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은둔은 내가 꿈꾸는 마지막 이상적인 목적지일 것이다.
아무런 사교모임이나 말하는 인간과 관계를 맺지 않고도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게 궁금하기도하고 또 그렇게 살고싶기도 하고
인간관계라는게 기부(오타아님)앤테이크라 이만큼 받으면 또 그만큼 가야된다는게 학계(?)의 정설이다. 별로 믿고싶은 얘기도 아닌데다 내가 그런 속물일까싶어 피했던 주제인데 사실 어느정도는 맞는얘기인 것 같다.
물질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주면 어느정도의 보상심리가 있어 자꾸만 기대하게 된다. 이것이 관계의 정석이었다. 내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기까지..
적어도 7:3은 원했는데(물론 마음씀씀이) 9:1 어쩌면 9.5:0.5였을지도 모르지..
뭘 줄 때는 돌려받을걸 전혀 기대하지 않기때문에 '그냥' 준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무념무상의 상태인데 그래도 사람이 오래 알고 지내면 어느정도 나한테 이정도는 마음을 써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물론 내가 원하는건 언제나 비싼밥이나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을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뭘 주든지는 상관없지않은가? 필요한게 있어도 없어도 나는 마구 주고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수백명의 인간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보니 기실 뭔가를 억지로 노력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친구나 사람을 만나도 적당히 행동하고싶어지고 아무런 일말의 기대조차도 하지 않게 된다. 나쁜것은 나도 아무것도 주지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슬픈 일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사람이 오래 알면알수록 서로가 익숙하고 편한데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이런저런 속사정을 알게 되는 것이 오래된 관계의 큰 장점이다. 연인사이에서는 그것이 권태기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친구의 입장에서는 이만큼 좋은 것이 없을 정도로 좋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 기분을 헤아리고 파악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함께 아파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의 큰 위안을 얻는다.
비즈니스 관계나 사회에서 만난 동료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람들하고의 관계야 이리되든 저리되든 적당선 이상을 원하지도 않고 기대도 안하니 쿨하고 얕은 관계이지만...
그것도 아닌 상대방이 그보다 못한 상황을 떠안겨줄때는 지나온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비참하다. 상대방이 야속한게 아니라 내 자신이 비참하다. 내가 이렇게 바보같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 내가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보다 못하다는 사실이.. 방안에서 구겨진 티셔츠보다 못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바보같고 불쌍하여 눈물까지 난다.. 인생선배들의 인간관계 조언을 언제나 흘려들었던 나에게 인간은 그 수많은 변수와 오류로 나의 기대를 무참히 깨부수어 주었다. 관계는 믿음과 신뢰이다. 그것이 깨진다면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던 말던 그 시간마저도 무의미한 것이 되는거다.
나는 후회한다. 나의 바보스러움을...

지금으로부터 약 7-8년전쯤 전에 쥐스킨트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되었다. 세상에 나홀로 떨어진 고독이 글자 하나하나에 녹아있었는데 당시에는 어렸기때문에 이해한다기보다 멋있다는 의미로 그의 생활에 동의했었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마음으로 인간과 멀어져 분리되어 사는 편이 개인과 내 작품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10년을 투자해 앞으로의 미래를 얻은 셈인데..어리석었다면 어리석었고 공부라면 공부였다. 왜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 없었는가. 이 천성을 바로고칠 수 있을까?
서른이 되면 철학자가 된다더니 영 거짓말은 아닌가보오. (아직 서른은 아니다)
더 나은 죽음, 과 영생을 위해 지금의 이 시간을 허투루 쓰고싶지 않다. 나에게 요만큼의 관심도, 애정도, 마음도 없던 사람들에게 허비한 내 아까운 시간들에 더이상 목매지 않고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사람이 미운게 아니라 관계가 탄생하고 이어지고 끊어져가는 그 모든 과정이 지루할 뿐이다. 그토록 정열적이고 호기심많던 내가 이렇게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다니...
미운것 투성이다.
내 개가 너보다 나를 더 순수하게 사랑해준다.

나는 더이상 하고싶은게 없다.
해보려는 노력 자체도 이제는 질려버렸다.
​매번 나의 기대를 무참히 깨트리는 사람들, 이제는 내가 졌다. 내가 어리석었다.

잠이 안 온다.
병이 나으려면 잠을 일찍자라고 했는데 또 이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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