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사노 타다노부의 젊은 시절을 스크린으로 보기 위해 영자원에 다녀왔다.

긴 여행이었다............. (....)






자전거를 도둑맞자 자신도 코시엔 (오사카) 근처에서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쳐오는 이쿠오.






훔쳐온 자전거에 도색을 하는 유미코와 이쿠오.

공장에 새로 들어온 신입에 대해 말하는 이쿠오..어쩌면 미래를 두려워하고있는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유미코가 온 것도 모르고 있다가 지긋이 웃어주는 이쿠오씨. (숨멎...)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이웃에 맡기고 오붓하게 커피마시러 온 부부.





저녁에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때문에 자전거를 집에 두고 우산을 들고 나가는 이쿠오.

뒤에서 유미코가 보고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쿠오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환상의 빛은 거장들의 데뷔작 중에서도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인간과 삶에 대한 시선이 이미 데뷔작에서 대부분 완성형으로 나타나있는데 이 작품은 그 무채색의 서정시같은 느낌이 극대화된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하다.

전차를 운전한 기사에 따르면 그는 뒤에서 전차가 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도 뒤돌아보거나 당황스러운 기색이 없었다고 한다. (소설에서) 유미코가 재혼한 남편의 아버지는 바닷물에 일렁이는 빛을 보면 마치 바다가 자신을 부르는듯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져 바다로 들어가고싶다고 한다. 이쿠오의 자살은 우울증이나 삶의 부담같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삶의 연속성에서 우리가 늘 선택해야하는 것들 사이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고른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하여 세 달이 된 갓난아이가 있지만 가끔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형편에 서로 불만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유미코에게 갑작스러운 이쿠오의 죽음은 마음에 큰 상처가 되어 어둡고 큰 그림자가 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을 즈음에 재혼을 하게 되어 노토로 떠나게 되지만 그녀의 깊은 터널 속에 드리운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와 가장 가깝다고 느낀 사람이 사라진 그 빈 자리의 상실감은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유미코는 계속 궁금해했다. 아이가 성장하는 와중에도 새남편의 가족과 하나가 되고 그와 지내는 일상에 불만이 없었음에도 그녀는 이쿠오가 갑작스러운 선택을 한 것이 못내 궁금했고 삶의 언저리에 남겨진 그의 추억과 기억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지금의 남편은 괴로워하는 그녀에게 인간은 때때로 그런 선택을 할 때가 있다고 그녀의 괴로움을 다독여준다.

살아가는 것을 택한 인간이 있다면 삶을 그만두는 것을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미코가 미워졌다거나 갑작스럽게 삶이 싫어져서가 아니라 그저 선택의 하나였을 뿐이라고.

긴 터널을 지나 노토에서의 사계절이 지나간다. 여름에는 수박에 소금을 뿌려먹고 살포시 날리는 눈과 거친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따사로운 햇빛과 태양이 그녀의 머리맡을 비춘다. 지금의 남편은 전부인과 재혼하고싶어 오사카를 떠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유미코를 만났고 그의 딸은 어머니가 부재하는 삶 속에서 어른스럽게 집안일을 해내고 새로 생긴 남동생을 거두고 살핀다. 시아버지는 부인을 먼저 보냈지만 삶의 연속성을 부정하지 않고 살아나간다. 유미코의 긴 겨울 끝 쏟아지는 빛 그 너머에 그의 존재도 담고 살아가는 행복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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