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어떠한 순간이 오면 그 시점에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사회적 지위가 어떠한가에 상관없이 나의 삶에도 마지막과 끝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누군가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폭주할 것이고 누군가는 내일이 오는 것을 아쉬워하며 오늘의 나를 더 사랑해주고 내 주변의 이웃을 챙길 것이다. 인간이 유한한 삶을 받아들이고 정신과 육체를 건강한 선로 위에 떨어트리고나면 무한한 동력을 갖게 되는데 우리들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군가에 나를 대입하여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욕심은 나를 파괴하고 내 성공에 대한 욕망은 나를 망칠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마음, 그 날의 분위기를 망가트리거나 알 수 없게될지도 모른다. 내 삶에 끝이 있고 그 끝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만족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서 만든 추억과 내게 다른 사람들과 생명체가 남겨준 기억이겠지.
강아지의 시간이 나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너무 슬프게 여겨지는 날이 많았다. 언젠가 나의 이 건강한 육체도 시들어 정든 지구와 이별하는 날이 오겠지만 우리 강아지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도 나를 어떤식으로든 기억하겠지. 나도 그들을 기억할것이고 그것들은 내가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값비싼 것이 될 것이다.
여름밤에 귀뚜라미 소리, 구덩이에 빠진 새끼 강아지를 구한 기억. 모르는 사람에게 만화책을 빌려준 날. 겨울 아침에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강아지와 뽀드득 뽀드득 걸었던 기억. 엄마와 아빠의 술안주. 언니와 싸우고 집에서 쫓겨나 반지하 현관문 밖에서 또 싸운 기억. 처음 키운 강아지를 시골로 보내던 날. 돌아가신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기억. 그 날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 처음 비행기를 타던 날에 무서워서 울었던 기억.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 나를 사랑한 사람이 주었던 추억. 우리집이 처음 생겼던 날 거실에서 나란히 누워 천장에 달린 등을 보며 잠을 못 이루던 기억. 처음 본 큐브릭의 영화에 심장이 터질뻔했던 날. 좋아하는 사람과 손잡고 영화보다가 잠들어버린 날. 급하게 뛰어가다가 당한 교통사고.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일어나지 말았어야할 아픈 사고와 그로 인한 많은 사람들의 아픔...
나는 세상을 떠나면서 눈을 감기전까지 이 수많은 추억과 기억들을 곱씹고 또 생각할 것이다. 내가 건강했을때 그 건강을 지키지 못했다면 너무 아쉬울 것이고, 내가 이루고싶어했던 꿈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싶을 것 같다. 그래도 그래도 이 세상에 너무 많은 사랑과 행복이 있었음에... 아픈 시간과 고통도 너무나 많았지만 많은 이웃들의 사랑과 연민과 나눔으로 인해 그 상처도 점점 옅어져갔다는 것을..누군가에게 알려주고싶을 것 같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는동안 계속 변화하지만 소용돌이같은 점은 변하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처음의 그 감각들을 다시 일깨워주기위해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하는 그 점은 주인을 계속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알아주기를. 이 세상 모든 작은 것의 시작에는 사소한 만족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절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건강할 때 그것의 축복을 알고, 사랑할 수 있을때 그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마음껏 사랑하면서 내 삶의 축복을 부둥켜안고싶다.
midnight
2017. 9. 7. 0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