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원고를 하게될 만화 연출 콘티를 짜면서
과연 첫 번째 영화로 뭘 선택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할까 며칠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기타노 다케시의 그여름 조용한 바다를 생각했다가 나를 보여줄만한 영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이 작품이 떠올랐다.
오래전 아트시네마에서 본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더티 더즌이나 키스미 데들리 어택과 같은 강렬하고 폭력적인 거장의 범주를 벗어나 비전형적이고 독특한 세계로 둘러쌓여진 영화들을 만들었던 알드리치의 영화.
내 자신이 가진 피해망상과 상실감에서 나오는 비뚫어진 열등감을 설명하자면 이 영화가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검고 축축한 자아를 하나씩 키우고 산다지만 그것에 솔직할 수 없는게 대부분의 사람이다.
그런 나 자신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 영화를 처음으로 소개한다면 내가 앞으로 만들고 그려낼 작품들에 앞서 나를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 신비한 요정같았던 베티 데이비스의 광기에 잡아먹힌 얼굴을 보노하면 추악한 나를 만나는 것 같아 눈을 감고싶어진다. 그렇지만 눈을 뜨고 봐야하겠지 불에타 재가 되어 없어져버릴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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