어! 너의 인생은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하는거야, 운명이란건 존재하지 않아! 눈을 뜬 그녀는 손에 넣으면 행복해질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모든것을 박차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기 위해 떠난다. 그리고 비로소 나도 깨달았다. 맹목적인 운명론이나 물질주의가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걸 말이다. 내 인생의 영화 리스트 10 쯤에 당당히 들어가도 될만한 영화로 항상 뮤리엘의 웨딩을 꼽는다. 다소 전형적인 성장 영화이자 자아 찾기 영화이지만 토니 콜레트의 분연한 아름다움이 내게 자신감과 독립심을 일으켰다. 운명이란건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그 때의 못난 나는 지금은 없지만 새삼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데 사소한 화풀이를 해댔던 내 어릴때가 가끔 떠오른다. 그리고 꿈에서 만나면 얘기해주고싶다. 너는 특별히 못나진 않았다고 사소한 것에서 오는 행복의 중요함을 알고 있는 너는 다른 보통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소중하고 예쁘다고 어깨도 만져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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