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무섭게 쏟아짐
휴우
오늘 또 독촉당함
잠실에서 탈 때 비가 거의 안내리길래 잘됬다하고 마을빠쓰를 타고 가는데 우리 집 근처 역에서 꺾어지는데 갑자기 비가 무서운 기세로 들이붓길래, 어떡하지..멈추는 소나기일까? 싶어서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상가 처마 밑에서 비를 일단 피했는데 점점 더 심하게 내려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우산 좀 들고 나와달라고 했다. 왠만하면 그냥 맞고 가겠는데, 가방도 천가방인데다가 안에 원고들이 무방비하게 들어있어서 비맞으면 다 날리는거라..
그렇게 처마 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데, 그냥 그 짧은 5-7분의 시간동안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엄마랑 아빠가 내 옆에서 없어지고 내가 혼자 살게되면 이렇게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못 챙겨나왔으면 그대로 다 맞고 집에 가야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비가 오면 감상적이 되는데 나만 그러는거 아니지?
집에 들어와서 씻고 피곤해서 방에 누워있는데 진짜 갓 스무살되고나서부터의 기억. 짝사랑했던 오빠. 나 좋다고 했던 친구. 구남친들. 친했던 친구들, 언니, 동생들. 같이 일했던 동료들 얼굴이 한 명, 한 명씩 스쳐지나가는거다.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얼굴만 기억나는 친구도 있고, 얼굴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이름은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들까지...궁금해서 페이스북이며 싸이월드며 이름을 알고있는 순서대로..닥치는대로 찾다보니까 그 얼굴들하고 함께 옛날기억도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아까 낮에 서녕이랑 이야기 하면서도 우리가 아주 어릴때 만나서 있었던 일들을 파노라마처럼 얘기하는 바람에 안그래도 옛날생각에 잠겨있었는데 폭풍우가 치고 비가 쏟아지니 옛날생각이 더욱더 많이 났다.
어차피 과거는 후회되기 마련이라 미련을 갖지 말고 그냥 그대로 놓아주자..하고 사는 타입이라 그냥 옛날 생각이 떠올라도 그 때 그렇게 할 걸..이라는 생각보다는 그 땐 그랬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그 때 있었던 심각한 고민들이나 괴로웠던 기억들도 그냥 나만의 추억이나 기억으로 간직하다보니 주변사람들과 오해를 풀지 못하고 헤어진 경우도 있었고 그냥 그런 잘못된 기억들이 쌓여 편집된채로 남아있는 것들도 있었다.
어차피 돌릴 수 없는 과거 미화나 실컷 해보자..는 생각으로 항상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하려한다...
그러나..
그렇게 멘탈을 가다듬고 부처의 도리를 실천해봐도 열받는 일은 열받는 일.
ㅎㅎㅎ
어떻게 그 많은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을 수도 없이 지나쳐왔는지..갑자기 또 스스로가 대견해짐
그리고 또 내가 저지른 잘못들에 상처받았을 사람들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품.
부디 나라는 미친애의 존재를 잊고서 본인들 인생을 잘 사셨음 좋겠다. 물논 모두 그러고 있죠?
이 넓은 세상에서 관계를 맺고 서로가 커뮤니티의 주인공과 조연이 되어준다는 것은 왠만한 인연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나는 인연을 소중히하고 최대한 배려하고 이해하며 모두와 화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점점 나이 들수록 그것은 미션 임파서블. 나도 성깔이 생기는데다가(지렁이도 밟으면 꿈틀damn) 잘해주면 호구되는 세상이란 마인드도 조금씩 싹트기 시작하다보니 싫거나 안맞으면 그냥 연락을 끊기 부지기수..지금 남아있는 친구들은 10년이 넘은 동네 친구들 몇과 사회에서 만나 5년 이상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 몇 명. 일적인 관계로 묶여있는 사람들 제외하면 얼마안됨. 그러나 부끄럽지 않음.
가깝고 깊은 관계를 지향하는 나의 성향과 맞게 그 상대방들도 그렇게 나를 따라주니 고마울 때도 많다.
인간관계 정리라는게 되게 간단하다. 연락을 안해보면 된다. 내가 그들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기대하지 말고 실망하지도 말자. 그게 내가 사회생활 10년 하면서 배운 인생 만고의 진리다. 기대하게 되면 서운하기 시작하고, 서운하기 시작하면 집착하게 된다. 비단 연애뿐만 아니라 친구관계도 그렇게 비정상적인 싸이클에 들어서게 되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거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다른 사람은 포용하고 이해하면 되는거고 굳이 코멘트를 달 필요도 없다 생각한다. 오늘의 명언은 '그러려니 해야지' 점점 인간에 대한 애정이 메말라감을 느끼면서 지금 내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에게 나도 그 감사의 마음을 많이 표현하고 보답해야겠단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우리 10년지기들 9월에 제주더가기로함. 가서 쌈박질 한바탕 하고 올 예정ㅋㅋㅋ)
예전에는 노답인 사람을 만나면 '내가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이 단 1초도 들지 않는다. 그냥 재수없게 굴면 아 얘 또 이러는구나...하고 보살의 마음으로 그를 측은하게 생각해본다.
인간관계가 제일 어려운거같다. 근데 또 그만큼 아예 마음을 놔버리면 쉬운게 인간관계이기도 하다. 좀 기계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본성이 변하지 않으니 노답인간을 개조하려는 마음을 버려야한다. 그냥 '걔는 그렇게 생겨먹었다!' 하고 포기하면 빠르다.
왜 이런 이야기를 또 주절주절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오늘 독신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 나랑 친하게 지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곧 시집, 장가를 갈텐데 그 이후에 또 한차례 큰 변화가 올 것이기에 나의 마음을 수련하고자 자기최면을 걸어보는 것.
멋지게 산다는 그 출처도 모르는 근자감은 나를 행복감으로 충만하게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만났던 스쳐왔던 수많은 사람들을 토대로 형성된 큰 가치관이다. 내 자아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진화하면 내겐 더이상 카오스는 없을거다. 지금은 그 과정이고, 많은 사람들의 인격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고 있다.
정말 고마운 일이지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