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란색을 좋아한다고하니 똘똘이 스머프가 될 기세로 신발 바지 티셔츠, 셔츠, 후드, 코트, 가방도 다 파란색...이러다 머리까지 퍼런색으로 염색할 기세..내가 몰라봐줘서 미안해. 이제 막 깨달았어. 그래서 그렇게 죄다 파란색으로 도배를 했구나... 너는 그렇게 노력을 많이했는데 내가 좀 눈치가 느려서 이제 그걸 알아차리다니..정말 병신같지 않겠어? 말해주지 않음 잘 모르구 사실 눈길이 잘 안갔어. 미처 깨닫지 못했어. 우리 엘레베이터에서 둘이서만 올라갈때 흐르던 그 엄청난 정적의 긴장감으로 너를 기억할거야. 어차피 너한테 난 나쁜기지배잖아요?


나도 파란색이 좋아.

파란색을 좋아하는 너도 좋고 파란색을 좋아하는 너를 좋아하는 나도 좋아. 아마 시간이 조금 지나면 널 깡끄리 잊고 이름도 잊어버리겠지만 지금은 너무 좋아.


해바라기같이 나를 바라보는 너도 너무 사랑스러운거같아. 안경알 안에서 굴러가는 니 눈동자가 너무 귀여운거같아. 그 쌜쭉한 입술모양도 매우 긍정적이야.


끙끙 앓지마.

어차피 우린 이제 끝났잖아..

파란색 옷은 다 태워버리는게 좋겠다.










-







예전에는 멜로물만 보면 몸서리처지게 싫었는데 이젠 굳이 찾아서 본다.

내 안에 어떤 변화들이 생긴걸까?

연애만화를 쓴다면..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는 새로운 로맨스를 탄생시킬수 있겠지만 아마 나는 내 경험을 토대로 쓰겠지만 약간 왜곡된 기억들이 존재하겠지? 그래서 실패한 연애를 이성적으로 정리해서 플롯을 써 보았다. 가관인 것 같다.


'성공률 제로'라는 영화를 만들수도 있을 것 같고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진행중이다.

그의 기억은 그를 중심으로 나를 바라볼 것이고 나의 기억은 나를 중심으로 그를 바라볼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가 된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아프다.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최대한 냉정하게 기억과 사건들을 정리해보려고 노력해보았다. 예전에는 무조건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했는데...그것이 바로 왜곡된 기억의 희생양이 아니었나...싶어. 연애는 혼자하는게 아니라 둘이 하는건데 누가 가해자며 누가 피해자겠어? 라고 합리화하려고 애써보았는데 실은 나도 가해자였던 적이 있구나...물론 그건 여기 와서 더 심해진 것 같다.

언제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이 모든 것들을 부처의 마음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냉정하게 써내려갈 수 있을까?

지금은 내가 가해자입장이니 미안하다고 손을 모아 싹싹 빌 수 밖에.







-







나도 어지간히 이기적이야










-







근데 솔직히 니들도 상처받은 입장에서 비참한 상황에 몸서리쳐가며 '기억을 지우는 약을 제발 저에게 주세요! '라고 신께 애원하고싶지 않잖아? 누가 더 겁쟁이냐의 문제야. 내가 나쁜게 아니야. 그냥 우리는 다 비겁할 뿐이야..

그러구선 또 기억을 지우려고하면 '오..주여..이 기억은 지우고싶지 않은 나의 아름다운 추억이에요..제발 이 미친짓을 하려는 저를 막아주세요..'라고 기도할텐데...무엇이 문제일까? 왜 꼭맞는 스웨터를 가질 수 없을까?













-













아무튼 엄청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감정이 이렇게 수치스러울 줄은 나도 몰랐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 "본심이 아니었어.." 같은 아침드라마에 나올법한 레파토리가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엉켜서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걸 겨우겨우 참고 목구멍으로 삼켜 소화를 시켰다.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잖아.

처음에는 장난으로...두 번째는 호기심으로, 세 번째는 진지했는데 엉망으로 만든건 나다. 나는 연극을 무대로 올리고 그 주인공을 비극에 빠트리고싶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이기심과 욕심이 우리 모두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










사죄는 어떻게 하는거지?










-

























아이구..

힘들다.

연애물 하나 쓰려니 5글5글 거려서 속이 메스꺼움...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한다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은....난 아직 어른이 덜 되었나보다. 냉정하게 과거를 바라보지 못하겠다. 노답..

한숨나와..

누가 내 뺨을 한 세 대 쯤 후려갈겨줘야 정신차릴거 가튼데...(갈겨줄 사람 구함. 레알 맞아줌. 그대신 우리동네에 니가 와야댐)


오늘은 좀 그냥 일찍 자고싶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