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소미나, 내가 처음 사랑에 빠진 여자. 동그랗고 큰 눈에 얇은 입술, 천진난만한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몸짓. 그녀는 때때로 큰 눈동자를 굴리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아무한테도 쓸모없는 자신을 미워한다.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던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왜 여기에 있어야하는지 몰라 속이 쓰려 많은 눈물을 쏟았었는데.. 같이 가자던 마또의 뒷모습에 엉엉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 콧물 죄다 쏟아버리고 짐승같은 잠파노의 불쌍한 모습에 또 입술을 깨물고 울었었는데..결정적으로 나를 고전 영화로 이끌었던 기념적인 펠리니의 영화 길은 전세계를 통틀어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받고 있다. 펠리니의 부인이자 파트너이자 소울메이트였던 줄리에타는 그의 많은 영화속에서 순진한 마력으로 남녀 불문하고 사랑받았던 캐릭터다. 나조차도 그런 그녀를 첫사랑을 대하듯 소중히 다루니까말이다. 30년대 뮤지컬 영화에서 듀오로 활약했던 진저 로저스와 프레드 아스테어가 등장하는 톱 햇의 유명한 댄스씬을 이탈리아의 대배우 마스트로얀니와 줄리에타가 재현한 86년작 진저와 프레드는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영화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줄리에타의 모습은 시티 라이트와 키드에서 본 채플린의 모습만큼이나 희극적으로 아름답다. 그리고 그 눈에 담긴 수많은 사연들이 날 울린다.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룰이 있다면 젤소미나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운명에 내 운명을 담고싶다. 미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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