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 Buckley - Song to the Siren

엄마가 내 손 잡으면서 다음엔 이런 스타킹 신지 말라고 했다. 없어보인다면서. 일요일날은 집에서 잠을 자고 꾸물꾸물 월요일에 비가 와가지고 우산에 짐 하나 들고 버스 탔다. 근데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 뜨악 한 번 놀래고 두 번 놀래고 바로 버스를 돌려(?) 병원으로 갔다. 내 꼴에 모두들 뜨악했다. 게다가 양쪽으로 짐 두개에 우산 하나. 웃긴 머리 모양을 해가지곤. 중3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애 두명이랑 고딩때 몇 번 본 남자애 한 명이랑 같이 떡도 집어 먹고 술도 몇 잔 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왔다. 되게 피곤했다. 그러나 나보다 피곤하고 힘들 사람은 따로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하품을 억지로 참으며 주는 술 받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음식도 계속 집어먹었다. 결국 차가 끊겨 다시 집으로 컴백홈. 다음날 짐을 가져다 두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어젠 퉁퉁 부은 눈이 붓기가 가라앉아 조금 나아보였다.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모두 중학교 동창들이었다. 고등학교때 알던 애들은 두어명 정도였고 나머진 죄다 이 동네에서 십 년 이상 본 애들이었다. 모두 내가 연락을 끊고 지낸 애들. 오랫만에 만난 자리가 이런 자리가 될 줄이야.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다들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몇 마디 말을 했다가 묵묵히 술을 마시거나 물을 마셨다. 다음날 온다는 언니의 말에 부랴부랴 청소를 깨끗이 하고 내 짐을 챙겼다. 보따리 네 개가 나왔다. 못 일어날것같아 밤을 새웠다. 4시 30분 마지막으로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개고 쓰레기를 비우고 5시 30분쯤 나왔다. 내 몸애 매달린 가방은 네 개였고 손에 들린 봉지가 하나. 301을 타고 잠실로 갔다. 길바닥이 축축했다. 송파구청에서 바닥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6시가 넘었더니 해가 슬금슬금 올라왔다.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병원으로 갔다. 그 분위기에 내가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맛있게 밥먹는것뿐이었다. 운구 행렬이 이어지고 울음바다가 된 사람들 뒤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버스에서 정신없이 졸다가 도착한 곳은 광주공원.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숨통이 트였다. 꽃을 손으로 뜯고 흙을 뒤덮으니 모든게 끝나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 백명의 묘가 빼곡히 차 있었다. 한바탕 울고 나니 사람들은 정신없이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난 속이 좋질 않아 샐러드 정도만 먹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어색한 침묵 뒤에 우린 모두 헤어졌다. 삼일간의 무거운 릴레이가 끝났다. 그리고 이틀간 정신이 멍한 상태로 일을 했다. 머리가 무거웠다. 나도 여유가 없으니 사람들에게 뭐라 말할 주변이 없다. 다들 어떻게 해서든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만약 신이 있다면 이런 식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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