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조금 특별한 시체가 있다.

방귀의 부력과 추진력을 이용하여 보트가 되어주는

외로운 친구의 곁에서 인간과 삶의 의미를 되짚어주는 그런 특별한 시체가 있다.








동양계인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콤비가 만든 뮤직비디오스런 괴짜 독립영화 [스위스 아미맨]은 각종 독립영화제에서 화제가된 독특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바 있는데 시종일관 등장하는 시체의 방귀 소리 덕분에 호불호가 많이 나뉘기도 했었다. 굳이 나누자면 난 래드클리프의 영화를 매우 애정하는 사람이다. 해리포터로 일군 성공때문에 영화 선택의 폭이 넓고 그 자유가 한정되지 않은지라 다양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들에 많이 출연하는 편인데 이번 영화도 아마 그런 그의 자유선택 의지가 빛나는 작품이다.


괴로운 처지를 비관한 탓인지 무인도에서의 희망없는 삶에 염증이 난 것이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행크는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생명력을 잃은 시체는 고압 가스로 인해 (방귀뿡뿡) 마치 제트스키처럼 활용이 가능하다. 행크는 시체를 이용해 무인도를 벗어나 불을 피우고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가능한 가까운 해변으로 도착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행크와 이름 모를 시체의 우정이 시작된다. 시체가 어눌하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둘은 인간들이 나누는 대화를 하게 되고 행크가 시체에게 너는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하면서부터 과연 '인간이란 무엇일까?'라는 나름 진지한 메세지를 베이스로 인간의 기억과 추억, 삶에 관한 이야기를 동화처럼 늘어놓는다. 사람이었을때의 기억이 전무한 매니 (시체의 이름) 에게 인간이란..으로 라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행위들에 관해 알려주기 시작하면서 행크가 인간의 삶을 영위했을때 그곳에 남겨두고 온 기억들을 매니와의 대화들을 통해 재현한다.

삶엔 무수한 부조리들이 가득할지라도 그것에는 기쁨과 즐거움,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들이 가득하다. 매니와 행크의 삶을 공유함으로써 아픔과 상실만으로 가득했다고 믿었던 그의 인생이라는 것이 비로소 다시 아름다운 기억으로 재생되는데 특히 이 부분에 연출된 화면들이 예술에 가까웠다고 믿는다. 아름다운 촬영기법과 손으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소품들. 어둠속의 낯선 두 인물이 친구로 성장하면서 기이하고 마술같은 순간들을 함께 겪는 장면은 아마도 긴 시간동안 잊지 못 할 것이다. 

인간에 관한 탐구를 이렇게 귀엽게 그릴수도 있다니. 그거도 방귀소리와 함께라니.

엔딩에서는 주체 못 할 감정이 터져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오더라.

인간이란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있는 존재인가.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우리는 혼자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추억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기억들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 용솟음치는 방귀폭탄처럼 웃기고 슬프고 또 붙잡고싶은 인생이여!


이 재능있는 두 젊은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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