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정서의 오락물을 기대하고 봤건만 영화는 뜬금없이 역사 속 인조와 인물들을 불러내 갈기갈기 찢고 다시 이어붙여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거기에 덧붙여 민의를 거스르는 왕은 어진 임금이 될 수 없다는 폴리티컬 스탠스 또한 녹여내고 있다. 내세운 캐릭터는 다르지만 물괴랑 비슷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 또한 이 영화의 패인이 아닌가한다.

공조에서는 뻔뻔하게 90년대 영화를 답습하더니 (그나마 그건 오락적인 재미라도 있었다.) 창궐에서는 엔터테인먼트와 메세지 사이에서 갈등을 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여 답답했다. 역사를 뒤집고싶었던건지 역사에 서린 한을 풀어주는 살풀이를 하고자한건지. 야귀들이 등장하거나 액션씬이 볼만해서 그런가 시나리오가 더 아쉽기만 했다. 

굳이 이렇게 비장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어? 현빈은 이상적인 츤데레 왕자 캐릭터고 김의성은 권력에 미쳤지만 쫄보인 본체가 스스로의 두려움을 잡아먹는 임금 연기에 찰떡이다. 부패한 임금을 처형하고자 야귀를 불러들이는 김자준은 새로운 조선을 위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권력에 대한 욕구를 가진 그림자가 차가운 얼음송곳이 되어 그의 귀를 잡아먹을 것처럼 탐욕스러워야했다. 허나 초반 김자준은 아무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다. 흔한 부패한 조정대신1,2쯤으로 보이지만 흑화한뒤에는 비로소 사람 그 이면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 캐릭터를 잘 활용하지 못한것도 감독의 크나큰 패착이라고 본다. 역적에서도 본 것 같은 야귀척결단과 학수는 고루하고 뻔한 인물들이지만 조우진만큼은 크게 빛났다고 볼 수 있다. 진중하면서도 강직한 심성을 가진 충신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은 왕자도 움직이게 하고 관객에게도 큰 신뢰를 준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고생 고생해서 찍은 영화가 시대를 마주할 것인가라는 난제가 남아있던 오락성마저 완전히 앗아간 것은 아닌가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b급 정서를 바닥으로 영화를 쌓아올렸다면 이보다 더 재미있고 명확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무의미하게 왕자의 각성을 위해 소비되고 해체되는 캐릭터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비판을 위한 것인지, 한풀이인지, 하소연인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모호한 영화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난 아무래도 감독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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