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찌질한 애가 기무라 타쿠야임




요로케 이쁨....



국민학생 3학년, 분당살 때 새벽까지 엑스파일 보고 환상특급(이건지 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호박이 거대한 나무만큼 커져서 숲에서 굴러당기는 에피소드랑, 분홍색물과 파랑색 물이 있는데 분홍색 물을 부으면 섹시글래머 언니가 뿅하고 나타나는 에피소드 두 개가 아직도 기억에 남음..), 토요미스테리극장(눈가리면서 봤던..), 전설의 고향(사실 에피소드보다 난 나레이션 덕후였음..나레이션 들을려고 봤었음),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이거 여름방학때 할머니네집 삼촌방에서 언니랑 불끄고 이불속에 들어가서 봄 아즉도 무서워서 기억남ㅠㅠ), 이야기속으로(퀄리티 쩔), 환상여행(포맷은 환상특급인데 내용물은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에서 따 온 한국st 트왈라잇존이었음 정말 이야기도 퀄리티 쩔었지만 그 기묘하고 찝찝한 기분이 일주일 내내 가게 만드는 최고의 기묘한 시리즈가 아니었나 시픔..지금 다시 해줬음 좋겠당..내가 젤 좋아하는 단만극 시리즈임) 등등


무섭고 묘하고 찝찝스런 이야기를 주로 다룬 프로그램을 밤마다 봤었는데 내가 키가 안큰게 아마 그 탓이 아닌가싶다...ㅋㅋㅋㅋㅋㅋ일본의 기묘한 시리즈는 전통있는 단만극으로 10년이 넘는 지금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작년 장마시즌..매일 매일 비는 쏟아붓고 집 앞 오 분 거리에 있던 학교 말고는 오갈데도 없었던 외톨이 시절에 웹하드 무료포인트로 기묘한 이야기 거진 다 받아서 봤었는데 그 중에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었던 '말없는 방' 기무라 타쿠야가 신인 시절에 열연했다.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한 스물도 되지 않은 내성적인 소년역으로 나오는데,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일터에서도 사람들과 그닥 친하지 않고 사교적이지도 못하고 혼나도 아무 말도 못하고 바닥만 물끄러미 바라보고,,모두가 노는데 끼지도 못하는 초내성적인 성격. 일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사람흔적도 없는 조그만 6조 방 안에서 고개를 파묻고 있거나 하늘만 공허하게 바라보는게 전부인 시골청년, 친구도 없고 가족도 고향에 있고 하루종일 한 마디도 안 할 때도 있는 외로운 청년..어느날인가 카세트 라디오를 사와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며 대화하는 이상행동을 시작한다..무서운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내 상황이랑 묘하게 겹쳐서 어찌나 펑펑 울었는지....

기무라 타쿠야가 너무 연기를 잘했다..20년전의 이야기이지만 요즘같이 개개인이 독립된 개체인 시대에는 더했으면 더했지..덜하진 않다. 점점 이렇게 되는 세상이 무섭구 안쓰럽기도하고...왜케 다들 더 마음을 꽁꽁 여미는지 어찌 세상이 이리 비정하게 되어가는지...워낙 독립군 스타일이라 뭐든지 혼자 하는걸 좋아하긴 했는데 그래두 정많고 사랑넘치는 성격탓에 우리 친구들 동생들 모두 가족같이 지내는거 좋아하는데 여긴 너무 외로운 공기만 흐른다. 다들 마음을 굳게 닫고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닌다. 1인용 밥솥, 1인용 반찬거리, 1인용 식탁, 식당에는 칸막이가 있고 모두 혼자 밥먹고 날씨가 좋은 연휴에도 몇 십 명의 사람이 모두 책방 안에서 혼자 만화만 쳐다 보고 있다..머 사람 차이겠지만.....참 외로운 나라다. 모두 외로움의 독에 빠져 죽어도 변명하지 않을 사람들..


아 왜 눈에서 콧물이 나는거냐...........





내가 만약에 내 인생을 다 바쳐도 괜찮다싶을 정도의 남자를 만나서 내 일을 다 때려치고 그의 옆에서 콩나물을 키우고 두부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살다가 최후의 순간을 남기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 이제 더 이상 아무 미련이 없소 당신과 함께한 매순간이 행복이었소...라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 만날 수 있다면 두부를 만들던 고구마를 캐던 상관없을텐데..



내가 엄마 곁을 떠나면 엄마의 마음이 이럴까? 모녀는 불가항력이란게 있다..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지구에 있는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일드 수박, 처음엔 카모메 식당 출연진들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지금 도쿄는 이제 막 여름의 문이 열리고 수박의 계절인데...수박은 일본어로 스이카라고 한다. 도쿄의 정기권 이름인 스이카랑 같다. 아무튼 계속 보고 있는 중이지만 한 편, 한 편 볼 때마다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내가 소중히하고싶은 것들을 이 시나리오 작가랑 감독은 정확하게 알고있는 것 같다. 부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것이 더욱 더 커지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