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졸리니는 맑시스트이자 독실한 가톨릭교도였으나 동성애자였다. 재미있게도 테오레마는 그의 영화들 중 이성적으로 가장 민감한 영화가 되었다. 한 사나이의 등장으로 브르주아 집단인 가정이 몰락하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자식, 급기야 하녀까지 이 청년을 통해 금기된 욕망에 몸을 내주는데...이 영화가 압권인것은 청년이 이 집안을 떠난뒤부터다.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파멸해가는 가족 구성원을 보며 혹시나 그 청년이 신의 사자 혹은 순교자는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은 어머니가 성적인 쾌락에 이끌려 젊은 남자를 찾고 아버지가 모든것을 정리하고 황량한 벌판에 널부러지는 자기 성찰 혹은 파괴적 결말과 달리 하녀였던 에밀리아는 병을 고치는 성녀가 되는 것이다. 너무 많은 비유와 상징이 존재하는 영화, 아직 반도 이해하지 못한것 같다. 빠졸리니전 할 적에 몇 번 더 봐둘것을 아쉽다. 이탈리아어를 배워야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안겨주었던 빠졸리니의 영화들..그립다..



그냥 들었던 생각은
그저 주는대로 받고 순전히 더 많은것을 주는데 열중했던 내가 그리 잘못된건 아니었다는 생각, 그리고 앞으로도 난 그렇게 할거라는거
왜 사람들은 어릴땐 눈 한 번 마주친거, 내 이름 한 번 불러준거에 그렇게 행복해 하면서 점점 나이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라는게 많아지고 순수하게 사물을 바라보지 못할까?
한나는 문맹이었기 때문에 더 순수했던것 같다. 오이디푸스 왕을 보면 그는 마지막에 스스로 눈을 찌르고 보지 않을것을 택한다. 그때가 되서야 그는 진실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지게 된다. 여우는 정작 중요한것은 눈에 보이는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게 전부가 아닐거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많이 배웠다고해서 세상사 모든걸 아는것이 아니듯이..
보는 내내 먹먹했던 한나의 떨리는 눈동자. 그리고 떨리는 손을 꽉 쥐고 앉아 있던 소년 마이클
진심으로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칠 수 밖에..



무슨 느낌? 음.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것 같은,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공허하고 슬프고 주저앉고싶고 눈물이 날것만 같고 조마조마하고 불안하고 손이 떨리고 그런 느낌? 말로 설명할수 없는 그런..
존 휴스턴, 그의 삶만큼이나 엄청난 작품을 남긴 사람, 불의의 사고로 세기의 미남 소리를 들었던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얼굴은 망가져 있었고 늙고 지쳐보이는 클라크 케이블의 유머도 생동감을 잃었다. 약물때문인지 사랑의 아픔때문인지 힘이 없고 불안해 보이는 마릴린 먼로의 모습을 보는건 거의 고통에 가까웠다. 그녀는 빌리 와일더의 영화속에서처럼 밝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고 있지도 않다. 영화속에서 그나마 가장 생동감있는 귀도의 엘리 왈라치마저도 슬퍼보인다. 보상받을수 없는 짝사랑에 내몰려있는 귀도의 모습은 가슴을 삽으로 후려갈기는것 같다. 이들은 어딘가 우울해보이고 지쳐보인다. 사랑을 하는것도 힘들어 보이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있어도 곧 있으면 왕창 울어버릴것만 같다. 아 이렇게 우울한 스타들의 영화가 있었던가.
존 휴스턴의 영화들이 대중의 외면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팻 시티나 미스핏, 아스팔트 정글은 거의 뭐라 형용할수 없을 정도로 최고인데, 이런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는 천재였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이 세 배우의 음산한 기운이 영화의 묘한 느낌을 살리는데 한 몫 했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해서 붙인 제목인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잘 어울릴 정도로 그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딘지 벼랑 끝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평원 위에서 말을 잡는 게이의 안스러운 모습이나 그들을 놔달라고 애원하는 로즐린의 모습은 마치 죽음을 곧 앞둔 사람들처럼 애처롭다 못해 가슴이 펑 하고 터지는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아프다. 꾹꾹 참아왔던 울음이 곧 홍수처럼 터져버릴것 같다. 이렇게 답답한 느낌은 오랫만이었다.
결국 이 영화를 어렵사리 찍은 클라크 케이블은 얼마후 숨을 거뒀고 마릴린 먼로조차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으며 그토록 아름다웠던 몬티도 변변한 작품없이 세상을 떴다. 헐리우드의 스타로서 평생에 한 번 받아볼까말까한 사랑과 기대, 관심을 받았으며 외로움과 고독함에 떨어야했던 세 사람의 말년을 본다는것이 답답했던 것인지, 그들의 실제 삶이 영화 속 캐릭터에 절묘하게 녹아들었던 탓인지, 보고나서도 아무런 말도 꺼낼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가슴이 터질수 있다면 아마도 터지지 않았을까싶기도 하고, 이런 영화 다시 만나기 어렵겠지 아마도.

You're a real beautiful woman. It's almost kind of an honour sittin' next to you.
You just shine in my eyes. That's my true feelin', Roslyn.
What makes you so sad? I think you're the saddest girl I ever met.
You're the first man that ever said that. I'm usually told how happy I am.
That's because you make a man feel happy.

나도 이런 말 한 번 들어보고싶다. 곧 죽더라도, 그저 사랑을 원했다던 마릴린 먼로의 울음섞인 질문 혹은 혼잣말이 왜 그리도 슬프게 들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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