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어떻게하면 인정받을까?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해댔었는데...이젠 더이상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떻게하면 내 자아를 실현시킬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읽기 쉽게 알아듣게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 사이에 아무런 오해없이 독자와 나 사이에 부드러운 소통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생긴게 두부같이 생겨서 나한텐 말걸기 매우 쉬워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굉장히 대하기 어려운 타입인가보다. 그렇게 까칠하진 않은데 살짝 낯을 가릴뿐...오늘 조별 프레젠테이션때문에 테이블 붙여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한 친구가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서로 서먹서먹하다는;;;) 전부터 물어보고싶었는데 어떤식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그리는지...물었다. 우리는 1주일에 한편 길게는 100페이지;;;;;;;;;;; (실제로 있음) 적어도 30페이지 정도의 작품을 하나씩 그린다. 이게 쉬워보이는지 몰라도 1주일 안에 다른 과제를 같이 해 나가면서 작품을 하나 구상해서 그리는건 방대한 양의 정신노동을 요구한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방식이 약간 다른 나는 의견충돌을 빚을것 같아서 아이들 말에 맞장구 치면서 동의하는점 같은것만 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걸 묻길래...난 깊게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더니...."역시나...." 라는 반응이었다.

난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재는 더더욱이 아니며 노력파도 아니고 (난 게으르다..그래서 이 나이 먹도록 이러고 있는거임..) 엄청나게 성실하게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도 아니다...그런데...예전에는 그렇게 원하던 것들이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에서 멀어지니 이제서야 내게 조금씩 다가온다. 한 명이 그렇게 묻기 시작하더니 다른 아이들도 한둘씩 내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은.." "이런건 어떻게...?" 정석이라는게 있고 룰이라는걸 지키며 살아가는 일본 사람들에게 룰에서 벗어난 비전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일반적인 관심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경외심이라는걸 알았을땐 어떤 의미로 감동했다고할까...,,수업중에 갑자기 감동받아서 진짜 울뻔함;;;ㅋㅋㅋㅋㅋㅋㅋㅋ

"너는 세계관이 강해서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그걸 평생 지켜줬으면 좋겠다."

사실 난 아직도 고민이 많다. 사람들이 원하는것을 해야하는지 아니면 내가 구현하고싶은 자아를 실현해야하는지..예전엔 내가 아무 쓸모없고 불쌍한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것 같다. 난 내가 가지고싶은 유일한 한가지를 이미 가지고있었던 것이다...내가 상업적인 센스를 가지고 있는 애였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ㅋㅋ 애초에 그런건 포기했고...내가 꾸준히 나의 길을 걷는다면 지금처럼 내 세계관을 버리지 않고 단단히 묵묵히 만들어 나간다면 팬도 생기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도 생기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인정해주는 사람, 나에게 중독되는(?)사람..도 생긴다는걸...왜 예전엔 몰랐을까? 이것도 나이드니 생기는 지혜중 한가지. 참 나이든다는건 좋은것 같다. 어릴땐 정말 어떻게든 인정받고싶어서 일부러 튀게 행동하고 멍청한 짓거리만 해댔었는데...밤에 자기전에 이불걷어차고 하이킥 날릴만한 짓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참 부끄러워서 과거세탁하고싶을 정도임...ㅋㅋㅋ......

나는 많이 어른이 되었다. 이제 안절부절하지도 않고 인정받고싶을 어린마음에 과도하게 남을 깎아내리지도 않고 버릇없이 굴지도 않는다. 나이먹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그러나 나는 순수한 나의 열정만큼은 나이들지 않기를 원한다. 그런 나의 순수한 마음을 알아주고 마음속으로부터 응원해주는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너무나 감격스럽다. 나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구나...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말해주고 진심으로 나의 미래를 축복해주는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고마워 말로 다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이들에 대한 보상은 내가 딴길로 새지 않고 오로지 나의 길을 추구하는 것일 거라고 난 믿는다. 내가 변한다면...그들에 대한 배반이기 이전에 나에 대한 배신이겠지. 그들의 믿음을 배반하고싶지 않다. 모두의 마음을 지켜주고싶고...나 또한 나를 지키고싶다.

부디 내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주저앉는 사람이 아닌.. 벽을 깨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보다, 나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이가 되고싶다. 그 견고하고 단단한 세상에 모두를 초대해 나의 팬으로 만들고싶다. 그리고 나의 세계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그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또 나를, 나의 자아를, 나의 작품을 발전시켜 나가고싶다.

난 내가 얼마나 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은...근데..내 욕심이라면..다 포기하고 이거 하나로만 정말 끝장을 보고싶다. 그렇게 되고싶다 기필코..굶어죽어도 여한없을 정도로 한 번 해보고싶다..ㅠㅠ..좀 도와주라 신이시여...

오늘은 정말 뜻깊은 날이었다. 나는 모자란게 넘치고 흘러서 매일 하나씩 배우는것 같다.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했는데 이 곳 생활이 나에게 끈기와 인내심을 선물해주었다. 내가 가진 근성과 정신력 하나면 난 우주정복도 가능하다고 믿는다ㅋㅋㅋㅋ장마라 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나의 이 괴로운 나날들에 많은 이들로 인해 그래도 견디고 살아가고싶은 세상임을 확인케해준다....만년 사춘기라 영원히 자랄것 같지 않은 나였는데..나도 조금씩 어른이 되나보다.

그리고 나의 세상이 많은 이들을 구원할수 있기를....

빨리 어른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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