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빛이 잘 안드는통에 신발장안 깊숙이 신발을 넣어두면 하얗게 곰팡이가 슬어서 어느샌가부터 현관에 신발을 모두 내놓고 그것도 모자라 싱크대 건너편 마루에도 신문지를 깔아두고 그 위에 가죽으로 된 신발을 나란히 세워두었다. 현관 천장에 달린 전구가 나가서 새로 갈아끼워야하는데 계속 미루고 미루다보니 현관등을 켤 수 없어 컴컴한 집안으로 들어오다보면 신발이 잔뜩 놓여있고 턱까지 있는 거기서 종종 고꾸라지기 일쑤...가끔 그렇게 넘어진채로 어두컴컴한데서 신발을 벗고 더듬더듬 벽을 더듬어 방안으로 들어오기까지 약 5초 남짓한 시간...오늘은 들어오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아 컴컴한 집안에 들어와 여지없이 고꾸라져 2L짜리 생수병 열개가 나란히 놓여있는 곳 앞으로 정면헤딩...아프기도 아프고 무엇이 서러운지 모르겠는데 어딘가 모르게 서글퍼져서 그 어두컴컴하고 좁은 현관에서 그대로 앉아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있는데 또 야속하게 배가 고프다. 그 어두운 적막 속에서 배가 고프다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이것이 산다는 것일까?
가끔 잘 모르겠는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를때 나는 누구에게 이것을 물어봐야좋을지 모르겠다. 외국에서 3년차 혼자 살다보니 한국에서 그나마 연락 주고받았던 사람들과는 거의 연락이 끊겼고 일본에서 알게된 그 수많았던 사람들과도 점차 연락이 뜸해져 휴대전화는 가족과의 비상연락망 수단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외롭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받고싶은 것도 없고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것도 없다..나는 애초부터 사람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때문에 나는 실망도 하지 않는다. 너없으면 죽는다..하는 사랑도 못해봤고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사랑해준적도 없다. 내가 없어서 못 견디게 아픈 사람은 우리 엄마뿐이다.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면 엄마가 나를 걱정한다. 내 목소리가 가라앉아있으면 엄마는 잠을 못 주무신다. 힘든티를 내지 않고 억지웃음으로 엄마를 위로하고 토닥인다. 응석만 부리는 덩치도 큰 막내딸이 아직도 애기같아서 고생이 많다.
내 목표나 장래희망은 보통사람들이 가진 것과 다르다. 그치만 그게 틀린건 아니다..어차피 이번 생에 누군가에게 사랑받긴 그른 것 같고....성공해서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싶다..내 인생을 포기하고 희생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값진 인생을 양지로 끌어낼수만있다면 나의 싸구려인생이 조금은 값진 일을 하고 갈 수 있지않을까싶다...나는 불행했고 앞으로도 인생에 그닥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거라는건 이미 안다. 어쩌면 나의 행운은 이미 다 끝났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행복해지고싶다는 마음같은건 없다. 원하지도 않는다.. 마음 편하게 '행복해지고싶다..'같은 소원따위 빌지도 않는다..만약 나에게 올 사랑과 평화가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다른이에게 양보하겠다..어차피 쓰리고 아픈 돌멩이같은 인생. 멋지게 쓰고 가야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이 자갈밭에서 구른 모난 돌멩이에게도 아름다운 들꽃처럼 세상 모든 것이 꽅밭으로 변해 나만을 위해 반짝여주는 찰나의 순간이 허락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찰나의 순간을 맛보기위해 이렇게 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그냥 혼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구 하고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 내유일한 친구에게 늘어놓는다. 세상은 그렇게 상냥하지 않으니 나 자신에게만큼은 다정하게 감싸주고싶어. 오늘도 수고했다..네 앞날은 온통 가시밭길이지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믿고있는지 네가 무엇을 이루어낼지..나는 너를 믿어. 그 믿음을 믿어줘,,,,잘 안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잘자 너는 너무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