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처음 봤을때의 충격이란...
다소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의 사회적(?) 위치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우선 이 영화를 연출한 로이드 카우프만에 대해서, 그는 우선 찰리 카우프만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애초에 영화를 만들고싶은 생각도 없던 사나이였다. 로저 코먼때문에 B 영화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그는 학교 시절의 친구 마이클 허츠와 함께 트로마사를 설립한다. B급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악명높기로 소문난 트로마사의 영화들은 임산부 혹은 비위가 약하거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관람을 금지하는것이 절대 장난이 아님을 명확히 드러내는 영화들이 전부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의 여건상 트로마같은 독립 영화 프로덕션이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아쉽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어있는 미국의 독립 영화 시장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트로마사의 대표적인 영화들로는 트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일반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진 톡식 어벤저가 있겠다. 로저 코먼과 같은 급으로 따질수야 없겠지만..작년 여름 인디 스페이스에서 트로마 인 서울 프로그램을 개최했었는데 사실 굉장히 놀랬다. 미국에서조차 V시네마의 제왕이었던 그의 영화들을 정식 수입해서 영화제 형식을 빌어 정상(?) 상영을 한다니 당연히 놀랄수밖에.
주로 어덜트용으로 보급되어 왔던 그의 영화중 비교적 최근작인 엽기 영화 공장은 99년에 만들어졌다. 트로마사의 영화 만들기와 로이드 카우프만 자신의 모습을 패러디한 대담무쌍한 작품으로 그야말로 엽기적이고 기상천외한 유머와 화장실 코미디로 가득찬 지저분하고 불쾌한 영화다. 아마도 취향 차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내가 느낀바는 로이드 카우프먼에게서 전혀 할아버지의 냄새를 맡을수 없다는 점이다. 보통 거장이라고 불리는 감독들이 젊었을때 만든 영화와 늙어서 만든 영화에는 확고한 차이가 있다. 노련함이나 원숙함은 물론이요 삶의 깊이까지 느낄수 있다지만 로이드 카우프먼의 재치와 유머는 도저히 60이 넘은 노인의 그것이 아니다. 물론 트로마의 영화들은 고상한 취미와는 어긋난 저질뿐이지만 독립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제작자와 스탭들의 모습은 어느 영화인들 못지 않게 열정적이다. 엽기 영화 공장에는 신체 절단부터 포르노가 무색한 19금 장면들에 패러디의 패러디가 가해져 전대미문의 영화가 탄생했다. 이렇게 정신없는 패치워크가 있었나? 매니아라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한 묘사들이 때로는 짜릿하고 때론 역겹기도 하다. 그러나 머리를 싸매고 지금 저작자들의 행동에 분명 이유가 있을거야..라는 식으로 보면 안된다. 트로마의 영화들은 그러라고 있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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