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사람 얼굴만 봐도 눈물나!




작년에 본 인디영화 중 탑5에 넣을 수 있는 [델타보이즈]의 고봉수 감독 신작 [다영씨]

4dx, 아이맥스 시대에 흑백무성영화라니!!!!!!!!

전작도 250만원의 예산으로 촬영했었는데 이번엔 더하다. 100만원의 예산에 고작 3회차..믿어지십니까? 단편영화도 이정도로 스피디하고 낭비없이 찍는건 정말 어렵단말이죠. 감독은 어쨌든 현장에서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일이 잘 돌아가게 만드는게 본인 일이지만 초저예산에 필요한 분량만 간단하게 찍는데 거기서 감정을 하나하나 포착한다는건 어쨌든 이 사람이 일을 기깔나게 해냈다는 의미니까 일단 박수를 보내고싶다.


엔딩크레딧 다 끝날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는데 (ㅜㅜ) 마지막에 간식 및 식사지원까지 있는거보니ㅋㅋㅋ배우들 밥값도 기부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 이걸 웃프다고 해야하니? 나 이 감독도 감독이지만 주인공 민재씨. 감히 천재라고 불러드리고싶다. 연기천재다 이 분. 이 분의 진가를 아직 모르는 감독은 대구리 박아야한다..식상한 영화계에서 너무 신선한 얼굴, 신선한 연기. 그리구 패대기쳐버리고싶은 직장동료를 연기한 김충길님과 백승환님도, 사실 캐스트 전원이 연기를 잘했다. 무성영화 시대가 종식되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시대에 흑백의 대사없는 영화에서 제스츄어와 얼굴만으로 감정과 상황을 전달한다는건 매우 어렵기때문이다.


이 영화를 뭐라 말해야할까? 세상에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아직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민재씨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사람, 초기 채플린 영화에서 많이 봤던 캐릭터 (아마도 오마주라고 생각되는)로 순수한 열정으로 누군가를 돕고싶다는 마음으로 행동하지만 어쩐지 더 상황이 꼬여만 가는데..채플린의 영화에서처럼 클라이막스도 있다. 그 부분에 다다르면 괜시리 눈물이 난다. 설명충의 시대에, 상황을 자꾸 변명하고 자신을 변호하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지금 이 시대에 묵묵하게 누군가를 위로하는 사람이 있다는게..그저 그런 인생에 빛이라곤 개미똥구멍만큼도 보이지 않는 회색의 시대에 민재씨같은 귤이 내게로 온다는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다영씨도 그런 기쁨에 눈물을 흘렸으리라. 크림빵에 빠나나우유 드시는 모습을 떠올리면 자꾸 뻘하게 눈물이 난다. 이 세상에 민재씨도 다영씨도 어디에선가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텐데...민재씨 밥은 잘 챙겨먹구 다영씨 깡술은 좋지않아요. 안주는 든든하게 챙기자.


세상에 이런 남자 어디에도 없다.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영화속에서나 남아있을법한 그런..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펑펑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도 너무 재밌었다. 부디 고봉수 감독님, 민재씨 그리고 배우들 오래오래 영화 만드시라. 대박나라!!



p.s 아 그리고 다들 눈치챘겠지만 마지막 엔딩은 채플린의 씨티 라이트 오마주다. 그 유명한 "is that you?"가 동양인 민재씨와 다영씨를 주인공으로 카무플라주 되었다. 눈물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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